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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100' 준비에 관심 없는 양대 조선과 거제시(연재 2-2)
'RE100' 준비에 관심 없는 양대 조선과 거제시(연재 2-2)
  • 윤양원 기자
  • 승인 2019.11.04 13: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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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대 조선은 'RE100' 준비하고 있나?

앞서 'RE100'이 수출 위주의 우리 산업에 미칠 영향에 대해 개략적으로 살펴봤다면 이번엔 좀 더 구체적으로 우리 지역의 관심사인 조선 산업과 거제시의 준비 상황을 점검해 볼 필요가 있겠다.

(이전 기사 보기 http://www.geojeoneul.com/news/articleView.html?idxno=22391 )

먼저 지역 경제의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는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은 RE100을 어떻게 준비하고 있을까?

일단 양대 조선은 아직까지 해외의 선사나 선주로부터 구체적으로 RE100을 요구받은 경우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따라서 회사 차원에서 이 부분에 대한 특별한 대비를 하고 있는 상황은 아니란 게 양대 조선의 설명이다. 하지만 기후변화 저지를 위한 재생에너지 사용 요구의 세계적인 추세가 우리 조선사들만 피해가기를 바라는 건 지나친 자기 위안이 아닌지 묻고 싶다.

사실 수십 년 전부터 조선 산업의 위기를 외치는 사람들은 많았으나 현실적으로 우린 제대로 된 준비를 하지 않았고, 또 그 결과 오늘의 위기를 맞고 있지 않은가?

'RE 100'은 재생에너지 100%를 의미하는 용어다

 

거제시는 어떻게 준비하고 있을까?

거제시의 재생에너지 비율이 전국적으로 꼴찌 수준에서 맴돌고 있단 사실은 이미 여러 번 지적된 바 있다. 사실 그보다 더 시급한 문제는 행정당국이 마땅히 가지고 있어야 할 정책기능 자체가 전무하단 사실이다.

물론 이는 전문성 없는 관료의 문제임과 동시에 현실적으로 정책 기능을 발휘하기 어려울 정도로 부족한 인적 자원의 배분 구조에서 발생하는 문제다. 전자가 2년 마다 한 번씩 부서를 바꾸는 우리 공직사회의 제도적 모순에 기인하는 문제라면 후자는 필요한 만큼의 인적 자원을 불요불급한 부서에 할당하고 배치하는 데 최종적 권한을 가진 단체장의 인식과 철학의 부재에서 발생하는 문제다.

따라서 거제시의 에너지전환 정책은 사실상 민간 기업에서 추진하는 융복합사업 등의 실적에 슬쩍 얹혀 간간이 보도자료나 내는 게 전부인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의 홍보기능 강화만 역설하는 상황을 시민들이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지 궁금할 따름이다.

 

재생에너지 확대 요구하는 시민단체에 ‘나 몰라라’ 하는 거제시

지난 10월 17일 통영거제환경운동연합(이하 ‘환경연합’)과 거제경제정의실천연합(이하 ‘경실련’)은 이런 문제를 해소하고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에너지전환 정책의 전기를 마련하기 위해 거제시의 관련 부서 국·과장 및 실무자들과 정책간담회를 가진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간담회에서 발제를 맡은 환경연합의 윤양원 에너지기후팀장은 “현 거제시의 재생에너지 비중이 중앙정부의 RE3020 정책에 부합하려면 2030년까지 대략 9,000억 원의 예산투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이며, 이는 민간시장 활성화를 배제하면 불가능한 수치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어 윤 팀장은 “지금 거제시의 재생에너지 확대 속도를 감안할 때 전체 전력사용량의 20%가 되는 데 천 년 정도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런 지적에 거제시는 “시민단체가 추산한 집계에는 민간의 자가발전 비중이 빠져 있어 다소 축소된 측면이 있다.”고 항변했지만, 이를 감안해도 0.1%인 재생에너지 비중이 0.2%로 늘어나는 것에 불과하다는 게 환경연합 측의 지적이다.

한편 뒤이어 거제시민에너지협동조합(이하 ‘협동조합’)의 이광재 이사장은 “민간협력 사업을 통해 몇몇 마을과 협동조합이 협약을 맺었으며, 공공의 주차장과 유휴부지 등을 이용해 태양광발전소를 설치하면 지역의 재생에너지 비중도 높이고 동시에 주민의 수익증대에도 도움이 될 수 있는데, 왜 거제시는 한사코 반대만 하는지 이해하기 힘들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에 거제시는 “행정수요가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데 20년 동안 공공의 시설에 민간이 구조물을 설치하는 것에 동의하기 어렵다.”는 취지의 답변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통영거제환경운동연합과 거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지난 10월 17일 거제시의 담당부서 실무진과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정책간담회를 가졌다.

결과적으로 이날 간담회는 서로의 입장을 확인하는 수준에서 마무리 된 것으로 보이며, 협동조합측은 협약을 체결한 마을 측과 연대해 변시장을 직접 만나 담판을 짓겠다는 의사를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녹색요금제’로 ‘RE100’ 파도 넘겠다는 중앙정부와 관심 없는 지자체

최근 산자부는 ‘녹색요금제(Green Pricing)’를 통해 해외 바이어들의 재생에너지 사용요구를 충족시키겠단 계획을 발표했다. ‘녹색요금제’는 RE100 참여 의향 기업이나 개인이 기존 전력요금에 일정 수준 프리미엄을 더한 요금제로 변경해 재생에너지 전력을 구매할 수 있는 요금제로, 이를 통해 직접 재생에너지를 생산하지 않고도 재생에너지를 이용한 것으로 인증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단 계획이다.

물론 이 요금제를 선택하면 기존의 요금에 비해 추가적 비용을 부담해야 한단 전제가 깔려있는 것임을 감안할 때, 기업의 생산원가에 미치는 영향도 고민해야 할 부분이고, 동시에 기업에서 원하는 만큼의 재생에너지 전력이 공급되지 않을 경우 녹색전기의 시장 가격이 상승하는 등의 부작용 또한 염려되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현실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기후변화 저지를 위한 에너지전환이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시대적 과제임을 감안할 때, 중앙정부의 정책에 오불관언(吾不關焉)인 지자체의 현실을 목도하는 건 답답함을 넘어 참담한 일이다.

호떡집에 불난 듯 부산을 떨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그리고 LG화학과 삼성SDI 등 국내 유수의 기업들을 지켜보면서도 아무런 준비도 대비도 하지 않는 지자체와 기업들을 보며, 그 의연함과 느긋함에 박수를 쳐야 할지, 아니면 나태함과 안이함에 호통을 쳐야할지 판단이 잘 서지 않는 게 작금의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적인 에너지전환의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이라는 것이 다수 에너지전문가들의 예측이다. 다만, 이런 시대적 흐름 속에서 도태될 것인지 살아남을 것인지를 결정하는 건 오로지 각자의 판단에 달려 있다.

문제는 다수 개인이 아닌 권력과 자본을 가진 특정 소수의 판단이 우리 지역의 현재와 미래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는 사회 구조다. 물론 그 결과는 결정하는 소수가 아닌 우리 사회 전체가 지게 되겠지만 말이다. 안타까운 건 다만 그 한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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