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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방동사리' 와 2300만년 전 거제도
'남방동사리' 와 2300만년 전 거제도
  • 거제통영오늘신문
  • 승인 2015.06.01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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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도의 하천 생태계 1

자가사리와 남방동사리가 말하는 2300만년 전 거제도 비밀

1999년 6월경, 소동천에서 아이들과 처음으로 물고기를 잡았다. 미끈망둥어, 꾹저구, 은어를 만나면서 거제도 개울과 인연이 만들어졌다. 거제도 하천들은 폭이 좁고 길이가 짧은 독립된 작은 개울이다. 모두 바다와 만나 기수지역을 형성하고 바다로 흘러 들어간다. 수심이 얕아서 물고기 탐사 활동을 하기에는 좋은 조건을 가지고 있다.

2004년도 하늘강, 소동천민물고기모니터링을 끝내고 찍은 사진

거제도는 18개 하천과 97개 소하천을 품고 있는 물이 풍부한 축복 받은 땅이다. 고현에는 고현천이 연초에는 연초천이 외포에는 외포천이 둔덕에는 둔덕천이 있다. 거제도 사람들은 물길에 의지해 마을을 만들고 바다와 마주하면서 삶들을 이어 왔다.

거제도에 몇 종의 물고기가 있을까? 처음 물고기 모니터링을 하면서 풀고 싶었던 숙제다. 거제도는 한반도에 부속된 도서 중에서 가장 많은 민물고기가 사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기존 연구 결과를 확인해 보니 조사 시점마다 다르지만 18종에서 30종이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되었다.

거제도 담수어류연구는 기존 연구 자료 분석과 현장 모니터링 결과를 종합하여 정리했다. 1980년부터 1998년까지의 문헌 자료를 분석해 보았는데 15과 41종의 어류가 서식하고 있다는 새로운 결과가 나왔다. 1999년부터 2009년까지 거제도 담수 어류 모니터링 과정에서 17과 44종의 물고기의 서식을 확인했다. 두 자료를 종합해 보면 거제도 물길에는 20과 54종의 물고기가 서식하고 있다. 이 중에서 6과 10종은 모니터링에서 직접 확인하지 못했다.

비슷한 시점에서 발간된 ‘민물고기 쉽게 찾기(노세윤, 진선,2009)’에 보면 한국산 민물고기 목록을 17목 39과 215종으로 기록하고 있다. 이 자료와 비교해 본다면 작은 섬 거제도에 우리 나라 물고기의 약 25%가 살고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물고기는 지사학적 분포가 명확하기 때문에 다양성 측면에서 54종의 물고기는 매우 높게 평가 받을 수 있다.

거제도 담수어류의 중요성은 종수와 다양성에서 나오는 것은 아니다. 1999년 손영목 교수님과
송호복교수님은 거제도 물길에 대한 의미있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거제도는 계룡산맥을 기점으로 연초천과 고현천 권역 물길은 내륙 낙동강 수계와 연결되어져 있었고, 둔덕천과 산양천은 섬진강 수계와 연결되어 있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지금으로서는 상상이 안 되는 상황이다.

거제도의 지사학적 분포 특징


동해가 열리면서 일본 열도가 한반도에서 떨어져 나가기 시작한 것이 약 2300만년 전이다 이때 쯤 거제도가 한반도에서 분리되어 섬이 되었을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다. 2300만년 전의 물길에 대한 정보를 어떻게 알았을까? 이 사실은 자가사리라는 물고가 말 해주었다. 자가사리는 개울 중상류역에 살고 있는 물고기다. 고향인 산청에서는 자가사리를 댕싸리, 땡까리등으로 부른다.

섬진강 물길에서 사는 자가사리는 꼬리 무늬에 밝은 반달 모양 무늬가 있다. 낙동강 물길에 사는 자가사리 꼬리에는 무늬가 약하거나 없다. 같은 종이지만 이런 작은 차이는 어떻게 만들어 졌을까? 과학자들은 물고기가 강이라는 특수한 환경과 제한된 공간 속에서 수천만 년을 살아오면서 만들어낸 진화의 결과라고 말한다.

▲ 낙동강자가사리 모습
▲ 낙동강자가사리 꼬리 모습
▲ 섬진강 자가사리 모습
▲ 섬진강 자가사리 꼬리 모습
섬진강지역에 살고 있는 자가사리 모습이 거제도 둔덕면과 동부면에서 발견되었다. 낙동강 수계에 살고 있는 자가사리가 고현과 연초면 쪽에서 발견되었다. 같은 물길에는 같은 모양의 자가사리가 살고 있다. 이 사실을 통해서 거제도 물길의 비밀이 밝혀진 것이다. 상상력을 넓혀 본다면 거제도는 섬으로 분리되기 전에 한반도 물줄기의 마지막 정거장이었다.

낙동강의 영향을 받은 고현 권역
섬진강의 영향을 받은 거제면 권역 

거제도 담수 어류의 분포에서 흥미로운 사실 하나가 또 있다. 거제도 물길이 일본의 남서부까지 흘러들어 갔다고 하는 사실이다. 채병수 박사님은 일본 수계에 서식하는 남방동사리가 거제도 산양천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처음 확인했다. 남방동사리는 일본의 남서부에 서식하고 있는 물고기이다. 일본에 살고 있는 물고기가 거제도 산양천에서 발견 되었기 때문에 산양천 물줄기가 일본과 연결되어 있었다고 말 할 수 있다.

 

산양천의 남방동사리 모습

 

일본 남방동사리 모습. 사진 성무성님이 일본 오사카 채집

 
우리가 잡고 보는 물고기는 오랜 세월 동안 환경에서 적응한 결과물이다. 작은 물고기가 살고 있다는 사실 하나가 과거 환경 특성을 알려주는 중요한 아이콘이 되고 생태를 이해할 수 있는 단서들이 된다. 거제도의 경우 자가사리와 남방동사리가 대표적인 예이다. 자가라시리와 남방동사리가 거제도 담수 생태계의 생태학적 가치와 의미를 증명하고 있다. 다음에는 다른 물고기들이 다른 이야기를 해 줄지 모른다. 다만 지금 우리가 무관심하거나 모를 뿐이다.

현재의 연구 결과만으로도 거제도 담수 수계는 특별하고 의미있는 공간이다. 잘 관리되고 보호되어야 할 이유들도 넘쳐 난다. 거제도는 한반도와 일본 담수수계를 연결하는 지정학적 중간 지점으로 이해되고 보호 관리되어야 한다. 거제 담수어류 모니터링의 최종적인 나의 결론이다.

현실은 아쉽기만 하다. 거제도 담수 수계에 대한 생태적 가치를 이해하기도 전해 많은 소하천들이 소하천 정비 사업이라는 이름으로 곳곳이 파헤쳤고 사라지고 있다. 거제도 하천에 대한 연구와 관심은 여전히 초보적 수준이다. 그렇게 시간들이 흘러갔고 또 흘러가고 있다. 두렵고 안타까운 시간들이다. 지금의 과학 기술로서는 이해하지 못하는 수많은 생태학적 의미와 가치들이 지금 이 순간에도 사라지고 있는지 모른다. 이것은 우리 세대의 문제가 아니라 미래 세대들과 연결된 문제다. 왜 우리가 미래 세대들이 풀어야 할 다양한 생태학적 자료들을 사업이라는 이름으로 폐기처분 하고 있을까? 두려운 현실이 불어난 물처럼 범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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