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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모두 '책'이다...사람책 도서관 참가기
사람은 모두 '책'이다...사람책 도서관 참가기
  • 거제통영오늘신문
  • 승인 2016.11.01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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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런던에서 사람 책을 읽는다’라는 책을 선물 받았다. 표지는 각양각색의 얼굴을 한 사람들 표정으로 빼곡하다. 책의 첫장 첫줄은 ‘리빙 라이브러리 Living Library이라는 이상하고 낯선 단어’로 시작 된다. 이상 것을 만났을 때 느끼는 궁금함이 차오른다.

‘책을 빌리듯이 사람을 빌리다는 말, 책이 된 사람과 책을 선택한 사람이 자유롭게 이야기 하는 시간, 편견과 오해를 이해하는 기회, 책 사람이 된 사람들은 특별한 사람들이 아니다’라는 말들이 리빙 라이브러리(Living Library)에 대한 설명이다.

 

사람책이 된다. 참 묘한 느낌이다. 책은 위대하고 대단한 것을 담고 있다. 내 삶이 위대하단 말인가? 묘하다. 토지, 아리랑, 태백산맥 아니면 톨스토이와 도스토예프스키의 책은 위대하다. 하지만 책 속 주인공은 평범한 사람들이다. 평범한 사람들 인생을 사실적이고 진솔하게 말한다. 평범한 사람들의 운명과 좌절과 분노 사랑, 그리고 생존과 생에 대한 갈망이 감동과 여운을 만든다. 책은 위대하지 않다. 다만 책속에 담고 있는 우리들의 삶이 위대할 뿐이다. 우리 모두는 위대한 사람책이다.

따지듯이 물었다. 어떤 사람책일까? 제목은 무엇이고 내용은 무엇이 될까? 내 책을 만들어 보기로 했다. 40대 중반의 무게가 압축기다. 뚝뚝뚝 연결되지 못한 면발, 짧은 면발, 긴면발들이 쭉쭉 밀려 나온다.

20년에 가까운 교육 경력, 1999년부터 시작된 하늘강이야기, 긴꼬리투구새우, 잠자리, 민물고기를 연구하는 현장 연구가, 농담 삼아 이야기하는 경남의 개구리와 뱀들의 복지 증진을 위해서 일하는 경남양서류네트워크를 운영자하는 시민 운동가, 생태와 환경에 대해서 누군가를 만나서 가르치거나 말하는 사람. 책 그릇 속에 국수 가락처럼 뚝뚝 담겼다. 책장 속 단어들, 복잡하고 어려운 단어도 보인다.

책 제목을 ‘교사 무엇으로 사는가?’로 정했다. 행사 날이 다가 올수록 카카오똑으로 날아오는 정보들이 많았다. 귀농인, 언어치료사, 변호사, 기자. 간호사, 약사, 사회복지사, 정치인, 경찰, 의사, 사회운동가, 시인, 조금은 특별해 보이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다. 둘레에 있지만 만나보지 못한 사람도 있다. 사람책이 된 사람들은 ‘어떤 책 표지와 책장 속 이야기를 할까?’ 궁금했다. 그들을 만나보고 싶다는 호기심이 생겼다. 아이들은 더 큰 호기심으로 사람책을 선택할 것이다.

거제중앙고등학교 강당에 들어갔을 때 어색함이 몰려왔다. 맞지 않은 화려한 옷을 입고 외출한 느낌이다. 사람책으로 온 사람들도 모두 어색해 보였다. 어색함이 익숙해 질쯤 묘한 감정이 물꼬리를 틀기 시작했다. 다양한 색깔을 가진 사람책들이 모여 들고 있다는 생각, 오늘 만남이 누군가에게는 치명적 추억으로 삶 속에 남을지 모른다는 생각, 이런 새로운 시도와 도전이 우리 사회를 더 건강하고 튼튼하게 만들 것이라는 생각들이 맘 속 깊은 곳에서 치밀어 올랐다. 어색함은 사람책으로 만나기 위해서 기다리는 학생들을 보면서 짜릿한 흥분으로 변했다. 
 

 
2그룹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교사라는 직업’군에 대한 관심들이 남달랐다.
“ 교사라는 직업이 꿈이 되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교대 들어가면 꿈이 이루어지고 교사가 되는 순간 꿈이 완성된다면 20살에 꿈이 완성된 삶이 행복할까? 나머지 80년은 무엇으로 채울 것인가요. 교사는 자기가 되고 싶은 직업이고, 꿈은 교사가 되고 나서 자기가 살고 싶은 삶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아이들이 내 말을 듣고 씽긋 웃었다. 자기 꿈이 몰라서 방황하거나 혼란스러운 날이 오면 오늘을 기억해보자며 사진을 찍었다. 언제라도 볼 수 있도록 SNS에 올려놓고 오늘을 기억하기로 약속했다.

첫 번째 사람책 시간이 끝난 휴식 시간, 누군가 선생님이라고 불렀다. 직업병처럼 고개를 돌렸는데 소녀가 된 공주님이 웃고 있다.
“ 선생님, 저 유정이에요”

2010년 계룡초등학교 4학년 강아지똥 1기다. 유정이가 손에 꼭 쥐고 있던 것을 내밀었다. 강아지똥 목걸이다. 강아지똥이 된 기념으로 3월에 아이들이 만들었다. 우리들 인연을 잊지 않기 위해서 1년 내내 교실에 걸어두었다. 헤어질 때 새로운 만남의 징표로 아이들이 가져갔다. 강아지똥 목걸이에는 ‘2020년 3월 1일 10시 계룡초등학교 운동장’에서 다시 만나자는 우리들 약속이 아직도 선명하게 남아 있다. 목걸이를 보는 순간 짜릿한 전기가 온몸을 타고 돌았다. 교사만이 감전될 수 있는 전기다.

‘교사는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사람책 표지와 내용을 4학년 때 만든 목걸이가 말해 주었다. 행사가 끝나고 가는 길에 또 다른 강아똥에게 문자가 왔다. 다경이다. ‘선생님 얼굴 못 보고 보낸다고 미안하다고 했다. 내 인생은 내가 만난 아이들과 투명실로 연결되어 있다.

집에 와서 옛날에 아이들과 찍었던 사진 속에서 유정이와 다경이가 그린 그림과 꿈들을 보았다. 유정이는 4학년 때 꿈이 간호사였다. 다경이는 치과의사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지금도 같은 꿈을 꾸고 있을까? 그 꿈이 무엇이던 사람책을 만나로 온 아이들은 분명 지금 꿈에 대해서 진지하고 고민하고 있다. 우리들의 다짐처럼 세상을 품은 훌륭한 강아지똥이 될 것이다.

“흙을 뚫고 나온 지렁이처럼 가는 거야. 꼼지락 꼼지락 천천히 포기하지 않고 꿈틀꿈틀 가봐, 내려 쬐는 햇살이 살갗을 태우고 있지만 스스로 이겨 내야 해. 포기 하지 않으면 새 흙을 찾을 거야”
아이들에게 마지막으로 한 말이다. 이제 생각해 보니 아이들에게 한 말이 아닌 것 같다. 사람책으로 제일처럼 내 책을 읽은 독자 1호인 나에게 하는 말이다.
“ 꿈틀 꿈틀 새 흙을 찾아 천천히 가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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