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뉴스
오키나와에는 있고 거제도에는 없는 ‘환상’
오키나와에는 있고 거제도에는 없는 ‘환상’
  • 거제통영오늘신문
  • 승인 2016.08.24 16: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변영호 샘의 일본 오키나와 한중일 환경교육 교류회 참가기

일본 최남단 섬 오키나와에서 열리는 한중일 환경교육 교류회에 참석 했다. 푸른 바다와 아열대 상록 활엽수림이 이방인을 설레게 만들었다. 이상하게 ‘낯익은 설렘’이다. 생각해 보니 거제도를 처음 방문했을 느꼈던 설렘과 비슷하다.

오키나와는 거제도와 문화적으로 닮았다. 거제도는 한국전쟁이 만든 슬픔을 품고 있다. 오키나와는 2차 세계대전 때 원주민들의 강제 노역과 학살이라는 아픔이 남아 있다. 거제도에는 한국전쟁의 옹이가 포로수용소로 남아 있다. 오키나와에는 2차 세계 대전의 굳은살이 미군기지로 남아 있다. 전쟁에 상처 입은 사람들이 살고 있는 곳이다.

오키나와 최북단에 있는 얀바루 야생생물 보호 센터 ‘우후기 자연관’을 방문했다. 얀바루란 ‘산이 있는 넓은 곳’라고 한다. 거제도로 비교 하자면 노자산과 견줄 수 있다. 자연보호센터에는 얀바루 생태계의 특징과 가치를 안내하는 다양한 자료들이 전시되어 있다. 중앙은 아이들이 체험활동 장소다. 아이들과 참가자들이 만들어 놓은 흔적들이 환경센터에 생명력을 불어 넣고 있다.

<사진: 얀바루 야생생물 보호 센터>

이곳에서는 오키나와뜸기부를 보호하기 위한 연구와 보호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얀바루 뜸부기라는 오키나와 고유종이 있다. 몽구스(Mongoose)들이 북상하면서 오키나와 뜸부기(Okinawa rail)를 잡아 먹어 뜸부기 수가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다. 담장를 쳐서 몽구스들의 북상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놀라운 것은 멸종에 대비해 오키나와뜸부기에 대한 증직 복원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진:오키나와뜸부기>

<사진: 오키나와몽구스의 북상을 박기위한 프로젝트 결과 일부 >

우리나라에서는 우포에서 따오기 복원 사업들을 진행하고 있다. 작은 오키나와의 야생생물 보호센터에서 우리나라 국가 단위에서나 추진되고 있는 비슷한 사업들이 진행하고 있다는 사실이 큰 감동을 주었다.

부럽다. 거제도를 ‘환상의 섬 거제도’라고 말한다. 사람들은 거제도에 와서 환성을 보고 느끼기를 바란다. 거제도 어느 곳에도 환상적인 거제도 생태계의 가치를 말해주는 환경센터가 없다. 거제도 주요 관광지를 알리는 관광지도가 있지만 찾아간 관광지가 품고 있는 자연 생태계의 아름다움과 가치를 설명하는 자료나 팜플렛도 없다.

오키나와에서 비행기로 한 시간 이동해서 이시카와 섬, 이시카와 섬에서 쾌속선으로 1시간을 달려 이리오모테섬으로 들어갔다. 이 오지의 작은 섬에도 환경보호센터가 있다. 비록 규모는 작았지만 이리오모테섬 생태계의 중요성과 가치를 알리고 있다. 섬에 살고 있는 최상위 포식자인 이리오모테삵을 보호하고 지키려는 노력들을 진행 중이다.

<사진: 이리오모테섬의 자연센터 정면>

<사진 : 이리오모테 삵 모습>

<사진 : 이리오메테섬의 삵 활동 공간 조사 결과>

거제도와 오키나와가 비슷하다는 것은 이방인의 착각이다. 거제도는 한반도 대륙생태계의 최남단 한려수도 국립공원의 중심이지만 이것에 대한 긍지와 자부심을 발견 할 수 없다. 작은 섬마을에 있는 환경센터도 없다. 생태계를 지키려는 의지 또한 차이가 있다.

단편적인 예지만 거제도 물길은 고대 한반도 물길의 비밀을 품고 있는 공간으로 매우 중요한 공간이다. 이 물길에는 유일하게 한반도에서 거제도만 서식하는 ‘남방동사리’라는 물고기가 살고 있다. 남방동사리는 야생생물 보호종 1급 보호종이다. 1급 보호종이기 때문에 당연히 지방자치 단체에서는 보호를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가치를 발견하고 지키려는 노력은 보이지 않는다. 1급 보호종에 대한 관심이 이 정도라면 다른 생물과 지역 생태계에 대한 인식은 보지 않아도 뻔하다.

거제 앞에는 ‘환상의 섬’이라는 수식어가 붙어 있다. 거제도는 그냥 섬이 아니라 우리 나라가 자랑하는 ‘환상의 섬’이다. 한려수도국립공원을 품고 있는 환상의 섬이다. 환상의 아름다움은 거제도의 산과 바다 강, 그리고 그 속에 살고 있는 생물들이 만든다. 환상의 섬 거제도에는 어떤 자부심을 표현하고 있을까? 오키나와의 얀바루의 뜸부기, 이리오모테섬의 삵은 지역 생태계에 대한 자부심의 표현이다. 긍지와 가치를 환경센터를 통해서 자랑하고 이것을 보기 위해서 사람들은 그곳으로 가고 있다.

부럽고 부럽다. 제주도에 가면 중국인 관광객들로 북새통이다. 제주도에 보고 싶은 것은 제주도의 산과 바다 들판이다. 얀바루, 이리모테섬에서 한중일 교사들과 환경 전문가들이 마주한 것도 환상적인 자연이다.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아끼고 지키려는 자연을 보면서 감동을 받았다.

집주인이 쓸고 닦지 않는 집은 손님이 오지 않는 법이다. 주인이 아끼고 다듬지 않는 곳에 와서 감동을 받기를 원한다면 그것이 ‘환상’이다. 산과 바다를 지키고 가치를 발견하려는 노력 없이 관광객이 오기를 바라는 것이 ‘환상’이다. ‘오키나와와 거제도가 비슷하다’는 환상을 깬 뒷맛이 너무 쓰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