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례'의 작가 서경식의 근작 <<시의 힘>>(현암사,2015)은 재일조선인 2세의 디아스포라를 끊임없이 묻고 있다. 책은 저자의 문학 입문과정을 소개하고, 루쉰과 나카노 시게하루의 만남, 저자에게 영향을 미친 일본 시인과 한국의 시인들에 대해 이야기 한다. 루쉰이 일본시인 시게하루에게 미친 영향이, 저자가 이 책에서 하고자하는 핵심을 담고 있다.
'이것은 승산의 유무나 유효성, 효율성 같은 원리들과는 전혀 다른 원리에 관한 이야기라는 것이다. 그것은 시인의 언어이며 그것이 서정시다'. '시의 힘이란 승산유무를 넘어선 곳에서 사람이 사람에게 무언가를 전하고, 사람을 움직이는 힘이다. ' 그러나 저자는 일본사회에 대해 전후(1945) 한 시기에 보였던 '가느다란 가능성'이 소멸의 낭떠러지에 있다면서 일본사회의 우경화를 비판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한국 또한 마찬가지다.
저자는 안락사하는 일본 민주주의의에 대해 지적하면서 양극화로 치닫고 있는 한국사회를 걱정하고있다. 같은 관점에서 시인이란 침묵해서는 안되는 사람이라고 강조한다. 이밖에 한국문학의 개념규정을 새롭게 해야하며, 민족문학(세계각국의 코리안 다아스포라 문학) 개념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지금 여기 현장성을 통해 한국문학이 세계문학으로 나야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패트리어티즘(애국주의)에 대한 새로운 성찰과 함께 픽션화되고 있는 생명의 현실을 비판하고 논픽션의 시를 강조한다.
현실을 교양의 자멸, 지성의 패배로 인식하는 저자는 시의힘, 곧 시적 상상력을 통해서, 길이 없고 희망이 없더라도 걸어가면 길이 되기 때문에 아직 걸을 수 있는 동안은 걸을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시에는 힘이 있을까. 의문이다. 다만 우리를 끝없이 비인간화하는 이 시대야말로 그 어느때보다 더 시와 문학의힘이 절실하다는 것이 저자의 결론이다. 일본사회의 소수자, 디아스포라의 글쓰기를 통해 아름답고 뜨거운 소수자의 길에 대한 긍정을 발견한다. 나는 어디에선가 소수자가 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자고 쓴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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