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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위자연, 노자산에서 예술로 놀다
무위자연, 노자산에서 예술로 놀다
  • 거제통영오늘신문
  • 승인 2023.04.03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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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장 개발에 맞서 노자산을 생각하는 작은 예술 행동
'무위자연, 노자산에서 노자' 작은 예술제 참가자들의 기념 쵤영
'무위자연, 노자산에서 노자' 작은 예술제 참가자들의 기념 쵤영

바람의 언덕과 동백섬 지심도로 유명한 거제도에 봄이 절정이다. 
산에는 산벚꽃이 환하고 가로수 길마다 벚꽃이 흩날린다. 동백꽃은 땅을 물들이며 땅 위에서 한 번 더 피고, 푸른 하늘과 바다를 배경으로 유채꽃은 더욱 노랗다. 상춘객들로 북적이는 4월 2일, 거제시 동부면에서 ‘바람의 언덕’과 해금강으로 가는 노자산 기슭 도로변 작은 공원에서는 색다른 예술제가 열렸다.  

4월 초 거제도 곳곳은 봄이 절정이다
4월 초 거제도 곳곳은 봄이 절정이다

 

‘무위자연, 노자산에서 노~자’
골프장으로 사라질 위기에 놓인 노자산 숲을 위로 하고, 그 숲에서 위로받기 위해 지역 예술가들이 마련한 작은 축제다. 

 

노자산은 노자, 장자 할 때 그 ‘노자(老子)’에서 따온 이름이다. 언제인지 모르나 불로초와 영약이 많고 신선이 사는 산이라 하여 그 이름을 얻었다고 한다. 고려 팔만대장경의 원목이 이곳에서 생산됐으며, 조선시대에는 ‘봉산’으로 지정돼 입산이 금지된 산이었다. 상록 및 낙엽활엽수림대가 극상림에 가깝고, 울울창창한 숲은 최고의 생물다양성을 자랑한다.
노자산 남동쪽은 한려해상국립공원으로서 명승2호 거제해금강, 바람의 언덕, 천연기념물 학동동백숲 팔색조 번식지가 있다. 
노자산에서 발원한 산양천 물줄기에는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이곳에만 서식하는 멸종위기 1급 민물고기 남방동사리가 산다. 이밖에 멸종위기종인 애기송이풀 풍란 나도풍란 석곡 대흥란 따위가 서식 보고돼 있고, 금새우난 새우난 백양꽃 갯취 노각나무 백작약 애기등 약난초 수정난풀 같은 희귀식물, 한반도 특산식물이 수없이 많다.


산은 육지의 산에 비하면 해발 565m로 높지도 않고 첩첩 깊지도 않다. 그러나 거제도 최남단 망산과 거제도 최고봉 가라산(585m)과 거제남북지맥으로 이어져 사방으로 남해바다를 조망하며 바다위를 걷는 듯한 산행길이 좋아 많은 등산객이 찾는다. 
그 노자의 산이 개발로 몸살이다.
노자산 북동쪽 거제자연휴양림쪽은 노자산 케이블카가 들어서서 유원지화 됐고, 서쪽방면은 수 만평이 채석장 개발로 깊은 생채기가 났다. 이러한 상황에서 노자산 남서쪽 마저 골프관광단지 개발로 절딴 날 위기에 놓인 것이다. 

 

㈜경동건설과 거제시, 경남도는 거제시 남부면 탑포리 산2-1 일원 369만 제곱미터에 27홀 골프장 중심의 거제남부권복합관광단지를 추진중이다. 지난해 12월 23일 ㈜경동건설은 환경영향평가서 본안을 낙동강유역환경청에 제출했다. 환경단체들은 기자회견을 열어 거짓평가서라며 문제제기 했고, 어민들은 ‘생존권 대책없는 골프장 개발은 안된다’면서 낙동강환경청 앞에서 40여일 째 릴레이 단식농성 중이다. 

행사장에서 본 댓섬, 이 섬도 개발구역에 포하된다
행사장에서 본 댓섬, 이 섬도 개발구역에 포함된다

 

환경단체는 골프장 개발예정지는 숲이 울창하고 멸종위기야생생물 등 50여종의 보호종이 있는 생태자연도 1등급권역이 30% 이상이나 돼 개발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곳이라는 주장이다. 특히 통영거제환경운동연합의 5년간의 조사에 따르면 골프장 예정지는 멸종위기종인 팔색조와 긴꼬리딱새의 집단서식지다. 멸종위기종 282종 중 유일하게 ‘거제’지명이 붙어 있는 ‘거제외줄달팽이’의 유일 서식지이면서, 역시 멸종위기식물인 대흥란의 우리나라 최대 서식지다.
그러나 환경부는 흑산도공항, 설악산케이블카처럼 개발에 동의해줄 태세다.
기후위기 시대 숲은 탄소를 저장하고 기온을 낮추며, 미세먼지 등 온갖 공해물질을 흡수하고 맑은 공기와 맑은 물을 선사하며, 온갖 생명들의 서식지이자 인간의 휴식처이다. 노자산이 골프장으로 개발될 경우 너무나 많은 것을 잃어버릴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가진 사람들이 ‘노자산을 위해 무엇이든 해보자’면서 뜻을 모은 것이다.

개발예정지의 풍경
개발예정지의 정상부 소사나무와 그늘사초가 있는 풍경

 

행사는 송민수 작가의 시 낭송, 통영에서 온 장용창과 이현정은 자작곡 ‘노자산 늙은 숲’을 노래했고, 이김춘택의 노래, 송훈상의 클래식 기타 연주, 조민영의 건반 연주, 문철봉의 도덕경 낭송, 박용보의 영남북춤 공연 순으로 진행됐다.

노자산 작은예술제 풍경
박용보님의 영남북춤
박용보님의 영남북춤
클래식 기타 공연 장면

 

행사에 참여한 한 학생은 “벚꽃이 활짝 핀 아름다운 숲에서 공연을 보고 좋은 경치를 보니까 더욱 노자산을 지키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고 소감을 말했다.


노자산 지키기 수업을 진행 중인 강미영 교사는 “동식물 덕분에 인간이 사는 만큼 인간들도 동식물들을 지켜줘야 합니다. 환경은 모두의 것이기에 특정인들이 이익을 위해 함부로 손을 대지 말았으면 합니다”라는 학생들의 마음을 전했다.

가족 모두가 생태계조사활동을 벌이는 ‘못생긴가족단’ 허성범 대표는 “노자산 일원에서 멸종위기종 삵을 촬영하는데 성공했다”면서 “삵은 거제도에 몇 마리 있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매우 희귀하다. 노자산은 섬지역인 거제도에서 삵은 물론 야생생물들의 생태 방주 역할을 하는 보루와 같은 곳"이라면서 노자산 보호를 강조했다. 

노자는 말한다. ‘가장 좋은 것은 물과 같이 온갖 것을 이롭게 하면서도 다투지 않고, 세상이 싫어하는 낮은 곳에 머물고(도덕경 8장), 애착이 심하면 반드시 소비가 많고 많이 저장하면 반드시 크게 잃고, 족함을 알면 욕을 당하지 않고 멈출 주줄 알면 위태로움이 없다(44장).

참가자들은 노자산의 그 이름처럼 숲이 오래토록 남아있기를 시와 노래와 춤으로 빌고 빌었다.

아름드리 소나무를 안아주었다
아름드리 소나무를 안아주었다

 

참가자들은 행사장 근처 솔숲에 들어서 아름드리 큰 나무 어르신들을 한 번씩 안아주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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