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뉴스
조선 업종은 ‘RE100’의 안전지대인가?(연재 2-1)
조선 업종은 ‘RE100’의 안전지대인가?(연재 2-1)
  • 윤양원 기자
  • 승인 2019.10.30 16:3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납품조건으로 재생에너지 사용 요구하는 기업 늘어나

2018년 LG화학은 BMW와 폭스바겐이 자사에 납품하는 전기차배터리 제조에 재생에너지 사용을 요구하자 폴란드 공장을 증설하는 것으로 이에 대응하고 있다. 또 삼성 SDI는 BMW의 같은 요구를 울산공장 증설을 통해 해소하려 한다. 이밖에도 SK하이닉스가 애플로부터 유사한 요구를 받았고, 삼성전자 역시 반도체를 공급하고 있는 해외의 다수 구매처로부터 동일한 요구를 받고 있다.

'RE100'은 ‘Renewable Energy 100’을 줄인 말로 우리말로 풀이하자면 ‘재생에너지 100퍼센트’를 뜻한다. 한편 RE100을 앞세워 국내기업을 압박하고 있는 글로벌 기업에는 코가콜라, 이베이, 페이스북, 구글, GM, 이케아, AXA, HP, HSBC, ING, 골드만삭스, JP모건, 나이키, 마이크로소프트 등 올 10월 현재 204개 기업에 달하며 이 수는 매년 두 배 가까이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RE100 참여 기업들>

 

재생에너지가 제조업 경쟁력.... 하지만 행정당국은 눈속임에 급급

최근 들어 ‘RE100’이 우리 경제에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IEA(국제에너지기구)에서 평가하는 우리나라 재생에너지 비율은 OECD 국가 중 최하위를 맴돌고 있다.

‘17년 말 기준 우리 정부가 발표한 국내의 재생에너지 비율이 8.06%인데 반해 IEA는 이를 3% 전후로 보고 있다. 사실 이는 재생에너지에 관한 국제적 기준과 국내 기준의 차이에서 오는 통계적 착시 현상으로 실질적 의미의 국내 재생에너지 비율은 IEA의 평가가 더 정확하다는 게 다수 에너지 전문가의 견해다.

왜냐하면 국내의 재생에너지 관련법이 폐기물 소각과 연료전지, 그리고 IGCC(석탄가스화 발전) 등을 재생에너지의 범주에 포함하고 있어 국제적 기준을 만족시키기 어려운 때문이다.

사실 좀 더 깊이 들어가면 절대량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바이오연료 또한 국내 재생에너지 비중에 포함시키긴 어려워 정부가 발표하는 우리 재생에너지 비율 중 70%는 허수에 가깝다는 것이 정확한 평가다.

물론 이렇게 국내의 재생에너지 비중이 과대 포장된 원인엔 눈속임에 익숙한 정책관료들의 얄팍한 잔머리가 있다는 게 중론이다.

<에너지 원별 신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

아무튼 이렇게 형편없는 재생에너지 비중을 눈속임으로 숨기는 일도 이제 더 이상은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전체 경제의 70%를 수출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 산업구조의 특성상 RE100에 대한 다수 바이어들의 요구를 더 이상 뭉개고 지나칠 수 없는 상황에 이른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최근 삼성전자는 공장의 지붕 전체를 태양광 패널로 덮는 공사를 진행 중이고, 다른 유수의 대기업들 또한 이런 추세를 피해가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런 세계적 에너지 전환 추세가 조선 산업이라고 비껴 갈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조선 산업이라고 RE100 피해 갈 수 있을까?

최근 모 일간지가 IEA 기준을 통해 밝힌 국내 재생에너지 비율은 ‘18년 말 기준 3.8%, 한 해 전인 ’17년을 기준으로 하면 3% 정도다. 문제는 세계 조선시장을 두고 경쟁하고 있는 이웃 일본 및 중국과 비교해 턱없이 낮은 우리의 재생에너지 비율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의 보고서에 의하면 ‘17년 말 기준 일본의 재생에너지 비중은 8%로 같은 시기 우리의 그것에 비해 약 두 배 반이 높고, 중국의 경우 6.6%로 우리보다 두 배가 높다.

물론 이마저도 수력과 바이오매스 등을 제외한 동일 기준으로 비교하면 우리의 재생에너지 비율은 1.6% 정도로 이웃 일본의 5분의 1, 중국의 4분의 1에 불과한 실정이다.

문제는 최근 들어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RE100 참여 기업들의 수를 감안할 때 온실가스 배출을 가장 많이 하는 업종인 중공업 분야가 이 대상에서 제외되길 기대하긴 어려운 상황이란 사실이다.

따라서 해외의 선사들이 자신들이 주문한 배를 제작하는 데 재생에너지 사용을 요구하는 건 시간 문제에 불과한 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상황에 대비하는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는 조선사들을 찾아보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RE100은 새로운 형태의 비관세무역장벽 될 것

에너지전환에 가장 선도적인 국가는 역시 EU다. RE100 캠페인이 국제단체인 The climate group, CDP위원회의 주도로 시작되었지만 사실상 그 여파가 민간시장에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이유다.

이미 EU는 RE100을 주요한 비관세무역장벽으로 사용할 준비를 착실하게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제적 규모의 탄소배출권 시장을 형성하려던 그들의 야심찬 계획이 사실상 제 속도를 내고 있지 못한 상황에서 RE100은 재생에너지 비중을 빠른 시간 안에 극적으로 끌어올린 EU의 매우 효과적이고 실질적인 대외협상 무기가 될 전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쟁국가인 중국과 일본에 비해 턱없이 낮은 재생에너지 비율을 고수하고 있는 우리의 산업계와 행정당국, 특히 거제시와 양대 조선은 과연 어떤 대비를 하고 있는지 점검이 필요한 시점이다.

(2-2에서 계속)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