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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 뒤편, 장옥관 시인
달의 뒤편, 장옥관 시인
  • 거제통영오늘신문
  • 승인 2014.03.31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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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 긁을 때 아무리 용써도 손 닿지 않는 곳이 있다 경상도 사람인 내가 읽을 수는 있어도 발음할 수 없는 시니피앙 '어'와 '으', 달의 뒤편이다 천수관음처럼 손바닥에 눈알 붙이지 않는 한 볼 수 없는 내 얼굴, 달의 뒤편이다 물고문 전기고문 꼬챙이에 꿰어 돌려도 모르는 것은 모르는 것 더듬이 떼고 날개 떼어 구워 먹을 수는 있어도 빼앗을수 없는 귀뚜라미 울음 같은 것, 내 눈동자의 뒤편이다
 

*정월대보름 여기저기서 달집은 많이 태웠지요? 모두 달의 한쪽면, 밝은 면만을 보면서 소원을 빕니다. 달은 자전주기와 공전주기가 같아서 늘 앞면만 보여준답니다. 한 때 달집을 태우는 이유가 달의 뒷면을 보기위해서라고 생각한 적이 있습니다. 알수없는 힘은 뒤에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보이는 것이 모두 다가 아니겠지요. 진정한 것은 보이지 않는 곳에 있는지 모릅니다. 모든 사물의 정면이 아니라 뒷면에 웅크리거나 거대하게 펼쳐져 있는 세계가 있습니다. 시를 비롯한 예술은 그곳에 닿고 싶어하는 욕망의 표현에 다름 아니겠지요.
피겨 스케이팅을 펼치는 김연아 선수의 화려함 뒤에 있는 발,발가락,발톱.
발레리나 최수진의 발. 영화배우의 화장과 분장 뒤의 민낯. 우리에게 늘 앞만 보여주시던 아버지의 뒷모습.
세상에는 더듬이 날개 8개의 발 입마저 다 잃어도 빼앗을 수 없는 '귀뚜라미 울음' 같은 것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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