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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땀을 흘리며 피는 꽃처럼
진땀을 흘리며 피는 꽃처럼
  • 원종태 기자
  • 승인 2017.05.22 17: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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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맹문재

지금 네가 흘리고 있는 진땀이 비누 거품처럼 꺼지고 말겠지만 그 어떤 위로의 말도 건네지 않으련다

너는 사라지는 운명에 미련을 가지고 사진이나 찍어대지 않는다 떠날 때에는 그림자까지 거두어 갈 용의를 너럭바위의 표정처럼 지니고 있는 것이다

절벽에 매달려 있는 조난자처럼 장맛비에 패인 언덕에서 흔들리면서도 권투 글러브를 끼는 링 위의 도전자 같은 불길을 너의 키 위로 넘긴다 

그 어떤 하소연도 패악으로 간주한다고 너는 정으로 비석을 쪼듯 녹음한다 햇볕이 바뀔 때마다 네 목소리는 변색되고 말겠지만 다시 태어나지 않음을 믿고 있기에 너는 추억을 한움큼 움켜쥔 바람처럼 진땀을 흘리고 있는 것이다 <<책이 무거운 이유>> 맹문재 창비 2005

 *오월은 장미의 계절이다. 장미는 비누거품처럼 꺼질지라도, 시간이 지나면서 변색되어 땅에 떨어지더라도 진땀을 흘리며 피어나기 때문에 절정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운명에 대한 미련도 없이, 하소연도 없이, 떠날 때는 그림자까지 완전히 거두어갈 자세가 결연하다. 자연 그 자체를 노래한 ‘꽃’은 생사를 초월한, 전력투구하는 한 인간의 전인격적인 얼굴과도 오버랩 된다. 꽃 같은 순간을, 아니 순간을 꽃같이 진땀을 흘리며 사는 사람에게 보내는 찬사로 읽힌다. <새거제신문 시산책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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