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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구직자들 절망으로 내모는 고용지원 정책
(기고)구직자들 절망으로 내모는 고용지원 정책
  • 거제통영오늘신문
  • 승인 2019.12.26 17:23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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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운영으로 국고만 낭비하는 ‘조선인력 양성사업’

心 정태남, 『버티는 마음』 저자

지난 8월말 산업통상자원부(장관 성윤모)는 2019년 추가경정예산에 포함된 LNG특화 설계엔지니어링 대중소협력 기술지원사업(2019~21년 3년간 총사업비 140억원)을 본격 시행하면서 2019년 교육생 40명(9~12월)과 채용희망기업을 공개모집했습니다.

이 사업은 LNG특화 설계엔지니어링 핵심인력 양성사업과 수요기업과의 채용연계 지원 사업으로 구성되어 2020년부터는 분기별 40명, 연간 160명을 모집‧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죠.

하지만 지난 9월 30일부터 12월 3일까지 2개월 과정으로 시작된 이 프로그램(1기)은 이렇다 할 실적을 만들지 못하고 국고만 낭비된 채 마무리되었습니다.

 

실질적 효과보다 실적 부풀리기에만 급급

저는 지난 2개월간 DINC정보시스템(주)에서 아침 8시부터 저녁 5시까지 하루 8시간씩 주 5일 수업으로 진행되었던 [LNG특화설계 엔지니어링 인력양성과정]을 수료했습니다.

취업연계 프로그램으로 진행되었던 이 수업을 이수하게 되면 관련 기업과 연계하여 참여기업으로 모집된 업체에 채용이 되고, 이 때 기업 측에 1인당 월 250만원씩 4개월간 1천 만 원의 채용장려금이 도예산으로 지원이 된다고 했습니다.

우연한 기회로 접하게 된 이번 교육생 모집요강을 보고 관련업계에서 재취업에 도전하는 마지막 보루라는 생각으로 지원신청서를 냈습니다. 그리고 교육생으로 선발되었다는 문자 한 통에 2개월만 더 버티면 재취업을 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로 매일 아침 눈을 떴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2개월을 더 버텨낸 지금의 저는 그 어디에서도 희망을 찾을 수 없는 현실에 좌절하고 말았습니다.

주최 측인 경남TP는 지난 8월에 떨어진 예산으로 너무 급하게 열린 교육이라 제대로 홍보가 되지 않아서라고 말을 하지만, 수료식인 지난 12월3일까지 취업이 된 사람은 전체 30명 중 6명(경남대학교에서 따로 수업을 진행했던 선체설계 10명은 어떤 결과를 낳았는지 알 수 없습니다.)에 불과했습니다.

그마저도 주관기관에서 연계한 업체도 아니고 개인이 알아서 이력서 넣고 면접 봐서 거제도를 떠나 경기도에 있는 모 업체로 출근하게 된 2명을 포함한 통계였습니다. 어이없게도 경남도내에 있는 기업이 아니어서 도 예산으로 지원되는 채용장려금을 받지도 못한다고 했지만 교육을 듣던 중에 취업을 했다는 이유로 실적에 포함시켰습니다.

게다가 취업이 되면 채용기업에 지원된다던 그 예산은 수료도 하기 전인 지난 11월부터 내년 2월까지로 제한적으로 지급되고, 그 기간 안에 취업이 되지 않는다면 그 예산은 모두 국고로 환수된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12월인 지금까지도 취업이 안 된 사람들의 1인당 지원금 500만원씩이 그대로 국고로 환수조치 된다는 얘기였습니다. 그것도 1월에라도 취업이 된다고 했을 때의 이야기고, 만약 2월까지 취업이 안 되면 1인당 1000만원이라는 어마어마한 예산이 쓰임을 다하지 못하고 환수되겠죠.

 

불투명한 채용 과정과 부실한 교육

그나마 채용희망기업에 채용된 4명도 수습기간동안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처우에도 ‘절박하니까 어쩔 수 없이 간다.’고는 하지만, 모두 20대 초반의 어린 친구들뿐이었습니다.

교육대상자들은 20대 초반부터 4~50대 고 경력자까지 다양했지만 실질적인 면접의 기회는 20대에서 30대 초반의 어린 청년들에 한해 주어졌고, 30대 후반부터는 면접과 관련된 문자 한 통도 받지 못한 교육생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교육을 이수하는 동안의 성실성이나 수업에 의한 성과 등은 물론 개개인의 경력이나 업무수행능력은 아무런 기준이 되지 못했고, 그저 나이 어린 순서라고 밖에 여겨지지 않을 정도로 채용면접의 선발 기준들은 불투명하게 관리되었습니다.

