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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이는 자유와 포용의 도시 파리
반짝이는 자유와 포용의 도시 파리
  • 거제통영오늘신문
  • 승인 2015.02.11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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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딸과 함께 유럽여행기 5

여행일기5

허술하고 느슨함 속에 반짝이는 자유와 포용의 도시 파리

1월 20일 오후 1시 30분에 파리 노드(Nord)역으로 출발하는 유로스타를 타기 위해 런던 세인트펜크라스역에 도착했다. 유럽의 공항이나 기차역 사람들이 많이 북적대는 곳에 피아노가 놓여있었다.

‘어, 웬 피아노’ 했었는데 이 역도 마찬가지 피아노가 있었다. 베토벤 파마를 한 외국 남자가 앉아서 피아노를 연주하기 시작했다. 클래식에 그다지 익숙하지 않은 나도 금방 알아들었던 베토벤의 ‘엘리제를 위하여’가 울려 퍼지자 오가는 사람으로 시끌벅적한 공간이 좀 차분해지면서 여유가 생기고 분위기 있는 공간으로 바뀌는 듯 했다. 작은 피아노 한 대가 주는 효과가 꽤 있는 듯 했다. 우리나라도 시끄럽고 좀 지저분하고 복잡한 곳에 피아노, 아니 풍금이라도 놔 두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잠시 하다가 머리를 저었다.


유럽 국가들은 서로 자유롭게 왕래하지만 그래도 국경을 건널 때는 공항 검색대와 같은 검문검색을 했다.
런던보다 1시간 늦은 파리 노드역에 도착했을 때 오후5시15분,  항상 느끼지만 공항이나 역에 내려서 숙소까지 가는 가장 편한 방법은 택시를 타는 것이다.  비용은 좀 들지만 시간과 고생을 생각하면 다른데서 좀 아끼고 숙소까지는 택시가 좋다는 걸 알면서 파리에서 숙소 리버텔(libertel)을 찾아 지하철을 탔다.

짐 가방 두 개 끌고 각자 배낭 하나씩 메고 단홍이는 인형 두 개 안고,  파리 지하철은 런던 지하철과 달리 탈 때 표를 기계에 넣고 들어가지만 나 갈 때는 표를 넣을 필요가 없었다. 그냥 나가는 시스템이고 런던처럼 감시하는 직원들도 없었다. ‘이런 자유로운 시스템이면 무임 승차도 많겠는데 적자 아닌가’ 그런데 무임승차 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100년이 넘는 전통을 자랑하는 파리 지하철을 타고 숙소가 있는 오스테를리츠역(Gare d'Austerlitz)에 도착했다. 지나가는 파리 사람들에게 지도를 보여주고 겨우 센강변에 위치한 숙소를 찾았다. 허기와 추위를 피할 수 있을 것이라 안도하면서 들어갔는데 사람은 세 사람인데 두 명으로 예약한 것이 문제가 되었다. 싱글침대 두 개 뿐이라서 세명은 곤란하다고 했다. “엑스트라베드 없냐”고 물었더니 규정상 2인실은 2인이상 숙박하면 안된다고 했다. 영문을 모르는 아이들은 몇 층으로 가면 되냐고 제촉했고 “그럼 다른 방법이 없냐” 고 했더니 호텔직원은 같은 리버텔로 다른 지점을 알아보겠다며 전화를 돌렸다. 다행히 같은 가격에 3명이 묵을 수 있는 패밀리룸을 소개해주었고 친절하게 택시까지 불러주었다.


택시타고 도착한 곳은 런던 발 기차가 도착한 노드역에서 가까운 가르 드 레스트(Gare de l'Est역) 근처였다. 패밀리가 머물기엔 다소 좁았지만 그리 불편하진 않았다. 대충 마트에서 사온 것으로 허기를 채우면서 프랑스 방송을 모니터 할 요량으로 텔레비전 채널을 돌려보았다. 알자리자 방송에서 한국의 아리랑 방송까지 채널의 다양함에 감탄하고 있는데 가정부들도 차별받지 않고 권리를 찾기 위해 가정부 노동조합을 만들어야된다는 국제노동기구(ILO)의 광고는 노동조합하면 기겁하는 우리나라와 달라도 너무 다른 환경이 낯설었다.

