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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산불이 우리 집 전기요금 올리나?
강원도 산불이 우리 집 전기요금 올리나?
  • 거제통영오늘신문
  • 승인 2019.04.22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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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 때문에 파산한 미국 최초의 전력회사 PG&E
'18년 캘리포니아에서 발생한 산불

지난 1월 캘리포니아주의 최대 전기·가스 공급 업체인 PG&E가 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유는 ‘18년 미국 역사상 최악의 산불발생으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의 규모가 290억 달러를 넘어, 회사의 지급능력으론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인 것으로 확인됐다. ‘17년 10월 기준 시장가치 250억 달러에 당기 영업이익만도 170억 달러에 달했던 우량한 기업이 한 순간에 파산 위기에 내몰린 것이다.

산불발생의 원인은 강한 바람으로 인해 끊어진 전선에서 발생한 불씨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 산불로 86명이 사망하고 17명이 부상했으며, 재산피해도 165억 달러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한편 PG&E는 1년 전인 ‘17년에도 동일한 이유로 산불을 일으켜, 44명의 사망자와 179명의 부상자에 더해 130억 달러의 재산피해를 일으켰다. 캘리포니아주의 산불이 점차 잦아지고 대형화하며, 그 피해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캘리포니아주는 ‘공공안전을 위한 예방정전 프로그램’을 운용하고 있는데, 이는 기상조건이 악화될 때 산불을 방지하기 위해 해당 지역 전체에 전력공급을 차단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다.

다만 정전으로 인한 피해에 대한 보상범위는 개별 회사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다.

지난 11월 산불 때도 PG&E는 기상청의 산불경보 발령에 따라 주변 8개 카운티 약 7만 명에게 6일부터 예방정전을 실시할 수 있음을 공지했으나, 8일 기상상황이 호전됨에 따라 이를 해제한 것이 화근이 됐다.

 

한국전력도 예외 아니야

미국에 PG&E가 있다면 대한민국엔 한국전력이 있다.

한국전력공사

지난 14일 강원도 고성과 속초에서 발생한 산불도 바람에 의한 특고압 전선의 절단과 거기에서 발생한 불똥이 원인인 것으로 경찰조사에 의해 확인됐다.

다만 미국의 그것과 다른 점이라면 피해면적이 700ha로 미국(62,053ha)의 88분의 1에 그쳤고, 인명피해도 상대적으로 그리 크지 않았단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 강원도 산불이 예사롭지 않게 보이는 건 그 원인에 기후변화란 결코 가볍지 않은 이유가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말인즉슨, 향후 이런 추세가 점점 더 강화될 가능성이 높고, 그래서 피해의 범위와 횟수도 커지고 또 잦아질 것이 확실해 보이기 때문이다.

이번 산불은 이전에 보기 드문 태풍급의 바람과 극심한 가뭄, 그리고 전력망의 관리부실이 한꺼번에 어우러지면서 대형 참사로 전이됐다. 그리고 동시에 피해의 양태도 일상적 산불의 피해범위인 산림소실을 넘어 547채의 주택피해와 더불어 1,139명의 이재민까지 발생하는 등, 이례적 수준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런 복잡한 원인과 광범위한 피해 규모는 향후 원인제공자와 피해자 사이의 배상과 보상 협의에 있어 이전에 볼 수 없었던 복잡한 양상의 전개 가능성을 예견케 한다.

미국의 경우 산불로 인한 피해가 PG&E란 회사의 파산을 불러오며, 결과적으로 캘리포니아주의 전기요금 인상 원인으로 작용했던 사례를 참조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다만 우리의 경우엔 한국전력이 산불피해에 대한 보상과 배상에 대한 전적인 책임을 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 이유는 피해지역에 대한 특별재난지역 선포(4월 5일)를 통해 관계 법령에 의거 정부의 지원으로 일정 부분 보상이 가능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전력이 산불 피해에 대한 책임에서 완벽히 벗어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피해 보상의 액수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결과적으로 한전의 수익구조에 적지 않은 영향을 받게 될 것이란 게 다수 전문가들의 예측이다.

