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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못 인연' 초등4년 10년만에 만나요
'연못 인연' 초등4년 10년만에 만나요
  • 거제통영오늘신문
  • 승인 2014.12.17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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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의 딱풀로 붙인 10년 전의 약속
‘2014년 12월 24일 4시 39분’

쿵쿵쿵 가슴이 뛰기 시작합니다. 첫 발령을 받은 일운초등학교에서 아이들과 연못을 만들었습니다. 연못을 만들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몰라 늘 알쏭달쏭 궁금하다’는 뜻으로 ‘알쏭달쏭연못’이라고 이름을 붙였습니다. 솔잎 2기 학급 연못 공모전에서 아이들이 선택한 연못이름입니다.

 
 


 

 

 

 

 

<사진: 연못 첫날 기념 사진>

4학년 아이들이 연못을 만들 수 있을까?라는 근심 어린 눈빛 속에서 활동이 시작되었습니다. 2004년 4월 7일, 생물이 살지 않는 학교 주차장 옆 쓰레기장 공터를 많은 생물들이 살아갈 수 있는 생태연못으로 변화시키기 위한 첫 활동이 시작되었습니다. 땅을 파기 위한 호미, 흙을 담을 때 사용하는 쓰레받기, 판 흙을 옮기는 물통이 땅파기 도구의 전부입니다. 사람들은 ‘호미와 쓰레받기로 무슨 땅을 파겠느냐’며 걱정을 해 주었지만 초등학교 4학년 아이들에게는 딱 맞는 땅파기 도구입니다.
“보물을 발견했다” 땅파기 과정에서 나온 쓰레기들을 아이들은 이렇게 불렀습니다. 아이들은 자기 방식으로 땅파기에 재미를 붙이며 진화해갔습니다.

 
 

 

 

 

 

 

 

<사진: 알쏭달송 땅파기 활동 모습>

연못 만들기 활동 주변은 아이들 놀이터가 되었습니다. 수업 시간에 연못 관련 활동을 통합 주제로 운영을 하고 나온 그림과 시 등을 주변에 전시해 교실 밖 교실이 되기도 했습니다. 아이들은 쉬는 시간과 점심시간에 땅을 팠습니다. 비가 오면 비를 원망하면서 쉬어야 했습니다. 고사리 손으로 깊이가 약 150cm ,넓이 170cm 길이 230cm가 되는 땅을 팠을 때 우리 모두 깜짝 놀랐습니다. 조금씩 천천히 포기하지 않고 두 달여간을 노력한 결과입니다.

 
<사진 : 연못 땅파기가 완성되고 큰 통을 심고 좋아하는 아이들>

연못에 물이 빠지 않도록 해야 했습니다. 연못은 물을 머금고 있어야만 생태적 기능을 할 수 있습니다. 친환경 공간을 비닐로 방수처리를 한다는게 이상했지만 현실적으로 다른 방법이 없었습니다. 비닐로 방수하고 모든 생물들이 살아갈 수 있는 생명의 원천인 흙넣기가 시작되었습니다. 동네 모든 흙들이 함께 오순도순 평화롭고 행복하게 생물들을 키우는 곳이면 좋겠다는 바램으로 아이들이 검정 봉지에 동네 흙을 담아 연못에 넣었습니다.

 
<사진 : 연못 흙넣기를 하고 있는 아이들 >

알쏭달쏭 연못은 ‘어떻게 하면 다양한 생물들이 살 수 있을까?’라는 고민이 담긴 연못입니다. 큰 통을 심은 곳을 제 1웅덩이라고 불렀습니다. 이곳에서는 키가 큰 부들과 부레옥잠같이 물 위에 떠서 사는 생물들이 살도록 했습니다. 옆에 비닐로 방수를 한 작은 연못은 제 2웅덩이로 미나리, 고마리, 개구리자리 같은 식물들을 심었습니다. 그리고 제 2웅덩이 가장자리 한 곳에 ‘알쏭달쏭 논’을 만들었습니다. 벼는 물에서 사는 식물입니다. 학생들이 1포기씩 모종삽으로 모내기를 하고 키웠습니다. 연못가에는 다른 학년들의 시샘을 막아주는 돌탑, 연못을 지켜 주는 솟대, 가장 멋지게 연못을 볼 수 있는 ‘알쏭달쏭 전망대’도 만들었습니다. 아이들의 욕심과 생각들로 연못들은 차곡차곡 채워져 갔습니다.