허술한 지하철 시스템에서 폭 넓은 방송광고까지 프랑스의 첫 인상은 포용과 자유분방함이었다.
다음날, 프랑스의 첫 방문지를 아이들과 의논한 결과 ‘르브르박물관’으로 결정하고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파리 지하철을 타고 르브르박물관으로 갔다. 지하철 역에 내리자 마자 검문검색을 당했고 박물관 입구가 어딘지도 모르고 긴 줄 뒤에 서야했다. “엄마 이게 박물관 줄인 것 같은데” “나 참, 르브르 얼마나 대단 하길래...태어나서 줄서서 박물관 들어가기는 처음이네”


2차 검색대를 통과하는데 1시간이 걸렸다. 천정이 유리로 된 피라미드라 박물관 그랜드플로어(유럽의 0층)는 하늘을 쳐다볼 수 있었다. 어른 1인당 12유로 티켓을 사고 하루에 절대 다 둘러볼 수 없는 지하 1층부터 0층, 지상1, 2층까지 총 4층으로 된 어마어마한 르브르 박물관을 둘러보았다. 모나리자, 비너스상 등 유명한 작품 주위에는 언제나 사람들이 바글바글했다. 모나리자는 진품인지 유리 액자에 보관되어 있었고 경비까지 삼엄했다. 밀로의 비너스상은 참 곱고 세련미가 넘쳤다. 그 외에도 특정부위를 가리지 않고 그대로인 맨 몸에 근육이 울퉁불퉁 살아 있는 듯한 중세시대 조각상들과 유럽을 지배했던 기독교 문화의 위상을 한 눈에 알 수 있는 엄청난 그림들은 질릴 정도로 많았다.

그리고 자기가 좋아하는 작품 앞에서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을 꽤 많았다. 이것도 우리나라 박물관에서 볼 수 없는 풍경이었다. 우리나라를 지배하고 있는 ‘누가보면’사상, 항상 다른 사람 시선을 의식하는 것 과 거리가 먼 ‘누가보면 어때’ 타인을 의식하지 않고 자기가 하고 싶은 일에 몰두하는 당당함이 보기 좋았다.
 

박물관 내 카페 겸 식당에서 딱딱한 빵으로 점심을 먹고 본전 생각에 다시 힘을 내어 박물관을 마저 둘러본 후 지하철로 한 정거장 거리에 있는 퐁네프 다리 지나 센 강의 시테 섬에 있는 노트르담 성당에 도착했다. 은혜롭고 성스러운 다른 성당들과 달리 빅톨 위고 소설 속 인물인 곱추가 감금되어 있을 것만 같은 스산한 기운을 뿜어내고 있는 노트르담 성당을 한 바퀴 돌면서 ‘우리의 귀부인’이란 뜻과 정말 어울리지 않은 성당의 기괴함에 빠져들었다.


어느새 주위가 캄캄해졌다. 나온 김에 에펠탑의 야경까지 보고 들어가자고 두 딸을 설득하여 거미줄 같은 파리의 지하철을 타고 에펠탑으로 갔다. 지하철에서 내리자마자 “우와 대박!” 힘들다고 툭 튀어나온 아이들 입에서 나온 감탄사였다. 빡빡한 하루 일정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가는 지하철 내, 중저음의 기름진 프랑스 남자 목소리의 안내방송은 마치 자장가처럼 부드럽게 들렸다. ‘알마 막스르’역을 ‘아줌마 막술’로 알아듣고 조용한 지하철 안에서 미친 듯 웃었다.


파리에서 셋 째 날은 단홍이가 추천한 유럽에서 유일한 파리 '디즈니랜드‘로, 국철인 2층 기차 RER을 타고 갔다. 10여일동안 햇볕을 본 적이 없었다. 오늘도 금방이라도 물방울이 뚝뚝 떨어질듯 한 무거운 하늘이었다. 서양 사람들이 햇볕을 보면 왜 환장하는지 충분히 이해가 되었다. 햇볕 따뜻한 거제가 너무 그리웠다.
 