물론 이 같은 사실이 전기요금 인상을 위한 필요충분조건이 되진 않겠지만 작년 1조 1,500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한전의 수익구조를 감안할 때, 요금인상이란 간단한 해결카드를 만지작거리지 않을 수 없는 상황으로 보인다.

문제는 기후변화로 인한 지구온난화의 속도를 감안할 때, 앞으로 이런 상황이 개선되기 보단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단 사실이다.

 

기후변화 피해, 제어 가능한 범위 넘어섰나?

2006년 영국의 경제학자인 니콜라스 스턴은 ‘스턴 보고서’를 통해 향후 기후변화로 인한 경제적 피해가 세계 GDP 총액의 1~2%에 달할 것이라 경고했다.

물론 이는 전 세계가 기후변화 저지를 위한 최선의 노력을 경주한단 가정을 전제했을 때의 경우다.

하지만 그는 2013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에서의 강연을 통해 자신의 최초 보고서가 기후변화의 영향을 과소평가한 측면이 있음을 솔직히 시인하며, 지금의 추세라면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액은 세계 GDP 총액의 5~20%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국내에선 기후변화로 인한 경제적 피해에 대한 구체적 연구보고서를 찾아보기 어렵다. 아마도 이런 연구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도 많지 않은데다, 현실적으로 필요한 연구비를 확보하기도 어려운 때문이 아닌가 싶다.

이런 이유에서인지 이번 강원도 산불의 원인에 기후변화가 있단 사실에 주목하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단 사실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추측컨대 이번 산불은 한반도에서 기후변화로 인한 직접적 피해사례로 기록되는 최초의 사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물론 산불피해의 보상과 배상문제로 인한 한전의 수익성 악화가 전기요금 인상이란 후폭풍을 촉발해 전 국민의 관심이 여기에 집중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기도 하다.

 

전기요금 인상될까?

3차 에너지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정부 각 부처 간의 의견조율이 난항을 겪고 있다.

환경부는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각종 연료세의 조정이, 산자부는 탄소배출량 감축을 위한 전력믹스의 변경이, 그리고 기재부는 이 모든 정책의 실행에 소요될 재원의 확보와 배분의 적정성이 주 관심사다.

이 와중에 한전의 전력요금 인상까지 더해지면 정부의 부담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내년 총선을 앞두고 모든 유권자에 부담을 안기는 정책을 끄집어 낼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선 사실상 실현가능성이 그리 높지 않단 주장이 설득력 있게 들린다.

하지만 한전의 적자누적을 이대로 방치하는 일이 쉽지 않단 사실을 감안하면, 결과적으로 전력요금 인상은 가정용보단 산업용과 농사용 등에 집중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한전 적자 커질수록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도 높아질 듯

현재 한전이 진행 중인 소송은 570건에 달하며, 소송가액의 합계는 7,000억 원에 육박한다. 여기에 강원도 산불로 인한 집단소송이 추가되면, 한전이 소송으로 인해 부담해야 할 금액은 어림잡아 1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한전의 적자가 커질수록 전기요금 인상의 가능성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 단순한 인과관계를 이해하지 못할 사람은 없다.

하지만 인간의 활동이 기후변화를 유발한 결과 우리가 스스로 곤경에 처하게 되었단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는 사람은 의외로 많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그렇다고 달라질 건 없어 보인다. 그것이 의도된 부인이든 무지의 결과든 마찬가지다.

앞으로 기후변화가 우리 삶을 위협하는 일은 더욱 잦아지고 그 피해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이 범인류적 재앙을 막기 위해 제때 적절한 행동에 나서지 않는다면 그 결과는 자명하다.

전기요금 인상은 머지않은 미래에 우리가 직면할 엄청난 재앙의 아주 소소한 시작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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