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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뫼의 눈물'에서 생태도시 말뫼로
'말뫼의 눈물'에서 생태도시 말뫼로
  • 거제통영오늘신문
  • 승인 2016.09.17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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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양희 시의원의 북유럽 탐방기 2-스웨덴 말뫼시

<북유럽 탐방기2 –스웨덴 말뫼시>

‘눈물’대신 눈부시게 성장하는 생태도시 말뫼

7월11일 ‘사람은 이런 곳에서 살아야 하지 않을까’하는 고틀란드를 떠나 말뫼로 출발했다.
비행기로 1시간30분만에 도착한 말뫼 공항은 바람에 펄럭이는 색깔인 파란색 깃발과 노란색 공항건물이 회색구름과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조선산업이 어려워지자 ‘말뫼의 눈물’로 갑자기 우리들에게 유명해진 말뫼시는 스웨덴 서남쪽 최남단 스네코 주에 위치하고 있다. 면적은 거제시 보다 2.5배 작지만 인구는 거제시보다 많은 30만정도이다. ‘외레순 해협’을 사이에 두고 덴마크의 수도 코펜하겐과 불과 자동차로 30분 거리에 있다.
2002년 현대중공업에 1달러에 팔린 골리앗 크레인이 있던 말뫼시 베스트라 함넨지구(Västra Hamnen)는 어떻게 변했을까 기대하면서 공항버스를 타고 말뫼중심지로 갔다.
맑고 깨끗한 고틀란드와 달리 말뫼 중앙역은 다양한 피부의 사람들로 부적거렸고 낯선 자동차들이 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스톡홀름, 예테보리 다음가는 스웨덴 제3의 도시답게 활기가 넘쳤다. ‘혼자 올 걸’ 때 늦은 후회를 하면서 까만색 짐가방을 끌고 관광객들로 가득한 광장을 지나 울창한 공원을 통과하여 마침내 숙소 ‘STF Hostel'에 도착했다.

2층으로 올라가야하는데 엘리베이터가 고장났다. 어떻게 20키로 넘는 가방을 들고 좁은 계단을 어떻게 올라갈 까 걱정하고 있는데 그 때 온 몸이 털로 뒤덮힌 스웨덴 기사가 나타났다. 시간이 흐를수록 무거워지는 우리 짐 가방을 번쩍 들고 계단을 앞서 올라갔다.
Hotel 인 줄 알고 예약했는데 Hostel 인 ‘STF Hostel’ 로비는 개성 넘치는 젊은이들과 혼자 여행하는 사람, 장기투숙객처럼 보이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짐을 풀고 1층 마트에서 사온 계란 넣고 끓인 감자라면으로 늦은 점심을 떼우고 걸어서 말뫼 시내로 나갔다. 대 낮같이 훤한 오후6시, 거의 모든 가게가 문을 닫고 있었다. 돌아오는 길에 숙소 근처 공원을 산책하고 매일 한 번씩 내리는 빗소리를 들으며 말뫼의 첫날밤을 보냈다.

무덤위에서 뛰어노는 아이들
어제 장 본 것들로 아침을 간단히 해결하고 수리가 끝난 엘리베이터를 타고 숙소를 나섰다. 1987년 조선소 폐쇄 후 침체기를 맞았던 베스트라 함넨지구로 가는 길에 말뫼시립도서관을 들렀다. 옛 건물과 현대식 건물이 조화를 이루고 있는 시립도서관 앞에는 누가 봐도 이곳은 도서관일거라 생각하게 하는 연필,볼펜 조형물들이 전봇대처럼 서있었다. 전세계의 언어로 된 ‘도서관’ 단어가 붙어 있는 회전문을 열고 들어갔다. 로비 카운터에는 60넘어 보이는 남자가 안내를 하고 있었고 중2막내와 나는 숨소리를 죽이고 2층으로 올라갔다. 각종 잡지들이 벽에 진열되어 한 눈에 볼 수 있었다. 전문서적은 현대식 건물에 꼽혀 있었는데 그곳은 지금 공사 중이었다.

나무로 된 2층 도서관 바닥은 우리가 움직일 때 마다 “푸지직 끼긱” 거렸다. 덕분에 도서관이용자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고 말았다. 당황해 발걸음을 못 떼고 있을 때 주황색 안전조끼를 입은 어린이들이 단체로 들어왔다. 선생님의 안내로 아이들이 도서관 한쪽에 마련된 어린이를 위한 공간으로 우르르 몰려갈 때 나도 서둘러 1층으로 내려왔다.
도서관을 나와 공원 속 호수를 따라 걷다가 신나게 뛰어노는 아이들을 보고 잠시 멈추었다. 공원 속 어린이 놀이터다. ‘아니 저건 무덤인데’ 숲속 놀이터는 내가 늘 봐왔던 미끄럼틀 그네는 없고 대신 무덤하고 똑 같이 생긴 봉오리가 여러 개 있었다. 그 봉오리를 안전조끼 입은 아이들이 오르락 내리락 미끄러지고 뒹굴고 날아다니고 있었다. 놀이터 가에 있는 밴치는 예술작품인줄 착각 할 뻔했다. 북유럽의 아동 복지에 대하여 말만 들었지 직접 눈으로 보니 부럽기도 하고 거의 매일 뉴스에 등장하는 아동학대로 숨지는 우리나라 아이들이 떠올라 괴로웠다. 부러움과 괴로움으로 고통스러워하면서 또 걸었다.

