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발한 상상력의 대가 쥘 베른을 모르는 이는 거의 없을 것이다. 그의 많은 작품들 중 나는 『해저 2만리』를 가장 좋아한다. 네모선장이 잠수함 노틸러스호를 타고 벌어지는 해양모험담을 담은 내용인데, 방황하는 사춘기에 등대 같은 존재가 되었다고나 할까.
책에서 주인공과 일행들이 노틸러스호의 선원으로 받아들여지는 장면이 있다. 여기에서 네모선장이 한 행동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주변에서 문명인의 권리를 지키라고 하자, 자신은 문명인이 아니라 네모선장이고 인간 세상의 규칙 따위는 지키지 않는다고 한다. 이런 걸보면 자신의 의견이 얼마나 확고한 사람인지 엿볼 수 있었다. 그리고 사람들이 만든 규칙을 내세우지 말라고 경고하는 모습을 보고 정해진 규칙에 얽매이지 않고 살아가는 게 정말 멋있었다. 자신의 결정에 조금도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길을 가는 모습은 나에게 더욱 강렬한 인상을 남겨주었다. 책을 읽으면서 네모선장의 매력에 점점 빠져드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나라면 어땠을까’라고 질문을 던져보면서 네모선장의 말과 행동 하나하나를 쫓아가게 된다.
쥘 베른의 상상력은 역시나 놀랍다. 이 책이 발표된 시점이 1896년이다. 잠수함 자체가 낯선 그 때 이것을 소재로 삼았다는 것도 놀랍지만 바다에 대한 지식이 얼마나 뛰어난 건지, 상상력은 또 얼마나 풍부한 건지 짐작하기조차 힘들 정도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바다 생물들의 신비스러움, 바다 속 전설에 대한 이야기 등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며 책을 쓴 건지 궁금하다. 그림도 같이 그려져 있어서 지루하지 않고 더 재밌게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책을 읽다 보면 실제로 있을 법한 이야기들이라는 생각이 들어 몰입이 더 잘된다.
이 책은 페이지 수가 많아서 기간을 두고 천천히 읽는 게 더 나을 것 같다. 나는 이 책을 읽는데 일주일이 조금 넘게 걸렸다. 글이 많아서 읽기 힘든 순간들도 있지만 장면 장면마다 상상하며 읽으면 책 읽는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공서진 학생기자 gong912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