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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폭락으로 해양플랜트시장 회복기대도 멀어져
유가폭락으로 해양플랜트시장 회복기대도 멀어져
  • 거제통영오늘신문
  • 승인 2020.04.02 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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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유가로 신규 프로젝트 줄어들 것
DSME형 e-smart 드릴십(좌)과 초대형원유운반선(VLCC)(우), 출처 : 대우조선해양

‘코로나19’로 인한 글로벌 경기불황으로 국제유가가 폭락하며 국내 해양플랜트 산업의 전망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노르웨이의 오일 비즈니스 컨설팅사인 Rystad Energy가 최근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수준의 저유가가 지속될 경우 2020년 신규 프로젝트 투자 승인이 전년 대비 최대 68% 감소할 수 있다. 당초 Rystad Energy는 2020년 U$1,900억 규모의 투자 승인이 이루어질 것으로 전망했으나 최근 추정치를 대폭 수정했다.

보고서는 Brent 기준 평균유가 $40/배럴의 경우 투자 승인 규모는 U$820억으로 전년 대비 57% 감소하고, $30/배럴 유지 시 투자 승인 규모는 U$610억으로 전년 대비 68% 감소할 것(육상 $300억, 해상 $310억)으로 추정했다.

여기에 더해 유가 하락으로 북미 지역 등 여러 유·가스 프로젝트가 연기될 가능성도 제기됐다. 북미에서는 LLOG사의 Shenandoah 1단계 프로젝트 및 Shell사의 Whale 개발 프로젝트 등을 비롯한 수십억 규모의 프로젝트가 연기될 전망이다.

Rystad Energy에 따르면 대부분의 석유기업들은 코로나 19의 확산세가 감소하고 시장이 회복되기를 기다리는 것을 선호할 것이기 때문에 손익분기 유가가 $40 미만인 프로젝트도 상당 기간 연기될 것으로 보인다. 신규 프로젝트의 연기와 취소는 해양플랜트 시장 회복을 기대하는 국내 조선사들에겐 우울한 소식이다.

한편 폭락한 유가를 반기는 쪽은 유조선을 보유한 선사들이다. 최근 들어 초대형원유운반선(VLCC)의 하루 용선료가 22만9000달러까지 오르며 단기간에 두 배로 뛴 때문이다. 원유운반선 수요의 폭증은 낮은 가격에 원유를 저장했다 유가가 회복하면 이를 팔아 차익을 노리는 오일 트레이더들 때문이다.

 

국제유가는 조선산업 전망과 불가분의 관계

국제유가의 방향성은 조선산업 전망의 바로미터다. 문제는 유가의 변동성이 지나치게 커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조선산업은 대규모 인프라 투자가 필요한 대표적인 중후장대(重厚長大) 업종이다. 따라서 단기적인 유가의 변동성에 맞춰 생산 능력을 유연하게 조절하기 어렵다.

커지는 시장의 변동성은 생산 능력의 외주화를 부추기는 원인이다. 그리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협력사의 몫으로 돌아간다. 고용불안의 악순환은 이런 과정을 통해 지속된다. 결국 협력사는 원청을 대신해 1차적인 충격을 흡수하는 범퍼(bumper)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다분히 구조적인 문제다.

전 세계는 지금 공급과잉에 시달리고 있다. 지구촌을 뒤덮은 불황의 그림자가 그 증거다. 그리고 이는 조선산업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수요가 살아난다면 디플레이션을 탈출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우리 맘대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공급조절 외 별다른 수가 없어 보인다.

 

석유시대의 종말은 예정된 수순

이런 순간에도 해양플랜트 산단 추진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공급과잉으로 인한 불황에 공급으로 맞선다? 거기에 어떤 논리와 합리성이 숨어있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조선산업의 현재는 위태롭고 미래는 어둡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속 시원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석유시대의 종말을 예고하는 전문가들의 수가 늘고 있다. 조선이 석유와의 결별을 과감히 선언하지 않는다면 결국 이 둘은 같은 길을 걸어야 할 운명이다. 두산중공업의 몰락은 에너지 전환의 결과가 향후 우리 기업과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금융전문가들은 화석연료 산업분야에서 발생할 좌초자산의 규모가 향후 10년 동안 수천조 원에 달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금융시장의 흐름에서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향후 화석연료 시장에 투입되는 자본의 규모는 급격하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조선산업의 불황은 에너지 전환이라는 거대한 쓰나미가 일으킨 작은 파도에 불과하다는 게 이 분야 전문가들의 평가다.

시간은 지금 우리 편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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