 
<사진 : 연못 수생 식물 심기와 모내기>

 
<사진 : 7월22일의 알쏭달쏭연못 풍경과 연못에서 놀고 있는 아이 모습>

큰 사건 하나가 일어났습니다. 알쏭달쏭 연못 물 속 생태계를 아이들과 함께 만들어 가고 있을 때였습니다. 연못에 올챙이를 넣어 주기 위해 논에 갔다가 이상한 생물 하나를 아이들이 잡아 왔습니다.
“선생님 이게 뭐죠? 외계 생물 같아요.”
아이들 손 위에 꼼지락거리고 있는 모습은 아이들 말처럼 수많은 다리가 자유롭게 움직이는 외계 생물 같았습니다. 전문가들에게 문의 했는데 여상득 박사님이 ‘긴꼬리투구새우’라고 연락을 주셨습니다. 3억 5천만 년 전에 살았던 화석 생물, 멸종위기 야생동식물 보호종이라는 이름표도 붙어 있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긴꼬리투구새우 보호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불행하게도 멸종위기 야생동식물 보호종이었지만 관련된 생태정보도 서식지에 대한 정보도 얻지 못했습니다. 부족함을 채우고 궁금함을 해결하기 위하여 긴꼬리투구새우에 대한 모니터링과 연구 활동을 했습니다. 이 호기심은 거제도의 물고기, 잠자리, 개구리, 곤충들과 새로운 인연을 만드는 첫 시작이었습니다.


 
<사진 : 아이들이 잡아 온 긴꼬리투새우 모습>

2563알, 알쏭달쏭 연못 논에서 가위와 손으로 추수해서 얻은 쌀알들입니다. 수확의 결과는 이것만이 아니었습니다. 연못 만들기 활동은 전국과학탐구올림픽 동아리 발표대회에서 초등부 대상을 수상했고, 긴꼬리투구새우 활동은 환경부에서 실시한 우수 환경프로그램으로 선정되었습니다. 가장 큰 수확은 아이들 흔적을 모아서 ‘알쏭달쏭 문집’을 만든 것입니다. 이 문집은 열정이 식을 때마다 가슴을 쿵쿵쿵 뛰게 하는 힘이 되었습니다.

 
<사진 : 연못 벼베기 추수하는 날 풍경>

‘10년 후 2014년 12월 24일 3시 39분에 알쏭달쏭 연못 옆에서 만나자!’ 우리들이 한 약속입니다. 약속한 주인공들을 번호대로 불러 봅니다. 서용호, 김신웅, 이형호, 이성표, 송인수, 소우민, 김용현, 장현민, 박한얼, 이재길, 안병호, 오태현, 서규태, 최철진, 최영현, 박지훈, 노정균, 박강인, 박재일, 김태산, 이용호, 김삼옥, 손예지, 안아름, 조현지, 전윤경, 김주영, 차별림, 김신혜, 김하나, 박혜빈, 이현신, 강유진, 김혜련, 신창의, 정희수, 강다예, 강진아, 김준후, 박보현. 누군가는 군대에 있을 것이고, 또 누군가는 산업 현장에서 생업을 위해 일을 하고 있거나 대학생이 되어 미래를 위한 도전을 하고 있을 것입니다.

생각해 보니 참 날도 잘 잡았습니다. 아이들이 10년 전에 잡은 날입니다. 아이들은 우리들 만남이 특별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크리스마스 이브를 선택했습니다. 애인이나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야 하는 청춘들에게는 조금 잔인해 보입니다. 다 올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만일 잊지 않았다면, 모임이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면 몸은 못 올지라도 마음만은 알쏭달쏭 연못가를 다녀 갈 것입니다.


 
<사진 : 알쏭달쏭 문집 표지와 마지막장>

문집 마지막 장은 이렇게 끝이 납니다. ‘똑바로 열심히 살아가야 합니다. 아이는 이 나라의 목숨, 교육은 이 나라의 생명’ 가슴에 품고 살아온 말입니다. 얼마나 똑바로 열심히 살았는지 문집을 보면서 물어 봅니다. 거울을 보니 머리에 흰 머리가 나고 볼살은 쳐졌고 얼굴빛에는 젊음의 찬란한 광택이 사라졌습니다. 욕심이라는 것을 알지만 변하지 않는 선생님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오늘부터 그리움의 딱풀로 꽃단장을 하며 내가 품고 살아 온 교육의 희망을 알록달록 색칠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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