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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읽는 주말 타이어의 못을 뽑고 -시인 복효근
시읽는 주말 타이어의 못을 뽑고 -시인 복효근
  • 거제통영오늘신문
  • 승인 2014.02.05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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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했노라고 그땐

또 어쩔 수 없었노라고

지금은 어디서 어떻게 사는지도 모를 너를 찾아
 
고백하고도 싶었다
 
 
 - 그것은 너나 나의 가슴에서 못을 뽑아버리고자 하는 일
 
 
그러나 타이어에 박힌 못을 함부로
 
잡아 뽑아버리고서 알았다
 
빼는 그 순간 피식피식 바람이 새어나가
 
차는 주저않고 만다
 
 
 
사는 일이 더러 그렇다
 
가슴팍에 대못 몇 개 박아둔 채
 
정비소로 가든지 폐차장으로 가든지
 
갈 데까지는 가는 것
 
 
갈 때까지는 가야 하는 것
 
치유를 꿈꾸지 않는 것
 
꿈꾼대도 결국 치유되지 않을 것이므로
 
대못이 살이 되도록 대못을 끌어안는 것
 
 
 
때론 대못이
 
대못 같은 것이
 
생이 새어 나가지 않게 그러쥐고 있기도 하는 것이다
               
 <<따뜻한 외면>> 실천문학사
 
어느 출판사의 자기 다짐같은 글귀가 눈에 쏙 들어왔다.
'한 그루의 나무를 희생할 만큼 가치 있는 책을 내고 있는가'. 책한권을 내는 데는 나무 한 그루 이상이 쓰러진다한다.
책의 홍수, 글의 홍수, 시의 홍수 속에서 사라져가는 슬픈 '나무'라는 족속.
지리산 시인 복효근의 시집은 나무에 대한 미안함이 극복되고도 남는다. 세상에 대한 따뜻하고도 깊은 성찰. 내면을 향한 울림, 자연과 생태, 인간에 대한 깊은 사랑으로 쓰여진 시편들에서는 나무가 내는 소리도 난다. 
복시인은 시인의 말에서 "살아 있는 날까지는/피어라, 꽃./피지 않아도 좋을 꽃은 없다./고 말한다. 존재 하나하나가 지닌 생의 무게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무엇하나 가치없거나 하찮은 것은 없다. 모든 피어난 꽃은 '갈 데(때)까지 가야'한다.
누구나 가슴속에는 치유를 꿈꾸지만 결코 치유될 수 없는 대못이 있다. 생이 새어 나가지 않게 꼭 물고 있는 대못. 결국 내 살이 되도록 끌어 안고 가는 것. 깊은 옹이를 꽉 물고 늙어가는 나무가 보인다./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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