넷 째 날은 파리근교에 있는 ‘베르사이유 궁전’으로 코스를 잡았다. 단홍이는 전날 디즈니랜드에서 무리한 탓에 쉬고 싶다 해서 호텔에 남겨두고 큰 딸과 함께 베르사이유 궁전으로 가는 국철을 탔다. 기차 한 칸에 우리 둘 밖에 없었다. 1시간 넘게 달려 도착한 종점에서 다시 버스를 타고 ‘베르사이유 장미’의 배경인 베르사이유 궁전으로 갔다.
‘이 궁전을 지으려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고생했을까’ 싶을 만큼 궁전은 화려하고 웅장했다. 끝없이 펼쳐진, 잘 다듬어진 정원은 차를 타지 않으면 걸어서 돌아보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자연과 조화를 이루고 있는 우리 경복궁이 더 멋스럽고 훨씬 아름답다.
애니메이션을 전공하는 큰 딸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여 베르사이유 궁전에서 다시 파리 시내 만화 전문서점을 찾았다. 예술의 도시 파리도 만화는 일본을 따라 갈 수가 없었다.

파리의 마지막날은 토요일이었다. 파리 지하철요금은 주말에는 26세 이하 젊은이들에게는 반값이기 때문에 기계에서 26세 이하 표 세장을 끊으려고 지하철 창구에서 동전을 바꿔달라고 했더니 이유를 물었다. 기계에서 표를 사려고 한다고 했더니 그냥 창구에서 사라고 했다. ‘이런, 눈치 챘구나.’


밤새 비가 왔는지 축축하게 젖은 몽마르뜨 언덕은 파리 시내를 내려다 볼 수 있었고 언덕에 우뚝 솟은 ‘사크레쾨르 성당’은 관광객들도 미사에 참석할 수 있게 했다.
몽마르뜨 언덕을 내려와 ‘로뎅박물관’을 찾았다. 미술교과서 단골 ‘생각하는 사람’ 단테의 신곡에 나오는 ‘지옥의 문’등 우리에게 잘 알려진 작품들 뿐만아니라 수많은 조각품들이 박물관 정원에 전시되어 있었다.
“엄마, 조각가들은 정말 천재야, 작품의 손 만 봐도 알 것 같은데” 에니메이션을 전공하는 큰 딸이 아는 척을 하더니 사진을 찍어대기 시작했다.
지치지 않고 둘러보기에 딱 좋은 로뎅 박물관을 나와 바람 부는 파리 거리를 걸었다. 멀리 에펠탑이 보였지만 다음날 무질서하고 다소 느슨함 속에 자유와 포용이 반짝이는 파리를 떠나 마지막 여행지 로마로 갈 차비를 하러 숙소로 발길을 돌렸다.


 
파리를 먹여 살리는 르브르박물관

 
어디 나뭇잎이라도...


 
정말 섬세하다

 
에게, 무슨 고민이 있다고...
 
지금 템버린과 같은 용도일까

 
너무 곱지 않나요

 
남잔지 여잔지 고민에 빠진 큰 딸 -르브르박물관-

 
겨우 비집고 들어가서 인증샷, 진품 맞겠죠?

 
텁텁한 센강 뒤로 멀리 노트르담 성당

 
노트르담성당앞 한국에서 온 여학생들이 찍어준 사진

 
야경이 끝내주는 에펠탑 사진은 영 아니군요

 
유럽에서 유일한 파리 디즈니랜드

 
디즈니랜드의 네모지게 깍은 나무

 
디즈니랜드 퍼레이드 기다리는 수많은 사람

 
유일하게 한국어가이드북이 있었던 베르사이유 궁전과 정원

 
화려한 베르사이유 궁전 내부

 
지나치게 화려한 베르사이유 궁전내부

 
베르사이유 궁전 정원 중 극히 일부

 
몽마르뜨 골목

 
몽마르뜨언덕 ‘사크레쾨르성당’

 
미술교과서 단골 ‘생각하는 사람’ 로뎅박물관에서

 
로뎅박물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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