이번에는 마리헤지유치원(Mariehage förskola) 마당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을 만났다. 작업복에 안전조끼를 입은 아이들이 모래를 퍼 나르고, 통나무 타고 놀고 있었다. 유치원 마당은 한쪽은 목공소 같은 작업장이 있었다. 어릴 때부터 자연 속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말뫼 아이들과 건물 안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대한민국 아이들, 거칠지만 공존해야하는 자연을 몸으로 느끼고 배우고 있는 말뫼의 아이들과 태교를 영어듣기로 시작하는 대한민국 아이들, 초등학교 입학 전에 선행학습을 하지 않는 말뫼의 초등학생들, 학원을 전전하다 저녁 8시에 귀가하는 대한민국 초등학생들, 철학과 토론 수업을 준비하는 말뫼의 교사들과 아이들 머리길이 단속하느라 진 빼는 대한민국 교사들...아이들에게 유독 가혹한 우리나라의 현실에 가슴이 먹먹했다.

빨리 오라는 아이들의 제촉에 발길을 돌려 말뫼 기술,해양박물관(Teknikens och Sjöfartens hus)으로 향했다. 박물관건물은 들어가고 싶지 않은 만큼 후줄근한데 박물관 안은 입이 떡 벌어졌다. 겉모습을 중시하는 문화에 익숙한 나의 천박함을 뉘우치면서 박물관을 둘러 보았다. 전쟁 때 사용했던 비행기부터 2차 대전 당시 활약한 U3잠수함, 골동품 같은 수 많은 자동차들, 어마어마한 양에 말문이 막혔다.
“엄마, 이런 박물관은 처음이야! 여기 좀 더 있다 가면 안 돼” 내 귀를 의심했다.
전시물은 거의 아이들이 만지고 체험 할 수 있도록 했으며, 처음 보는 잠수함 내부는 어른인 나도 너무 신기하고 흥미로운데 애들은 오죽했을까 싶었다. 옛 조선소 현장을 보고 오후에 덴마크 코펜하겐으로 이동해야 해서 아쉬워하는 애들을 데리고 박물관을 나왔다.

눈물 대신 눈부시게 성장하고 있는 생태도시 말뫼

가까이서 본 ‘터닝토로소’
 
말뫼 서쪽항구 베스트라 함넨지구로 가는 길에 스페인건축가 산티아고 칼라트라바(Santiago Calatrava)가 만든 54층, 190m 높이의 주거 건물로 유럽 최대의 랜드마크인 Turning Torso) 한 눈에 들어왔다.
터닝토로소(HSB 말뫼시는 조선소가 문을 닫고 골리앗 크레인이 1달러에 팔려나간 그 자리에 ‘내일의 도시(City of Tomrorrow)' 개발계획의 일환으로 친환경 아파트 ’터닝토로소‘를 건축하고, 2001년 ’유럽주택 박람회‘를 개최하여 친환경 주거단지를 조성하고, 1998년 이도시 최초의 대학인 말뫼대학을 세우고 인재양성과 문화적 다양성을 높여 도시의 활기를 불어넣고 있었다. 또한, 2000년 덴마크와 말뫼를 단일 경제권으로 묶어준 외레순 대교의 개통은 조선업 쇠퇴이후 늘어난 말뫼의 실업자들이 코펜하겐에서 일자리를 찾을 수 있게 했다.
신재생에너지 산업단지와 수변공간과 주거공간이 적절하게 어울어진 친환경주거단지건설에 조선소 노동자들의 대거 투입되어 실업을 극복하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대규모 실업자들을 지탱하게 해준 것은 스웨덴의 복지시스템일 것이다.

황폐했던 말뫼시는 2007년 유엔환경계획(UNEP)에서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로 선정 했으며, 지금은 세계무역센터와 같은 굵직한 기관의 지사 뿐만 아니라 세계적 기업들의 북유럽 본사를 말뫼로 이전 하면서 지역경제가 되살아나고 있었다.
거제의 조선업이 말뫼가 같다고 할 수는 없지만 말뫼시의 사례를 통해서 우리시가 할 수 있는 것을 찾아야 한다. 미리 예측하고 준비했으면 더 좋았겠지만 지금이라도 거제시 경제의 70%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조선업에 대하여 관심을 가지고 함께 이 어려운 시기를 극복할 자구책을 마련하는 것이 지방자치단제장의 책임이고 의무라고 생각한다.

조선소가 있던 자리에 들어선 생태도시
 
내가 본 말뫼는 눈물 대신 눈부시게 성장하고 있었다. 성장에 동반되는 자연파괴 없이 오히려 자연친화적인 생태도시로 살아 움직이고 있었다.
지금 한창 메우고 있는 고현항 매립지를 말뫼시 베스트라 함넨지구 처럼 친환경도시로 만들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부질없는 생각을 잠시 하기도 했다.
정말 매력적이고 생동감 넘치는 도시 말뫼를 떠나기 위해 중앙역으로 가는 버스를 탔다. 고틀란드는 시골이라 신용카드결제가 안 되고 도시는 신용카드로 버스를 탈 수 있다는 고틀란드 베컴의 말만 믿고 NH농협카드를 내밀었지만, 이번에도 무임승차 당했다. 버스는 ‘세계해양대학교’를 지나 사람들로 붐비는 말뫼 중앙역에 도착했다.
오후4시, 우리를 태운 분홍색 기차는 덴마크와 말뫼를 이어주는 외레순 대교를 건너고 ‘외레순해협’을 수놓은 바람개비 풍력 날개들이 점점 멀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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