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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털처럼 따뜻한 복지를 위하여
양털처럼 따뜻한 복지를 위하여
  • 거제통영오늘신문
  • 승인 2015.01.13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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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털처럼 따뜻한 복지이야기를 올해는 들을 수 있을까?

겨울이면 아린 손가락 하나가 있습니다. 초등학교 3학년이 아버지께서 나무할 때 사용하는 낫으로 겁 없이 재작 질을 했습니다. 곁가지를 쳐 낸다는 것이 왼손 집게손가락 두 번째 마디를 치고 말았습니다. 손가락 마디 5분의 4가 끊어지는 잔인한 사고가 일어났습니다. 의료 보험이 없던 시절 접합 수술비는 가난한 집에서 감당하기에는 큰 돈 이였습니다. 궁여지책으로 의료보험이 있는 동네 아저씨 의료 보험증을 가지고가 그 집 아들로 속이고 의료보험처리를 하면 된다고 주변에서 말했습니다. 그 때 아버지께서 고민하시며 길게 내 뿜었던 담배연기 냄새를 잊을 수 없습니다. 결국 불법적인 의료 혜택 대신에 큰 돈을 들여서 수술을 했습니다.

수술을 하고 집으로 왔는데 어머니와 많은 동네 어른들이 집에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삼신 할매가 도와 손가락 잘 붙을 꺼니까 걱정하지 말거래이” 동네분들 바램도 부모님 맘이였습니다. 검정색 봉지에 잘 익은 홍시, 비료 푸대에 담긴 고구마, 요구르트, 빵, 단물이 오른 곶감, 철부지 3학년 아이의 손가락 절단 사고 소식으로 상심한 가족들을 위해서 동네 분들이 봉다리 봉다리 가지고 오신 것들입니다.

31년 전 처음 경험한 사회 보장제도의 추억입니다. 추억 속에는 두 가지의 맘 흉터도 함께 있습니다. 사회 보장 제도가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의지 할 수 있는 희망이 될 수 있고, 공동체는 함께 공감하고 아픔을 나누려는 따뜻한 책임의식이 있다는 것입니다. 손가락은 많은 분들의 바램처럼 잘 붙었습니다. 아이들과 장난치며 산과 들에서 곤충을 잡을 때 꼭 필요한 일들을 합니다.

신문기사를 읽었습니다. ‘돈이 없어서 복지 정책을 축소해야 한다’ 는 글을 읽고 맘이 더 춥습니다. 나라 곡간이 하루 아침에 줄어 들 수도 늘어 날 수도 없는데 ‘돈이 없다’고 말합니다.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의 맘을 훔쳐서 권력을 잡았으면서 ‘복지 때문에 나라가 못살게 되었다’는 말은 너무 잔인한 말입니다. 가난하고 돈 없는 사람들 때문에 경제가 어렵고 다른 사람들까지 힘들게 되었다고 하소연하는 것처럼 오해할까 두렵습니다. 복지 정책이 남발된 것이라면 정치하시는 분이 책임지고 용서를 구해야 하는 것이 정치인다운 행동입니다. 돈이 없다는 말은 ‘복지 정책을 표를 얻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했다’는 자백처럼 들릴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나라는 못사는 나라가 아닙니다. 올해 우리나라 GDP는 1조 4500억(1600조원)으로 세계13위 1인당 기준은 2만8700달러 세계 28위입니다. 이 말은 우리 나라도 살 만한 나라이고 국가는 국민들에게 더 많은 적극적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국가가 돈이 없는 것인지 합리적인 복지 정책이 없는 것인지 먼저 점검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복지 예산으로 많은 돈을 사용하기 때문에 돈이 없다는 말도 믿지 못 하겠습니다. 인터넷으로 잠깐만 검색해 보면 우리나라 복지비 지출이 OECD 34개국 중 최하위라고 합니다. 무상보육, 무상급식등 아동예복지 예산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0.8%로 OECE 평균 2.3%의 3분의 1입니다. 2012년기준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복지 지출비중은 9%, OECD기준 22%와 비교해도 절반도 안 됩니다. 복지예산으로 많은 돈을 사용하지도 않으면서 왜 국가재정의 빈곤을 복지예산 탓으로 돌리는지 모르겠습니다.

슬픈 소식 하나가 또 있습니다. OECD중 정부 정책에 따른 빈곤 감소 효과가 OECD 33개국 중 가장 낮은 수준이라는 발표도 있습니다. 이 말은 복지 정책이 실패하고 있다는 말입니다. 정치인들은 복지 정책으로 돈이 없다고 말하는데 그 많은 돈들이 어떻게 사용되었기에 빈곤 감소 효과가 가장 낮다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사용되는 돈이 적고 복지 정책에 대한 합리성과 정책의 효율성을 꼼꼼하게 확인해야 하는 이유가 또 늘었습니다. 합리적 복지 정책들 때문에 빈곤 감소효과가 많은 나라가 되기를 많은 사람들은 바라고 있습니다.

‘무상복지’라는 말을 듣다 보면 이상한 사실을 발견합니다. 복지란 그냥 주어진 것이 아니라 국민이 의무와 책임을 다하고 받아야 할 사회적 권리입니다. 복지는 사회적 권리와 책임 범위 안에 있기 때문에 무상이라는 말과 어울리지 않습니다. 반대말을 생각해 보면 금방 이상한 말이라는 사실을 확인 할 수 있습니다.

복지 앞에 무상이라는 말을 붙임으로서 복지를 천박하게 만들고 말았습니다. 복지라는 말 속에 국민의 의무와 책임이라는 의미가 증발해 버리고 ‘공짜’라는 이미지를 색칠하고 있습니다. 이뿐 만이 아닙니다. 우리 사회가 반공이데올로기와 사회주의에 대한 내성이 부족한 탓인지 무상이라는 말을 듣는 순간 이념과 이데올로기의 문제로 접근하게 됩니다. 복지의 논의 속에 국민 권리와 인권은 사라지고 편 가르기와 상처 내기 딱 좋은 이물질을 쑤셔 박고 있습니다. 어떤 목적으로 이런 용어를 생산하고 사용해 왔는지 의구심만 늘어갑니다. 인간 존엄을 지키기 위한 복지의 개념을 ‘공짜’와‘이념의 잣대’로 천박하게 생산하는 나라가 지구상에 또 있는지 궁금합니다.

출산률 1.19명로 1위, 하루 평균 39명이 자살률 1위, 우리가 살고 있는 대한 민국의 현실입니다. 이 사실 만으로도 우리나라에서 얼마나 복지 정책이 절실한지 알 수 있습니다. 다른 한편으로 복지 정책이 철저하게 실패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지표이기도 합니다. 우리 사회의 합리적 복지가 손을 다친 아이의 상처와 아픔을 나누기 위해서 감정색 비밀 봉지에 설익은 감을 담아 오셨던 마을 분들 닮았으면 좋겠습니다. 새해에는 복지라는 말과 논의들이 양처럼 포근하게 들렸으면 좋겠습니다. 국민들은 ‘돈 없다’ 말하는 정치인이 아니라 합리적 복지 정책을 말하는 정치인들 모습을 산타할아버지처럼 기다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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