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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치기 소년은 순수했다
양치기 소년은 순수했다
  • 거제통영오늘신문
  • 승인 2014.02.05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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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생각하며>

 

‘여우와 신포도’, ‘당나귀와 소금’, ‘염소 두 마리’ 등은 모두 이솝우화에 나오는 이야기들이다.
이솝 우화는 의인화된 동물들을 등장시켜 교훈을 주는 이야기 모음집이어서 교사나 학부모들이 아이들에게 인성교육을 위해 종종 들려주거나 보여준다. 필자의 경우에도 어린 시절에 동화와 만화 그리고 <뽀뽀뽀>같은 어린이 대상 프로그램을 통해 이솝 우화 속 이야기들을 자주 접했으며 중학교에 가서는 영어로 된 이솝 우화 몇 토막을 교과서를 통해 접하기도 했다. 이솝 우화 가운데 ‘양치기 소년’은 아주 빈번하게 다양한 방식들로 들은 이야기 가운데 하나였다. 
 
‘양치기 소년’ 속에서 ‘늑대가 나타났다’는 소년의 거짓말에 속은 주민들은 일손을 놓고 양을 지키기 위해 달려온다. 그리고 반복된 거짓에 속은 주민들은 진짜 늑대가 나타났을 때 소년의 외침을 외면한다. 그 결과는 주민들의 전 재산인 양떼를 모두 잃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습관적이고 반복적으로 거짓을 반복적으로 하게 되면 나중에 진실을 말해도 사람들이 믿지 않는다는 교훈을 반복적으로 배워왔다.
그런데 ‘양치기 소년’ 이야기가 필자에게는 여러 가지 질문들을 던지게 만들었다. 양치기 소년이 처음 거짓말을 했을 때, 주민들은 소년에게 거짓말을 하면 안 되는 이유를 분명하게 가르쳤을까? 소년의 거짓말이 반복되었을 때, 어른들은 아이가 왜 거짓말을 다시 하게 되었는지 묻거나 궁금해 했을까? 소년은 혼자만의 시간을 견디기 어려웠던 건 아니었을까? 소년이 거짓말을 여러 번 반복했음에도 주민들은 왜 소년 혼자 양을 돌보게 했을까? 현명한 노인이나 발랄한 소년, 지혜로운 소녀를 말벗으로 함께 있게 했다면 좋지 않았을까?
 
필자가 소년이었다면 양 한 마리 양 두 마리 양 세 마리 세다가 지쳐 잠이 들었을 것 같다. 잠이 들지 않았다면 정말 심심해서 ‘늑대가 나타났다고 소릴 질러 봐’하고 생각하거나 그 생각을 실천에 옮겼을 것이다. 양치기 생활이 하루 이틀 계속 된다면 혼이 나더라도 거짓으로 ‘늑대가 나타났다’고 소리쳐 사람을 불러 모았을 것이다. 왜냐하면 양치기 소년인 필자는 사람들에게 혼나더라도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것이 좋은 철부지이기 때문이다.
그렇다. 거짓말을 반복한 양치기 소년은 어린 아이였다. 특히 이솝 우화가 고대 그리스의 것임을 안다면 아이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어렸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사실 이야기 속 마을 주민들은 소년의 거짓말을 개선한다거나 늑대로부터 양들을 지킬 기회가 얼마든지 있었다. 하지만 주민들은 양치기 소년의 형편을 살피지 않았으며 소년을 매번 홀로 남겨두고 돌아가서 자신의 생업에만 몰두했을 뿐이다. 그래서 비록 양치기 소년이 한 거짓말이 마을 주민들의 재산인 양들을 잃게 만들었다 하더라도 소년이 보호받고 관심을 받고 싶어 던진 거짓말은  순수했다는 것이다. 
 
만약 양치기가 소년이 아닌 청년이거나 어른이었으면 어떻게 될까? 그 양치기가 관심을 끌기 위해 거짓을 반복하고 그래서 마을 주민들의 전 재산이나 마찬가지인 양들을 늑대에게 잡아먹히게 했다면 어떨까? 아마 분노했을 것이다. 양치기가 소년이었을 때는 분노하더라도 그 속엔 어이없음과 허탈함이 들어있을 것이지만 청년이나 어른인 양치기에게는 온전히 분노하고 분노할 것이다.
 
우리 사회에는 ‘정치가’라 불리는 양치기가 있다. 그들은 각종 여론조사의 신뢰도 평가에서 매년 꼴찌를 기록하고 있다. 실현 불가능한 공약을 남발하고 업적 부풀리기라는 거짓말을 몇 년째 반복하는 양치기. 실현 가능한 공약이더라도 온갖 이유나 조건을 만들어 파기하는 양치기. 왜곡된 역사교과서를 보호하려는 양치기 등등. 그런데 이렇게 매번 이 양치기에게 국정을 맡긴 것은 신뢰도 평가에서 꼴찌를 준 국민들이다. 
 
올해 6월 4일은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있는 날이다. 이제는 더 이상 양치기가 우리에게 하는 거짓말을 허용하지 말자. 더 이상 국민들이 힘들게 채운 곡간의 재화를 양치기가 마음대로 쓰는 것을 방치하지도 말자. 머리 굵은 양치기는 치명적인 독을 품고 있음을 이미 과거의 경험으로부터 충분히 배웠으니 이젠 그것에 마침표를 찍어도 되지 않을까?
 
 
안인수/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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