교육기관인 DINC측에선 참여기업에서 요구하는 부분이라 어쩔 수 없다는 말만 했고, 어떻게든 적은 인건비로 국가예산을 타먹으려는 업체를 비난할 뿐이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산자부에서 지급된 교육비로 이루어진 교육 프로그램 또한 토를 달지 않을 수 없습니다.

교육대상이 사회초년생부터 관련업종의 고 경력자까지 다양하게 분포되어 있어 전반적인 교육수준을 평준화할 수 없었던 부분을 감안해서 보더라도 교육의 질은 기대 이하였습니다.

물론 강의자로 나온 인력들 대부분이 협력업체에서 근무하던 실무자 및 관리자들로 구성되어 서로 윈윈할 수 있는 시스템이니 이해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 중 대부분이 실무경력은 많지만 강의경력이 전혀 없어서 교육내용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많았습니다.

강사 구성원 중 일부는 해당 프로그램을 교육할 수 있는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 기본적인 기능에 대한 설명조차 하지 못했고, 도면 한 장 던져주고 알아서 실습만 하라고 할 뿐 체크도 하지 않는 사람, 심지어 여성비하 발언을 하는 강사도 있었습니다.

교육의 질이 이렇다 보니 대부분의 수강생들은 수업시간에 웹툰을 보거나 잠을 자는 등 수업에 임하는 태도도 불성실했고, 강사들도 수업에 열의를 다하는 사람이 별로 없었습니다. 당연히 그 성과는 기대이하일 수밖에 없겠죠.

닭이 먼저인지 계란이 먼저인지 모르겠지만 수업이 끝나갈 무렵에는 전체 수강생들의 출석율도 바닥이었고요. 저 또한 아닌 걸 알면서 계속 가야 하는 현실이 너무 힘들었습니다.

만약 그 수업이 제 돈 주고 가는 수업이었다면 당장 환불조치를 요구하며 때려치웠을 테지만, 전액 국비지원이라는 조건이 발목을 잡은 것도 모자라 취업에 불이익이라도 있을까 싶은 노파심에 해당 교육기관에는 이의재기도 할 수 없었습니다. 몇 차례 주최 측인 경남TP에 전화해서 개선요청을 했지만 달라지는 건 하나도 없었어요.

 

졸속 예산으로 낭비되는 혈세

산자부에서 지원이 되는 교육비도, 도 예산으로 지원되는 채용지원 장려금도 모두 국민들의 세금입니다. 저 또한 국민의 일원으로 세금을 성실히 납부하는 납세자로서 국민들의 혈세가 이렇게 말도 안 되게 낭비되고 있는 현장을 도저히 묵과할 수 없어 펜을 들었습니다.

조급하게 편성된 예산으로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했던 것도 그렇지만, 예상되었던 수주물량이 좌초되면서 업계의 불황이 지속되고 있어 남은 2개월 안에도 취업을 기대하기는 힘들어 보입니다.

기존에 일을 하고 있던 동료들도 일이 없어서 무급휴가를 가야 한다는 사람도 있고, 권고사직에 희망퇴직 명단을 받는 곳도 있다고 하니까요. 게다가 카타르에서 발주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수십 척의 LNG선도 어차피 시리즈 호선이라 수주가 되더라도 첫 번째 호선만 나오면 나머지는 Ctrl+C, Ctrl+V인 프로젝트라 수주량이 아무리 증가한다고 해도 실무에 필요한 인원은 기대치보다 훨씬 적다고 합니다.

우리가 처해 있는 현실은 이렇게 열악한데 언론에서는 어떤 근거로 조선·해양산업이 다시 급부상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지 솔직히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최근 2020년도 거제시 예산이 1조원을 돌파했다는 보도를 접하고 드는 생각은 그랬습니다.

‘그 중에 얼마가 고용지원 정책에 쓰일지는 모르겠지만 국민의 혈세가 더 많이 낭비되겠구나.’

지난 2018년부터 여러 가지 과정으로 참여했던 국비지원 무료교육을 수강하면서 그들이 어떻게 예산을 낭비하고 있는지를 되돌아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내일배움카드’를 발급 받아서 들었던 수업에선 수료 후에도 취업연계가 안되니 수입이 없을 경우엔 세금도 안내도 되고 구직활동 안 해도 되는 간이사업자를 발급 받는 방법으로 실적을 만드는가 하면, 애초부터 수료를 하더라도 관련 업종으로 취업자체가 불가능한 자격증임에도 자격증 취득만으로 실적이 되기도 했습니다.

