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고 여리고 외롭고 그리운 풀꽃들에게 바치는 시~
<<풀꽃 경배>>
개별꽃을 볼 때는 무릎 꿇고 경배하라
간난쟁이 손톱 반달보다 작은 별 앞에
쪼그려 앉아라 무릎 꿇어도 좋다
오체투지하라
낮은 포복 엎드려 쏴 자세도 좋아라
포복이나 엎드려 쏴는
전쟁할 때만 필요한 게 아니다
진심이 만든 자세가 아니어도 좋다
마음은 몸을 따라가는 것
몸의 자세에 대해서가 아니라
몸의 마음에 대해서 말하는 것이다
인간 동물들아
그대 처음이었던 푸른 혈맥을 따라
식물성에 경배하라 몸을 낮춰라
개별꽃 한 닢 개불알꽃 한 쪽 앞에 웅크린 짐승을 보라
노루귀 앞에 두 발 공손한 산짐승을 보라
이 순간만이라도 꽃이란 꽃은
예수고 부처고 알라다 창조주다
우주에 처음 아닌 것이 어디 있던가
봄의 저작권에 인세를 내라
가장 작고 가장 낮음으로서
가장 높아지는 이 역전승 앞에
무릎을 바쳐라 오체투지로 경배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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