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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하지만 뜨거웠던 어느 판사의 재판일기
평범하지만 뜨거웠던 어느 판사의 재판일기
  • 거제통영오늘신문
  • 승인 2020.01.29 06:5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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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책 이야기 58- 『지금부터 재판을 시작하겠습니다』

 

법정드라마나 영화의 주인공은 대개 검사나 변호사다. 피고인, 변호사와 격렬하게 법리를 따지며 사투를 벌이는 검사와 달리 판사는 항상 법정씬에서만 엑스트라로 존재하고 간혹 조연의 위치까지 올라가기도 하지만, 그 이미지는 고리타분함과 법대 위에 병풍처럼 앉아있는 무표정의 딱딱함으로 표현된다.

검찰 특유의 조직 문화가 싫어 독립성이 짙은 판사를 선택했다는 저자는, 소설로 등단했으며 지금은 방위사업청에서 일하는 다양한 이력의 소유자인 정재민 작가이다. 그의 첫 번째 에세이이기도 한 이 책은 10여 년간 민사부 판사로 근무하며 느꼈던 무수한 고민들과 수많은 판결 속의 소회를 따뜻하고 유쾌한 필치로 담아냈다.

저자는 판사와 피고인의 인연을 보통 인연이 아니라고 말한다. 우리가 소설을 읽어도 주인공과 눈빛을 마주치거나 목소리를 들을 수 없지만, 법정에 가면 사건 기록으로만 읽던 사연의 주인공을 직접 만나고 눈빛을 교환하고 말을 섞을 수 있다며, 그것이 한편으론 경이로운 일이라고 표현한다. 법정에서 만난 다양한 사람들에게 조금 더 인간적으로 다가갔다면 하는 아쉬움 속에서 위엄 있게만 느껴지지만 결국 같은 인간으로서 판사의 내면의 고민을 공감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 나와 재판을 함께 한 모든 사람들 앞에. 사는 듯 사는 삶을 위해 힘겹게 오늘을 버티는 모든 사람들을 위해’ 이 책을 썼다는 저자. 냉정하게 끊임없이 사람들의 사건을 판단하고 형벌을 내리고 상처로 시작해 결국 상처로 끝나는 재판 속에서 한번쯤은 따뜻한 위로를 건네고 싶었던 그의 마음을 엿볼 수 있었다.

-거제시립하청도서관 윤동훈 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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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정 2020-02-02 13:36:07
좋은 글 잘 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