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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사구시, 지성은 통한다 '성호사설'
실사구시, 지성은 통한다 '성호사설'
  • 거제통영오늘신문
  • 승인 2016.05.23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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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비란 결국 돈 없는 사람들이다. 돈이 없는 것은 그들의 죄가 아니다. 나라의 죄이며 사회의 죄다. 아무리 일해도 다 빼앗기는 세상에서 노비가 되는 것은 노비의 책임일 이치가 없다. 노비의 신분을 없애야 한다 벼슬은 적은데 사람만 많이 뽑아 혼란만 이루고, 모든 사람들이 부귀에 미쳐 과거를 보려고 평생을 소모하며, 또 벼슬을 얻으면 부귀를 누리려고 탐관오리가 되어 백성을 갉아 먹으니 과거처럼 나쁜 것이 없다. 지방마다 훌륭한 인재를 천거하는 것이 얼마나 좋은 것인지 모른다"

성호 이익(1682~1763) <성호사설>,처음만나는 우리인문학에서.
“왜 다산만 읽고 성호를 만나지 못했단 말인가. 이익 사상의 핵심은, 농업을 살려 부강한 나라를 만드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토지의 무한정 소유를 제한하는 한전제, 선비도 노동을 해야한다는 사농합일, 노비의 신분세습을 폐해 농민의 신분을 갖게 하자는 양천합일을 주장했다.”오래전 책을 읽고 쓴 메모다.
성호이익의 이같은 사상을 제대로 알기 위해 <<성호사설>>(민족문화추진위 편, 솔출판사)을 읽었다. 책은 조선 영조 때 실학자인 성호 이익(1681~1763)이 쓴 <성호사설>의 일부를 번역한 것이다. 성호사설은 천지문 만물문 인사문 경사문 시문문 등 다섯 부문으로 돼 있는데 그 30권 중 인사문에서 한 권 분량을 가려뽑아 번역해 놓은 것이다. 이익은 서문에서 스스로 쓸데없이 자질구레하고 대수롭지 않은 책이라는 의미로 사설이라 붙였다고 기록하고 있다.그러나 책은 간단치 않다. 당시의 정치경제적 모순의 한 복판을 서늘하게 가로지르는 비판정신이 곳곳에 숨쉬고 있다. 신분제도, 경제문제, 화폐제도, 사회풍습, 민생문제, 선비의 자세, 여러 인물에 대한 평가 등 18세기 조선사회의 모습을 비판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책을 통해 생의 마지막까지 한 순간도 양반다리 자세를 흩트리지 않은 꼬장꼬장한 선비, 리얼리스트, 자기비판에 천저한 개혁사상가를 만난다. 21세기 한국에서도 거울로 삼을 만한 비판정신이 곳곳에서 숨 쉬고 있다. 지금까지 300년을 앞서 걸은 자라고 할 만하다. 지금까지 그 실학 정신은 영향을 주고 있다. 생산활동에 참여하지 않는 선비로서의 가난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인간애의 관점에서 노비제도의 폐지, 선비도 생산활동에 참여해야 하며, 양극화 해결을 위해 한전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은 당시로서는 혁명적이다. 공자의 유가사상에 철저히 기반한 이익은 이른바 보수 그 자체라 볼 수 있는데 어떻게 이같은 주장이 어떻게 가능했는가? 이는 그가 현실에 기반한 철저한 리얼리스트였으며, 무엇보다 인간애에 투철했기 때문이다. 오히려 조선사회의 이념이었던 유가사상에 더욱 충실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유가이념에 기반한 부강한 조선사회 유지를 위해서는 사회경제체제를 개혁할 수밖에 없다는 현실적인 요구를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물론 이점에서 전제체제를 옹호하는 시대적 한계는 부정할 수 없다.검소한 생활, 백성중심의 정치, 욕망에 대한 경계, 신분을 떠나 능력에 따른 인재등용 등 곳곳에서 보이는 비판적 자세가 배울 만하다.
무엇보다도 글 읽는 선비, 지식인의 자세에 대한 이익의 염결성이 깊이 남는다. “나는 천성이 글을 좋아한다. 그러나 종일토록 고심하여 글을 읽어도 실오라기 하나 곡식 한 톨도 내 힘으로 생산하지 못하니, 어찌 이른바 하늘과 땅 사이에 한 마리 좀벌레가 아니겠는가. ”선비가 참을 것은 여섯가지가 있는데, 배고픔과 추위, 수고로움과 몸이 곤궁함, 노여움과 부러워짐이라고 말한다. 이것을 참는 것을 넘어 편안히 하는 경지에 이른다면 위로 하늘에 부끄럽지 않고 아래로 양심에 부끄럽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유가 최고의 경지가 도가 최고의 경지와 이어지는 것을 본다. 지성은 서로 통하기 때문이다. 살아가면서 다시 한번 경계로 삼을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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