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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록 정혼성의 '거제면 8경'
동록 정혼성의 '거제면 8경'
  • 거제통영오늘신문
  • 승인 2017.03.15 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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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시 거제면은 조선후기 약250년 동안 거제시의 읍치였던 유서 깊은 고장이다. 이런 연유로 인해 거제도의 옛 역사와 문화가 가장 많이 남아 있는 해양역사문화의 고장이라고 불리어 진다. 거제향교 반곡서원 옥산금성 거제현관아 거제유일의 전통 5일장을 비롯하여, 거제시 전체 60% 이상을 생산하는 굴양식장과 보리새우 사백어 등등이 산출되고 있으며, 죽림포는 1711년 거제현이 거제도호부로 승격되면서 거제7진영 수군의 훈련을 지휘했던 어촌으로 남해안별신굿 수중묘 할매미륵석불 등 수많은 어촌 문화와 풍속이 전해지는 곳이다.
거제시 거제면에 거주했던 거제학자 동록(東麓) 정혼성(鄭渾性 1779~1843) 선생과, 39세 이후 거제도를 떠나 중부 지방에서 명성을 떨쳤던 그의 7촌 재종숙(再從叔)인 곡구(谷口) 정종한(鄭宗翰 1764~1845) 선생은 거제출신으로서 현재까지 한문학 문집을 남긴 유일한 분들이다. 동록 선생은 조부(祖父) 정욱(鄭昱), 부(父) 정종의(鄭宗儀), 형(兄) 정언성(鄭彦性)이고 부인은 밀양 박씨이며, 선생은 거제면 명진리에서 출생했고 그의 재종숙(再從叔)인 곡구(谷口) 정종한(鄭宗翰)의 부친인 정유(鄭游 1739~1804)의 문하에서 가르침을 받았다. 동록(東麓) 정혼성(鄭渾性) 선생은 당대 거제도 최고의 지성인으로서, 평생 거제도에 살면서 그의 발길이 미치지 않은 곳이 없었다. 그가 남긴 철학과 사상 및 한문학은 올 하반기에 출간될 예정인데 한문학은 약 240편 정도 남아 전한다.

 
먼저 8경(八景)을 살펴보면, 우리나라는 고려중후기부터 자연 경관이나 운치가 뛰어나게 아름다운 여덟 군데를 골라 [○○八景]이라 이름하고, 그 풍광(風光)을 즐겨왔다. 넓게는 전국을 아우르는 대한팔경[大韓八景]을 비롯하여 관동팔경[關東八景]∙단양팔경[丹陽八景] 등 곳곳에 많은 8경(八景)이 있다. 이는 중국의 소상팔경[瀟湘八景]에서 유래되어, 현재에 이르렀다.
근대에 들어와서는 이 8경(八景)이 12경(十二景)으로 확대된 곳도 있으며, 시대의 변천에 따라 최근에는 새로운 8경을 선정하는 사례도 볼 수 있다. 거제시에도 강산의 멋과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팔경이 있다. 조선시대부터 전해오는 거제면 지역의 ‘기성팔경[岐城八景]‘이 대표적인 8경(八景)이고, 근현대에 들어와서 새로 지정된, 거제시8경[巨濟市八景]∙문동8경[門東八景]∙일운8경[一運八景] 등이 있다.
조선시대후기 거제도 관련 8경(巨濟島八景)은 읍치였던 거제면에서만 창작되었는데, 현재 전하는 것들마다 조금씩 차이가 난다. 개인적인 주관이 개입되어 관점에 따라 조금 다를 뿐, 전체적인 공통점은, 죽림포(대숲개), 오송리, 계룡산, 거제만 바다풍경, 세진암과 옥산금성 등을 포함하고 있다. 지금도 거제도 어촌문화가 가장 많이 남아 있는 죽림포와 옥산금성을 포함한 계룡산은 거제시의 자랑거리이다. 약 200년 전, ‘굴 향기 머금은 역사문화의 고장, 남해안 해양어촌문화의 중심지’ 거제면에 살았던 동록(東麓) 정혼성(鄭渾性 1779~1843) 선생이, 서정리(西亭里)에서 지은 ‘서정 팔영(西亭八咏)’을 감상해 보자.

 
1) 서정 팔영(西亭八咏) / 정혼성(鄭渾性 1779~1843)
(1) 정봉 조돈[晶峯朝暾] 수정봉 아침 해. 거제면 서정리에서(西亭)
海底燭竜始吐呑 바다 밑에서 촛불 밝힌 용이 예쁘게 뱉고 삼키다가
滿乾光耀復開坤 하늘 가득 빛을 내더니 다시 땅을 밝히네.
曉雲敎益曦輪轉 새벽 구름 사이로 태양이 바퀴처럼 돌아 빛나니
一點晶峰紅照痕 한 점 수정봉에 붉은 빛이 자취를 남긴다.
[주] 수정봉(水晶峰) : 거제시 거제면 계룡산 동쪽 아래에 위치한 이 산은 수정같이 솟아 있다 하여 붙인 이름이다. 정상에 테뫼식 산성인 ‘수정봉성’ 또는 ‘옥산금성’이 자리 잡고 있다.

