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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꺼비는 왜 통발에 들어갔을까?
두꺼비는 왜 통발에 들어갔을까?
  • 거제통영오늘신문
  • 승인 2017.03.05 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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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짝 놀랬다. 물고기와 게를 잡은 통발에 20여마리 두꺼비가 들어가 있다. 두꺼비 통발이다. 겨울잠에서 깨 저수지에 알을 낳으로 내려온 두꺼비들이다. 두꺼비는 왜 통발에 들어가 있는 것일까? 두꺼비에게 무슨 일이 일어 난 것일까? 통발 속에 배가 볼록한 암컷 두꺼비를 보니 어머니 말씀이 머릿속에 스쳐지나갔다.

 
그림 2017년 2월 28일에 발견된 통발 속 두꺼비

“ 엄마 독사야”
바람골 논에 모내기를 끝내고 논두렁에 콩을 심으려고 가는데 큰 독사 한 마리가 또아리를 틀고 있었다. 돌을 들어서 내려쳐 죽이려고 했다. 산골 사람들에게 독사는 두려운 존재다. 내가 안 물렸더라도 누군가 물수 있다는 생각에 독사가 보이면 돌로 쳐서 죽였다.
‘ 돌 던지지 마라“
“ 왜 독사잖아요”
“ 배가 볼록한 게 배 속에 새끼를 밴 모양이다. 새끼 밴 놈은 독사라도 죽이면 천벌 받는기라”
어머니는 나무 가지로 독사가 풀숲으로 도망가게 도와주었다.

어머니는 새끼를 밴 독사도 살려서 보내 주셨는데, 통발 속에 알을 밴 두꺼비들이 가득하다.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3년 전, 2014년 3월 9일에 똑 같은 모습을 이곳 저수지에서 발견했다. 그때의 모습도 지금처럼 처참했다. 육십여 마리가 좁은 통발 안에서 엉켜 울부짖었다. 통발을 찢어서 방생해 주었는데 통발 속에 압사한 두꺼비만 수십 마리였다. 그런데 두꺼비는 통발에 왜 들어갔을까?

 
그림 2014년 3월 9일에 발견된 통발모습 

 
그림 2014년 3월 9일에 발견된 통발 속에서 압사한 두꺼비들 모습 

첫 번째 생각은 사람이 통발을 설치해 두꺼비를 잡고 있다는 생각이다. 같은 장소에서 2014년에도 똑 같은 모습이 발견된 점, 물 깊이가 1m 이상인 곳에 통발이 설치된 점, 통발 줄이 밖으로 나와 있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충분히 가능한 생각이다.

어릴 때 동네 약방할아버지 집에는 말린 두꺼비가 처마에 걸려 있었다. 두꺼비가 피부나 항암 재료로 이용된다는 기사를 본적이 있다. 하지만 어떤 이유로던 산란기에 알을 밴 두꺼비를 잡는 다는 것은 용납될 수 없다.

  약재용으로 잡기 위해 통발 망을 놓았다면 통발을 놓은 사람은 두꺼비의 습성을 잘 아는 사람이다. 두꺼비는 산란기 때 암컷을 중심으로 수컷들이  몰려든다. 수컷들이 삑삑 소리를 내면서 암컷을 유인한다. 이 습성을 이용해서 먼저 나온 암컷과 수컷을 통발에 넣고 물에 던졌다. 물속에 암컷과 수컷이 있는 것을 보고 더 많은 두꺼비들이 몰려오고 통발로 들어갔을 것이다.

두 번째 생각은 방치된 통발에 두꺼비가 들어가서 생긴 일이다. 두꺼비는 잠수성이 있고 물 바닥에 숨은 습성이 있다. 통발에 두꺼비가 우연히 들어갔고 짝짓기의 집단성으로 인해서 많은 두꺼비들이 통발로 들어갔다. 두꺼비의 산란기 특징을 안다면 생각할 수 있는 일이다.

이 생각에 의심스러운 부분도 있다. 두꺼비는 산란을 위해서 내려오면 물 가장자리에서 울면서 짝을 기다리고 짝짓기를 한다. 두꺼비는 깊은 물을 좋아하지 않는다.

우연히 두꺼비가 통발 속으로 들어 가 생긴 일이라면 저수지에 무심코 던지는 통발이 산란기의 두꺼비에게 얼마나 치명적인 위험인지 알 수 있다. 저수지에 가면 방치된 통발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통발에 들어간 두꺼비는 통발을 열어 꺼내주지 않으면 물속에서 익사한다. 전국의 저수지에 방치된 통발에서 지금과 같은 일이 일어난다면 두꺼비에 대한 잔인한 학살이다.
 
가난하고 못살던 어머니 세대에는 새끼를 밴 독사도 살려 주며 살았다. 제4의 물결을 이야기 하고 스마트폰으로 세상 모든 정보를 이용하는 우리들은 알을 밴 두꺼비를 돈벌이로 잡는 시대에 살고 있다. 혹은 무심코 던진 통발 때문에 알을 낳으로 나온 두꺼비가 갇히고 죽어 가고 있다는 사실도 모른 채 살고 있다.

3월 5일은 3번째 절기인 경칩이다. ‘옛날 사람들은 이 무렵에 첫 번째 천둥이 치고 그 소리를 들은 벌레들이 땅에서 나온다’고 생각했다 겨울잠을 자던 생물들이 이 천둥소리에 놀래 깨어 난다고 하여 놀랠 경(驚), 겨울잠을 자는 벌레 칩(蟄)자를 써 ‘경칩’이다. 통발 속에 갇혀 삑삑 울고 있는 두꺼비 소리가 생명 존엄을 잊고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경칩의 천둥소리로 들렸으면 좋겠다. 인간의 욕심이 만든 문제는 사람들의 관심으로 해결 되어야 한다.
거제와 창원을 오가면서 4년째 이 저수지의 두꺼비 산란을 모니터링 하고 있다. 경남권에서 가장 큰 두꺼비 산란장 중의 하나다. 왜 이곳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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