심지어 언제가 될지 모르는 국가정책을 운운하며 기대만 잔뜩 심어 놓고 수료 후엔 그 정책이 언제 시행될지는 국가에서 하는 일이니 그 기관에선 책임 없이 그대로 끝나는 과정도 있었습니다.

이렇듯 국비지원으로 배울 수 있는 수업은 모두 국민의 혈세가 드는 것은 물론 그 교육에 임했던 교육생에게는 많은 시간과 인내의 고통을 동반하는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결과를 놓고 보면 실업의 고통 속에서도 하루하루 버티며 열심히 교육을 들었던 수강생은 취업을 할 수도 없는 일에 시간과 노력을 쏟아가며 허송세월을 한 것에 불과했고 관련 정책을 시행했던 교육기관과 예산집행에만 열을 올렸던 공무원들만의 잔치에 보기 좋게 이용만 당한 꼴이었습니다.

 

국비지원 교육사업 전반에 대한 검증 필요해

지난 몇 년간 거제시는 고용위기지역이라는 명목 아래 수많은 국비지원 사업을 시행해 왔고 지금도 계속 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어느 하나 그렇다 할 성과를 만들어내는 곳이 있는지 이제는 제대로 검증하고 따져봐야 합니다.

그래서 위에서 언급했던 많은 사례들처럼 ‘예산 따먹기식’의 불합리한 이런 교육은 다시는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그러한 교육은 새로운 희망을 품고 또 다시 도전하는 많은 구직자들에게 절망을 안겨줄 뿐이니까요.

보다 실효성이 있는 교육이나 지원에 좀 더 많은 예산을 편성하고 오히려 제대로 된 성과를 낼 수 있는 새로운 사업을 모색하고 육성해야 합니다. 실업의 고통에서 신음하고 있는 많은 지역민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행정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합니다. 더는 그들만의 잔치에 먹거리로 이용되는 수모를 겪고 싶지 않습니다.

얼마 전 눌산문예창작교실 수업시간에 들었던 이야기인데요. 옛날에 한비자가 고위관직에 있는 벼슬아치들과 임금에게 했다는 유명한 말이 있대요.

“좋은 정치가는 배고픈 백성에게 돈과 쌀을 준다고 잘하는 것이 아니다. 배고픈 백성이 없게 정치를 펴는 사람이 좋은 정치가이다.” 라는 말입니다.

이 말은 오늘을 버텨내고 있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나랏일을 하시는 분들에게 꼭 당부하고 싶은 말이기도 합니다.

(관련 자료)

LNG특화 설계엔지니어링 대중소협력 기술지원사업 참여기업 모집공고

http://www.gntp.or.kr/frt/bizSupport/selectBizSupportDetaile.do?biznotno=1877

 

에너지신문 기사 전문

https://blog.naver.com/inwater2000/2216225688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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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2-27 10:00:47
공감가는 글입니다. 전형적인 탁상행정...강의 준비부족에 취업대책도 없는 보여주기식 교육으로 느껴집니다. 애초에 기업들에게도 공지했어야했고 기업들이 원하는 나잇대나 업무능력을 미리 알아놓고 그 기준대로 모집공고를 했어야한다고봅니다. 애써 교육들었는데 나이많다고 면접기회까지 박탈당하면 몇개월을 허비한것 아니겠습니까. 글을 정말 잘써주셨습니다.

홍길동2 2019-12-27 09:53:14
박서준 설계반장님 너무 잘 생기셨어요
반했습니다.

홍길똥 2019-12-27 09:48:49
정말 안탑깝네요. 취업관련 교육사업 관계자분들은 취업 준비하는분들 입장에 서서 생각을 했으면 합니다. 간절한 마음으로 교육 받았을 교육생들 진심에 상처가 남았을거 같네요. 취업을 준비하는 분들께 희망고문하지 마세요.

홍길동 2019-12-27 09:44:17
교육을 수료한 1인입니다. 현업의 경력을 바탕으로 재취업을 하고자 하였으나 나라의 지원금만 받아내려고 하는
업체들의 분위기에 다른곳으로 취업하였습니다. 교육을 통한 취업의 기회는 없었다고 봐야했으며 본인이 직접
알아보고 구직활동하는 것이 최선이었습니다. 몇몇 강사분들이 열정적으로 진행하셨지만.. 한 두명의 시간 떼우기식의 수업도 많았습니다. 자신이 알지 못하는 부분은 강사로서 부끄러워 해야합니다. 현업에서 쓰지 않는다고
말하면서 넘어갈 사항이 아닙니다. 강사분이 일하는 곳에서 사용하지 않을 뿐 다른곳에서는 기본기능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남이 만든 매크로를 쓰면서 잘난척 하실 사항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