(2) 옥암 석휘[玉巖夕暉] 옥암의 석양
宇內烟生殘照微 온 세계에 안개가 서리고 낙조가 희미하게 비추는데
落霞孤鷘幷齊飛 저녁노을 속에 외로운 물새들이 아울러 날아오른다.
天過一雁隨陽去 하늘을 지나는 기러기 한 마리는 태양을 따라 가고
海外片帆逐暮敀 바다 멀리 조각배는 저녁 어스름을 쫓아오네.

(3) 용봉 숙운[龍峯宿雲] 계룡산에 머문 구름
古山竜去跡隨空 옛날 산에 용이 지나간 발자취도 따라서 공허한데
雲帶餘痕鎖洞中 빙 두른 구름에 남은 자취를 골짜기 속에 가두었네.
郁郁英英奇八望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기이한 여덟 구름 봉우리 바라보니
夜來惟恐有滿風 밤이 되면 오직 가득한 바람으로 변할까 두렵구나.

(4) 연진 인월[燕津印月] 나룻가에 뜬 달
泖分鷰尾合流深 제비 꼬리처럼 갈라진 물이 합쳐져 깊이 흐르고
一片䗲光萬傾臨 한 줄기 반딧불이 드넓은 바다에 임하였네.
本體在天遺影落 세상의 근본이 하늘에 있어 달그림자가 바다를 비추니
靜如沉壁動浮金 고요하게 물에 잠긴 군루(軍壘)가 금빛에 떠다니네.

(5) 산촌 모연[山村暮烟] 산촌의 저녁연기
暮烟一帶出山遐 저물녘 안개가 일대를 감싸다가 먼 산으로 떠나가니
洞裡方知住數家 비로소 골짜기에 거주하는 몇몇 집이 있음을 알리네.
返照依微林下透 아스라한 저녁 햇빛이 산촌 마을을 밝히니
紅光半雜織靑紗 붉은 빛이 반쯤 섞인 푸른 비단을 만든 듯.

(6) 관루 효이[官樓曉爾] 새벽녘 관가의 누각 기성관에서
短長靜帶曉霜寒 짧고도 길게 두른 고요한 새벽녘 서리 차가운데
遠落雲欄十二端 열두 계단 구름 난간에 많이도 내렸어라.
客分不堪悲自語 손님은 밀려온 슬픔을 감당치 못해 중얼거리더니
起看山月下團團 일어나 산 위에 뜬 둥글고 둥근 달을 바라보네.

(7) 죽포 어가[竹浦漁謌] 거제시 거제면 죽림포 어부가
水處長州擧網初 긴 섬의 물가에 그물을 처음 쳐놓으려고
庸庸蜃雨暮天疎 저문 하늘에 성긴 여우비 속에서 애를 쓰는구나.
笛中和曲能荒世 공허한 인간세상 피리소리에 가락을 맞춰보는데
却使詩肩(浞+耳)起余 갑자기 어깨에 의지한 나의 귀를 흡족하게 하네.

(8) 괴정 농구[槐亭農謳] 괴정 농부의 노래
欣欣戴白與垂髫 흔흔한 흰 머리 노인이 동자(童子)와 더불어
耕鑿謌成我后堯 밭 갈며 거룩한 우리 임금 노래 부르네.
國泰民安誰有力 국태민안(國泰民安) 뉘의 힘이뇨?
賴渠勤若眼朝朝 도랑에 의지하니 아침마다 부지런한 너를 보누나.

 

2) 기성팔경[岐城八景] 거제면 8경. ‘기성8경’은 거제시 거제면 자료에서 발췌한 것임.
黃沙落雁(황사낙안) 죽림 모래사장에 기러기 앉아 노는 광경
竹林棲鳳(죽림서봉) 죽림의 대숲에 온갖 새가 놀고 있는 광경
水晶暮鐘(수정모종) 수정봉아래 있는 세진암의 종소리
烏岩落照(오암낙조) 오수 뒷산 까마귀바위로 넘어가는 낙조
內浦漁火(내포어화) 거제만에 고기 잡는 어선들의 불빛
燕津歸帆(연진귀범) 고기잡는 배가 나룻가에 돌아가는 장관
五松起雲(오송기운) 오송마을 뒤에 구름이 일고 있는 광경
角山夜雨(각산야우) 각산 부두에 밤 비 내리는 광경

3) 기성팔경[岐城八景] 또 다른 거제면 8경.
黃砂落雁(황사낙안) 죽림 해변에 노닐고 있는 기러기
山城淸風(산성청풍) 옥산 금성에서 불어오는 맑은 바람
烏岩落照(오암낙조) 오수마을 뒤 까마귀 바위에 걸린 황홀한 낙조
東山明月(동산명월) 동산 위로 솟아오르는 둥근달
竹林夜雨(죽림야우) 죽림마을 대밭에 내리는 밤비 소리
洗塵暮鐘(세진모종) 세진암에서 들리는 저녁 종소리
淵津歸帆(연진귀범) 거제 포구를 돌아가는 돛단배
龜岩暮雪(구암모설) 계룡산 거북바위에 내리는 저녁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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