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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숲이 아름다운 학교-거제초등학교
솔숲이 아름다운 학교-거제초등학교
  • 거제통영오늘신문
  • 승인 2017.04.25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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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똥꾸를 찌른 솔숲이 교육과정을 품었다.
학교에 멋진 솔숲이다. 안내판을 보니 ‘쌈지생태공원’으로 이름표가 붙었다. 맘에 들지 않는다. 학생들의 정감과는 거리가 먼 이름이다. 숲에 갔다가 멋진 이름표를 만들어 주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솔숲이다. 바닷가와 인접한 탓인지 오를 때마사 ‘씌어.씨이익. 스스서’말로 표현하기 힘든 솔바람 소리가 들렸다. 바람이 빗질을 하는 것 같기도 하고, 듣기 싫은 소리는 아니다. 솔숲이 옥산산성과 길이 이어져 있다. 옥산산성에 오르면 거제면의 들판이 한 눈에 들어 온다. 멀리서 보면 하트를 닮았다. 다르게 보면 둥근 엉덩이를 닮은 것 같기도 하다.

 
욕심이 과했기 때문인지 욕심을 채울만한 이름이 쉽게 떠오르지 않았다. 그러다가 순간 ‘ 바람의 똥꾸’라는 말이 생각났다. 아이들이 좋아 하는 말이다. ‘솔밭’,‘솔숲’ 어는 것을 연결할까? 하늘을 뾰쪽뾰쪽 찌르고 있는 솔잎도 눈에 들어 왔다. 이렇게 해서 연결된 이름이 ‘ 바람의 똥꾸를 찌른 솔숲’ 혹은 ‘ 바람의 똥꾸를 찌른 솔밭’이라는 이름이다. 호기심이라는 말을 넣고 싶었는데 ‘호기심을 똥꾸를 찌른 솔숲’ 처음에는 좋아 보였다. 몇 번 이름을 적다 보니 하고 싶은 말이 앞에 보여서 멋이 없다. 멋이란 보일 듯 말 듯 해야만 더 멋지다.

 
이름을 ‘바람의 똥꾸를 찌른 솔숲’으로 정했다. 입으로 계속 이름을 읽다보니 숨은 멋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똥꾸를 찌른다’는 말이 역동적이고 아이들 웃음소리가 넘친다. 침엽수림 소나무 솔숲이라는 말도 나름 멋지다. 자신감이 생겼을 때 옆 선생님들에게 살짝 생각을 내 보였다. 반응이 좋았다.

아이들과 숲 교육을 할 장소에 대한 의미가 명확해졌다. 학습과 놀이 공간의 심장이 만들어졌다. 살을 붙이고 피를 보내는 일이 남았다. 인내하고 포기 하지 않는다면 멋진 살들이 돋아 난다.

첫 번째 살은 바람의 똥꾸를 찌른 솔숲을 아이들과 연결시키는 작업이다. 학교 뒷산의 솔숲이 아니라 특별한 의미를 가지는 공간으로 만들어야 한다. 이 작업을 ‘의미있는 관계 만들기’라고 난 부른다. 관계가 만들어져야만 피가 통하고 온기를 전할 수 있다.

 

학생들이 바람의 똥꾸를 찌른 솔숲에 오면 자기를 반겨 주는 나무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자기가 좋아하는 나무를 정하고 나무에게 나무 이름을 짓게했다. 학생들이 이름표를 달아 주어서 나무와 아이를 연결하고 숲에 오는 이유와 까닭들을 만들어 주주고 싶었다. 바람의 똥꾸를 찌른 솔숲에 나무들에게 하나둘 이름이 생기기 시작했다.

 

아이들과 바람의 똥꾸를 찌른 숲에서 1주일에 1번 정도는 재미있는 수업을 시작했다. 아이들 맘을 안정시키고 창의성과 인성을 함양하는 프로그램들이다. 산만하고 장난끼가 넘치는 아이들이 어떤 호기심을 만나고 어떤 호기심을 찌를지 궁금하다.

아이들과 신나게 숲에서 놀 수 있는 분들도 초대했다. 사단법인 한국밧줄놀이연구회, 경남숲 교육협회, 거제환경교육네트워크 전문가 선생님과 함께 하시는 시간을 만들었다. 학년별로 10시간 전문가 선생님과 숲에서 함께 공부를 한다. 단순체험이 아니라 학습의 경험으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다.

생각해보니 거제초등학교는 참 특별한 곳이다. 지역민들이 지역 인재를 위해서 전답을 내 놓았고 그곳에 학교를 세웠다. 본관은 근대문화 유산으로 등록되어 있고 올해 개교 110주년이 되는 근대교육의 희망을 품은 학교다. 바람의 똥꾸를 찌른 솔숲도 학교 땅이다. 대한민국에서 유일하고 숲을 품고 있는 학교다.

특별한 곳에서 특별한 교육이 시작되었다. 숲 체험과 놀이 프로그램이 교육과정에 접목되었다. 교육과정에 속에서 숲교육과 체험학습을 동시에 운영하는 학교가 대한민국에 있을까? 프로그램도 단단하다. 3개의 전문가 그룹들이 아이들을 위한 선생님으로 봉사를 하신다.

씨앗은 뿌려졌다. 어떤 이야기가 만들어지고 쿵쿵쿵 뛰는 가슴 속에 아이들은 무엇을 채울지 궁금하다. 좋은 교육 사례가 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아이들이 신나게 호기심을 날려 보내는 신명소리가 솔바람 따라 세상으로 날아 올랐다. 쿵쿵쿵 호기심은 전염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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