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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매각 대책위 천막농성장 996일만에 '철거'
대우매각 대책위 천막농성장 996일만에 '철거'
  • 거제통영오늘신문
  • 승인 2022.02.03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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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해양 불공정매각반대 거제범시민대책위원히는 27일 오전 대우조선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EU의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합병 불허’ 방침에 띠리 사실상 합병이 무산됐다고 판단, 996일째 이어오던 천막농성을 중단하고 새롭게 전열을 가다듬기로 했다.

범대위는 정부와 산업은행의 향후 방향을 주시하며 대우노조와 함께 향후 입장을 정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범대위는 또 천막농성은 기자회견 직후인 996일자를 끝으로 철거했다. 다만, 범대위는 해체하지 않고 그룹 채팅방 등을 통해 계속 활동해 나가기로 했다.

***다음은 범대위의 이날 기자회견 전문이다.

노동자와 시민의 정의로운 연대가 정부와 재벌의 불공정 담합을 막아냈습니다.
- 3년간의 범시민대책위원회 활동을 마무리하며

존경하는 거제시민 여러분, 대우조선 불공정 매각 반대에 동참해주신 경남도민과 국민 여러분, 감사합니다. 여러분의 성원에 힘입어 대우조선을 지켜냈습니다. 일자리를 지키고 지역 경제에 미칠 폭풍우를 막아낼 수 있었습니다.

열흘 전 유럽연합 공정위가 대우조선과 현대중공업의 기업결합을 불승인했습니다. 양사의 합병으로 LNG운반선 등 특정 선박의 세계시장 점유가 심각한 독과점에 이르고 이로 인해 유럽연합 선주사들과 LNG를 사용하는 유럽 소비자들에게 피해를 줄 것이라고 보았습니다. 이러한 지적은 유럽연합이 정밀조사에 착수할 때 이미 공언된 것이었습니다. 현대중공업의 중간지주회사인 한국조선해양은 이에 대해 납득할 만한 구조적 해소방안을 제시해야 했으나 결국 실패했습니다.

기자회견장에서의 주요인사 발언

곧이어 한국조선해양은 국내 공정위에 제출한 기업결합심사 신청서를 철회했고 공정위는 심사 종료를 선언했습니다. 이로써 산업은행 이동걸 회장의 기습발표로 촉발된 대우조선해양의 매각은 무산되었습니다.

매각 무산은 산업은행의 오판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초대형 조선소를 만들어 국가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그 발상이 스스로 발목을 잡아 유럽연합의 독과점 벽을 넘어서지 못했습니다. 정부의 무능도 한몫 했습니다. 한국 조선산업의 미래 발전전망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성찰 없이 공급과잉이며 기업 인수합병을 통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외국 컨설팅회사의 보고서에 근거해 합병을 밀어붙였습니다. 거기에 저가수주 피해를 줄이고 중간지주회사를 설립해 경영권 승계를 용이하게 하기 위한 현대재벌의 무리한 욕심이 더해졌습니다. 오판과 무능, 과욕으로 점철된 이번 매각 추진과 무산에 따른 책임이 당연히 뒤따라야 합니다.

꼭 3년이 흘렀습니다. 우리 거제시민대책위는 2019년 3월 결성 당시부터 줄곧 매각 추진이 밀실에서 이루어진 졸속임을 밝혔습니다. 현금 한 푼 받아내지 못한 채 현대중공업에게 막대한 이익을 안겨다주는 특혜매각임도 강조해왔습니다. 인적, 물적 구조조정을 통해 노동자들의 고용은 보장받지 못할 것이며 지역 경제는 악화일로로 치달을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기회는 평등하지 못했으며 과정은 공정하지 못했고 결과는 정의롭지 못했습니다.

정부, 금융 당국, 현대 재벌이 합작한 삼각파도 앞에서, 다수가 이미 끝난 일이라고 자조하는 그 때 대우조선 노동자들과 우리 거제시민들은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강고한 연대로 전선을 만들어 싸워왔습니다. 250여개 시민사회단체가 자발적으로 대책위 결성에 동의하고 어깨를 걸었습니다.

시민대책위는 시민의 여망을 받아 최선을 다했습니다. 서울, 세종을 가리지 않고 집회에 나섰으며, 거리마다 현수막을 내걸었습니다. 주말마다 거리 홍보전을 통해 거제시민의 반대 결의를 드높였습니다. 현대중공업의 실사를 저지하기 위해 설치한 후 매각반대 시민운동의 보루였던 천막농성장은 오늘로 996일째를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몇 번의 무더위와 추운 겨울을 보냈는지 아득합니다. 거제시의회의 매각반대 결의문 채택, 국회의원의 대정부 비판, 거제시장의 매각반대 입장 표명 등 지역 정치권도 뜻을 함께 했습니다.

농성장 천막을 철거하고 있다.

대책위의 활동에 시민들은 마음과 행동으로 함께해 주셨습니다. 필요한 사업비를 마련하기 위한 후원금 모금 일일주점에는 수많은 손길과 정성이 모였습니다. 불과 3주만에 10만명이 넘는 시민이 반대서명에 동참했습니다. 대책위가 주관한 문화제는 수백, 수천명이 참여해 응원하고 정부에 대해 날선 비판을 쏟아냈습니다. 오래전부터 거제에 크고 작은 수많은 시민과 노동자, 정치권의 연대가 있었지만 이번처럼 끈질기고 단호했던 적은 없었습니다. 그 결과가 오늘 우리가 그토록 외치고 바라던 매각 무산이라는 성과로 나타났습니다. 비록 유럽연합의 기업결합 불승인이라는 외부적 요인이 크게 작용한 매각 무산이지만 이 과정에 우리 시민과 노동자의 피땀 어린 연대와 투쟁이 있었기에 가능했음을 우리는 확신합니다.

시민대책위는 이제 맡은 바 임무를 마무리 지으려 합니다. 우리의 눈물과 땀이 밴 천막농성장도 오늘부로 철거합니다. ‘불공정매각 반대, 대우조선-현대중공업 인수합병 백지화’라는 당초 목표가 달성되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우리 대책위와 시민의 관심과 활동이 끝난 것은 아닙니다. 현대중공업으로의 매각은 불발되었지만 대우조선의 생존과 발전에 관한 청사진이 아직 나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올바른 주인 찾기가 어떤 방식으로 진행될지 아직 밝혀진 바가 없기 때문입니다. 대책위는 유지, 변화, 해체 등 예상 가능한 조직의 향후 전망을 놓고 시간을 갖고 충분히 논의하고 결정하겠습니다. 그리고 시민 여러분께 알려드리겠습니다.

매각반대 시민대책위의 활동을 일단락 함에 있어 우리는 정부와 산업은행에 강력히 요구합니다. 이번 매각 무산과 같은 오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대우조선의 올바른 주인 찾기에 매진하십시오. 정부 관료와 금융의 관점이 아닌 한국 조선산업의 중장기 발전전략이 어떠해야 하는지, 그 속에서 대우조선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 전문가와 노동자와 함께 논의하십시오. 그 과정이 투명하고 공정해야 그 결정에 대해서도 시민과 국민이 동의할 수 있을 것입니다.

거제시민과 시민대책위에 참여한 단체는 앞으로 이 과정을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볼 것입니다. 다시 한 번 매각 무산에 이르기까지 힘 모아 주신 시민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2022. 1. 27

대우조선해양 불공정매각반대 거제범시민대책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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