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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조 원 예산시대’에 심의는 ‘부실·깜깜이’
‘1조 원 예산시대’에 심의는 ‘부실·깜깜이’
  • 거제통영오늘신문
  • 승인 2020.01.06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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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지킴이 시민모임' 단독 인터뷰를 통해 '1조 원 예산시대'를 진단한다.

(거제시의 ‘1조 원 예산시대’를 맞아 예산의 수립과 집행을 집중적으로 감시하고 있는 ‘거제시 예산지킴이 시민모임’ 관계자를 본지가 단독으로 인터뷰했다. 그 내용을 요약해서 게시한다.)

제212회 제2차 정례회 제3차 본회의 전경

 

‘1조 예산’, 심의는 하루 만에 뚝딱?

1조 원 예산시대를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는 거제시를 감시해야 할 의회(의장 옥영문, 더불어민주당)가 정작 이 예산의 심의를 비공개로 처리하고, 그것도 모자라 이틀로 예정됐던 심의 일정도 하루 만에 끝내는 등, 부실 심의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거제시 예산지킴이 시민모임(대표 한은진, 이명우 / 이하 ’예산지킴이‘)’ 회원들은 지난 16일, 거제시의 ‘20년도 예산 심의를 모니터링하기 위해 시의회를 찾았다가 의회 관계자에 의해 출입을 저지당했다.

‘예산지킴이’에 따르면, “예산심의는 비공개로 처리한다.”는 의회 관계자의 말을 듣고 “위원회가 예산심의를 비공개로 할 것을 의결한 것으로 이해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애초 예산심의를 비공개로 진행한다는 의결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사실을 차후에 전달받은 ‘예산지킴이’ 측은 "왜 의회 관계자가 시민을 상대로 거짓말을 했는지, 그 이유를 확인하고 그에 따른 적절한 조치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최양희 의원(경제관광위원장, 민주당)은 ‘예산지킴이’ 측으로부터 이런 사실을 통보받고, 본회의에서 예결위원장(김용운, 정의당)에게 사실관계의 확인을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최 의원은 “예산 심의를 비공개로 할 이유가 전혀 없는데, 의회 관계자가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사실관계를 확인해 해명할 것”을 요청했다. ‘예산 지킴이’ 측은 현재까지 어떤 형태의 공식적인 해명도 없었다고 밝혔다.

 

민감한 사안 논의는 비공개로 처리하는 '이상한 의회'

이날 예산 심의는 수정안에 대해 위원 7명의 찬성과 1명의 반대, 그리고 1명의 기권으로 통과됐다. 전체 세출 9954억 5716만 5000원 중 15건, 41억 9070만 원을 삭감하는 것으로 최종 의결됐다. 다만, 삭감분에 대해서는 예비비로 편성하는 방식으로 처리해 사실상 집행부가 제출한 원안을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예산지킴이’ 측은 “삭감한 세출을 예비비로 돌릴 것 같으면 삭감은 왜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의회가 집행부 거수기 소릴 듣는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본회의에서는 특정 시민단체에 예산을 배정한 부분의 문제도 지적됐다. ‘예산지킴이’에 따르면 “민간사업은 기본적으로 공모를 거치는 것이 원칙인데, 특정 시민단체 둘만을 위해 예산을 배정한 것은 어떤 이유인지 모르겠다.”는 지적이다. 의회의 회의록을 살펴보면 담당 공무원은 그에 대한 명확한 답변을 하지 못하고 있다. 예산을 배정받지 못한 나머지 시민단체들의 반발이 예상되는 부분이다.

거제시 의회는 이전부터 민감한 사안을 논의할 때 비공개로 처리하는 것이 관행이 된 것으로 보인다. ‘예산지킴이’ 관계자에 따르면, “작년 초 거제시복지관특위(위원장 김용운, 정의당)의 방청 때도 중간에 퇴장을 요구당해 실랑이가 있었는데, 의회가 시민주권이나 참여민주주의에 대한 개념 자체가 없는 것 같다.”고 성토했다.

