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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대조선 해양프로젝트 종료로 일자리 대란 재점화 조짐
양대조선 해양프로젝트 종료로 일자리 대란 재점화 조짐
  • 윤양원 기자
  • 승인 2020.05.07 19:3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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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 3천 협력업체 노동자 일자리 사라질 상황

양대조선의 해양프로젝트가 속속 종료되며 지역사회에 다시 한 번 일자리 대란이 벌어질 조짐이 보인다. 대우조선해양은 금년 5월 건조가 완료되는 TCO 프로젝트로 인해 직영인력의 재배치 작업에 이미 착수했다는 소식이다.

하지만 프로젝트 종료와 동시에 일감을 잃게될 협력사 인력의 향방이 문제다. 3천 명이 넘는 노동자가 한꺼번에 일자리를 잃게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대우조선해양의 TCO 프로젝트, 카자흐스탄으로 인도 될 24만톤 규모의 초대형 육상모듈라플랜트의 일부

 

삼성중공업 상황은 더 심각하다. 현재 진행 중인 해양프로젝트 3기가 종료되는 3사분기엔 1만 명에 달하는 노동자의 일감이 사라진다. 올해 안에 양대조선에서만 1만 3천 명 넘는 노동자가 실직의 위기에 내몰릴 것으로 보인다. 일자리 대란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기대했던 LNG 선박 수주도 중국에 밀려

지구 최강을 자랑하는 대한민국의 LNG 선박 기술이 중국의 저가 공세와 시장구매력에 밀렸다. 카타르발 LNG 선박 발주 1차분인 16척이 지난 달 중국의 후동중화조선에 낙찰됐다. 후동중화조선은 중국국영조선그룹(China State Shipbuilding corp)의 계열사로, 18년 말 2년의 운행 끝에 심각한 기능상의 문제가 발생해 폐선된 'CESI Gladstone호‘의 제작사다. 이 사건으로 우리나라 LNG 선박 기술의 상대적 우월성이 부각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후동중화조선의 LNG 선박 낙찰 배경에 천연가스 세계1위 소비국인 중국의 시장구매력이 배경이 된 것으로 보고 있다. 물론 낮은 입찰 가격도 빼놓을 수 없는 이유다. 국내 전문가들은 중국의 대량 수주가 우리의 독보적인 시장 지배력을 흔들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3조 5천억 원에 달하는 금액의 규모나 기술 축적의 가능성 측면에서 봐도 16척은 가벼이 볼 수준의 물량이 아니다.

현재로선 2차 입찰에 기대를 걸어 볼 수밖에 없지만 세계 경제의 전반적인 상황이 전체 프로젝트 규모를 줄이는 이유가 될 가능성 또한 배제하기 어렵다.

 

대량실업이 지역사회에 미칠 파장은?

4년 넘게 지속되는 조선시장 불황이 지역사회 전반을 무겁게 짓누르고 있다. 주춤하던 인구감소가 다시 심화될 가능성 또한 상존한다. 16년 말 25만 7천명이었던 인구는 20년 4월 말 현재 24만 7천명으로 약 만 명이 줄었다. 이런 추세는 올해 들어서도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전국적인 사회적 거리두기로 지역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던 관광업마저 직격탄을 맞았다. 업친 데 덥친 격이다. 여기에 더해 1만 3천 개에 달하는 일자리까지 사라진다면, 그야말로 거제 경제는 빈사상태에 빠지게 된다.

절반 이상 비어있는 원룸의 주차장이 불황을 대변한다

상승하는 공실률로 인해 파산하는 임대사업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는 곧 지역사회 전반의 부동산 가치 하락을 불러오고, 최종적으로는 금융 부실로 이어진다. 높아지는 상가의 공실률 또한 마찬가지다. 개인사업자와 소상공인의 수입 저하는 개인 파산의 또 다른 원인이다. 거기에 일자리를 잃고 한계상황에 내몰리는 사람의 수가 늘어나면서 노동가치도 하락하고 있다. 임금 하락은 개인과 가계의 가처분 소득을 줄여 지역사회 전반의 소비를 위축시킨다. 소비 위축은 불황을 심화시키는 또 다른 원인이다.

한마디로 지금 거제는 공급과잉과 실업, 그리고 소비 위축이라는 퍼펙트 스톰에 직면해 있다. 특단의 조치를 요구하는 시민의 목소리가 높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세계는 지금 과잉의 시대

글로벌 원유시장의 공급과잉이 유가 폭락을 불러온 것처럼 지금 세계는 과잉의 시대에 접어들었다. 조선불황이 공급과잉의 결과인 것과 동일한 이치다.

아파트와 원룸은 남아도는데 인구가 줄면 주택 공급의 과잉이다. 인구가 줄어드는데 SOC 투자가 계속해서 늘어난다면, 이 또한 SOC 공급의 과잉이다. 해양플랜트 시장이 사라지고 있는데 해양플랜트 산단을 조성하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주택 공급의 과잉은 부동산 가치를 하락시킨다. SOC 공급 과잉은 예산 집행의 효율성을 저하시키고 사람에 대한 투자를 방해한다. 생산설비 공급의 과잉은 자본 투자의 효율을 떨어뜨리고, 기업 이윤의 저하를 가져와 시장 전체를 불황으로 내몬다.

90년대 이후 세계경제 전반의 고성장은 인위적인 소비 진작에 의해 가능했다. 그 중심에 금융과 신용이 있었다. 이 기간 동안 우리는 빚을 통해 성장했다. 결과적으로 다수의 국가들이 IMF 구제금융이란 대가를 치르긴 했지만 정상궤도로 회복하는데 많은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이미 세계 경제는 성장의 한계에 직면했다. 지능형 기술과 로봇 노동이 인간의 일자리를 잠식하는 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있다. 일자리를 잃은 사람이 할 수 있는 합리적 방어 수단은 소비를 줄이는 것이다. 줄어드는 소비는 생산효율 향상을 통한 공급능력 확대를 가치없게 만든다. 결과적으로 생산효율이 향상될수록 시장의 성장속도는 줄어들게 된다. 효율성의 역설이다.

이 이론은 조선 산업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좀 더 빠르고 큰 배를 만드는 능력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물동량을 전재한다면 훌륭한 경쟁력이다. 하지만 물동량이 계속해서 증가하지 않는다면, 더 빠르고 더 크고 더 내구성이 좋은 배는 시장에서 필요로 하는 배의 수를 줄이는 쪽으로 작용한다. 좋은 배를 만들수록 시장이 줄어든다는 뜻이다. 물론 이런 가운데서도 경쟁은 필요하겠지만, 결국 업종 전체의 수익률 저하는 피할 수 없다.

지역 경제의 3분의 2를 조선 산업에 기대고 있는 거제시는 세계 경제의 전반적인 흐름과 부침(浮沈)을 같이 해야 할 운명이다. 그래서 앞으로 다가올 4년이 지난 4년보다 더 나아지길 기대하기 어렵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 어떤 준비를 하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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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 2020-05-10 18:48:34
거제에 좋지않은 소식이네요.
조선업 편중이 안그래도 심한데 해양프로젝트 종료로 대량 실업이 또 예상되니 ᆢ