한마디로 우리 의회는 자기들이 보여주고 싶은 장면만 보여주고 있단 의미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반대의견이 외부로 전혀 노출되지 않음으로 인해 민주주의의 기본가치인 다양성이 훼손되고, 결과적으로 겉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은 일들이 지속적으로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비밀주의’는 권위주의 시대의 산물이며, 결과적으로 의회의 무능과 부정을 숨기는 도구가 될 수밖에 없다.”는 게 ‘예산지킴이’ 측의 설명이다.

 

2020년은 더 철저하게 감시할 터

‘예산지킴이’는 작년 한 해 ‘시장의 업무추진비 공개 형식의 문제’를 지적해 좀 더 투명하고 모범적인 방식으로 공개토록 했으며, 과도하게 지출된 의원들의 국외공무여행 경비 중 일부를 반납하게 했다. 그리고 최근 변광용 시장과 수행비서가 중국 출장 시 초과 수령한 출장비를 반납하게 하는 등 다양한 예산감시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예산지킴이’ 측은 “시민단체가 할 수 있는 일의 한계는 명확하다.”는 점을 지적한다. 의회가 집행부에 대한 견제와 감시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이야기다. 하지만 “작금의 상황은 시민사회가 의회와 행정부를 동시에 감시해야 할 판”이라는 게 이들의 인식이다. 난감한 상황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근 불거지고 있는 KTX 역사의 위치 선정과 관련한 ‘용역보고서’ 논란에 대해서도, “행정의 비밀주의는 의회의 그것과 동일선상에 있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어떤 권력도 견제받길 원치 않으며, 이는 모든 권력의 본질이라는 사실을 시민들이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예산지킴이’ 측은 강조했다.

한편 ‘예산지킴이’ 측은 올해의 중점 감시 분야는 공무원들의 출장비와 초과근무수당이라고 귀뜸했다. 최근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확인한 바에 의하면 거제시가 매년 지출하는 초과근무수당의 규모는 40억 원에 달한다.

이 수당의 적정성에 대한 파악은 두 가지 측면에서 중요하다. 첫째는 시민의 혈세가 합당하게 쓰이고 있는지를 점검하기 위해서고, 둘째는 시의 인력과 자원이 제대로 배분되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차원이다. 특정인이나 부서가 평균보다 많은 초과근무수당을 일상적으로 수령하고 있다면, 이는 인력배분의 적정성에 문제가 있다는 의미다. 물론 정상적인 수령을 가정했을 때의 이야기다.

 

어떤 경우에도 민주주의 후퇴해선 안 돼

작년 한 해는 풀뿌리민주주의의 가치와 지속성에 대한 본질적 의문이 제기된 해였다는 게 다수 시민들의 평가다. 예천군 의회의 폭력사태에서 비롯된 이런 의문에서 거제시와 의회 역시 자유로울 순 없다. 그렇다고 다시 과거로 돌아갈 수는 없는 일이다.

일각에선 지방자치제와 풀뿌리민주주의가 비효율의 극치라고 말한다. 이런 주장에 대해 ‘예산지킴이’ 측은, “민주주의는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참여로 완성된다.“고 지적한다. 따라서 ”지금 우리의 풀뿌리민주주의는 과거 중앙정부가 권력을 독점하고 있던 시절의 잔재와 가치 측면에서 충돌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시간이 걸리겠지만 결국 제대로 된 경로를 찾아 갈 것“이란 게 그들 주장의 요지다. 여기에 더해 ”우리가 제대로 된 풀뿌리민주주의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시민들의 참여가 필수적이다.“고 ‘예산지킴이’ 측은 주장했다.

올 한 해는 ‘예산지킴이’ 측과 거제시, 그리고 의회 사이의 신경전이 더욱 팽팽해질 듯하다. “구경꾼이 될 것인지 참여자가 될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은 오로지 시민들의 판단에 달렸다.”는 게 그들의 마지막 당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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