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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 치닫는 거제경기, 전력소비량으로 확인하다(2-1)
최악 치닫는 거제경기, 전력소비량으로 확인하다(2-1)
  • 윤양원 기자
  • 승인 2019.03.20 16:2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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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소비량은 경제상황 분석의 바로미터

한 시대의 문명수준을 가늠하기 위해 그들이 어떤 에너지원을 기반으로 그 문명을 유지하는지를 살펴보는 일은 매우 유용하다.

산업혁명 이전 대부분의 에너지를 식물성 바이오매스(땔감)에 의존했던 인류는 증기기관의 발명을 통해 석탄과 석유 등과 같은 화석연료로 주력 에너지원을 이동시키게 된다.

20세기 중반에 접어들며 핵에너지 시대를 지나, 이제 21세기 에너지 르네상스의 중심엔 누가 뭐래도 자연에너지가 대세로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1차 에너지원의 종류와 양태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19세기 후반 이후 지금까지 인류가 사용하고 있는 가장 편리하면서도 비중 높은 최종 에너지는 역시 전기다.

화석연료 자동차는 전기차로 바뀌고 있고, 냉난방에 사용되는 에너지 중 전기가 차지하는 비중 또한 계속해서 상승하고 있다.

이런 전전화(全電化)의 과정은 소득수준의 향상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그래서 선진국으로 갈수록 최종 에너지 중 전기 사용의 비중은 높을 수밖에 없다.

한마디로 특정 국가 또는 지역의 경제상황은 전력 소비량의 추이와 따로 떨어뜨려 생각하기 어렵단 뜻이다.

그래서 조선 산업 불황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거제시의 전력 소비량 추이를 통해 전반적인 경기상황을 점검해보고, 거기에 더해 에너지 전환의 이유와 필요성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전년보다 6.5% 줄어든 전력소비량이 거제의 경기상황을 추측케 해

‘18년 거제시의 전체 전력소비량은 2,064Gwh로 ’17년에 비해 6.5%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지난 해 5.4% 준 것에 비해 감소폭이 더 커진 것이다.

물론 절대량 측면에서도 ‘17년 감소폭보다 16Gwh가 더 줄어, 총 143Gwh의 전력소비가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전반적인 경기상황이 계속해서 나빠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전력소비량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분들을 위해 첨언을 하자면, 전력량 1Gwh(기가와트)는 1,000,000kwh(킬로와트)로, 이는 월 250kwh를 소비하는 가정 11 가구가 1년 동안 사용하는 전력량에 해당한다.

따라서 143Gwh의 전력소비량 감소가 있었단 이야기는 전년에 비해 1,573가구에서 사용하는 양만큼의 전력소비가 줄었단 이야기다.

물론 이 결과를 인구감소와 곧바로 등치시키는 건 성급한 판단일 수 있다. 그 이유는 전체 전력소비량에서 가정용이 차지하는 비중(‘18년 기준 17.7%)이 크지 않으며, 한편으론 소비량 변동은 산업구조의 재편 등과 같은 비인구적 요인에 의해서도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경기는 하락하는데 가정용 전기의 소비량은 왜 늘어날까?

거제시 전체의 전력소비량이 줄어드는 와중에도 가정용 전기의 사용량이 늘어나는 현상은 보는 이의 시각에 따라 다양한 예측을 가능케 한다.

사실 전기는 현대인의 삶에 있어 없어서는 안 될 필수재가 된지 오래다. 이 사실을 증명하는 일은 어렵지 않은 이유는 전기 없이 하루만 견뎌보면 바로 확인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정용 전기의 소비량과 경기의 상관관계는 그리 높지 않다는 게 이 분야 전문가들 다수의 의견이다. 한마디로 경기상황이나 가격에 대한 소비탄력성이 낮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경기가 하락한다고 이에 대응해 전기의 소비량을 줄이기는 쉽지 않으며, 이는 소비절감에 대한 의식의 부재를 탓하기에 앞서 기술적 진보에 따른 전전화(全電化)의 가속에서 이유를 찾는 것이 더 합리적 해석이다.

다만 경기가 하락하고 인구까지 감소하는 상황 하에서 가정용 전기의 소비량이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데엔 다른 이유가 있어 보인다.

 

실업률의 급격한 상승이 가정용 전기 소비량 증가의 주범

거제시 인구통계에 의하면 ‘18년 말 전체인구(외국인 포함)는 257,989명으로, 이는 지난 해(’17년 말 등록인구 263,162명)에 비해 5,173명이 줄어든 결과다. 그리고 전체 세대 수도 작년(‘17년 말 101,279 세대)에 비해 504세대가 감소해 100,775세대가 된 것으로 확인됐다.

감소율로 따지면 인구는 약 2%, 세대수는 0.5% 가량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가정용 전기의 사용량은 전년 대비 절대량으론 3Gwh, 비율로 따지면 0.8%가 늘었고, 전체 전력량에서 차지하는 비중 또한 17.7%로 전년의 16.4%에 비해 1.3% 증가했다.

전전화(全電化)의 과정이 오랜 기간 기술적 진보의 결과에 따라 서서히 나타나는 현상이란 점을 감안하고, 소비탄력성이 낮은 것을 역비례의 의미로 해석하지 않는 이상 이례적 소비증가 속도라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추측컨대 이 부분은 급격한 실업률의 상승이 원인일 것으로 보인다.

가정용 전기의 소비량은 집에 머무는 사람의 수와 시간이 증가함에 따라 늘어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산업 현장과 사무실, 그리고 가게 등의 외부에서 경제활동을 할 수 없게 된 사람들이 집에서 거주하는 시간이 늘어난 결과, 경기가 급속하게 하락하고 있는 와중에도 가정용 전기의 소비량이 늘어난 원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거제시의 실업률은 ‘17년 하반기 6.6%에서 ’18년도 상반기엔 7.0%로, 그리고 하반기로 접어들어 7.1%를 찍으며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다만 구직활동을 포기해 실업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사람과 실업률 산정방식의 구조적 한계로 인해 애초 고용기록의 확인이 어려운 사람들까지 감안하면 실질적인 실업률은 이보다 훨씬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

물론 직접적인 실업률 상승과 더불어 시간제 노동자의 노동시간 단축 또한 하나의 원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 주지하다시피 조선시장 불황으로 현장 노동자의 특근과 잔업시간은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다.

노동시간의 단축이 임금소득을 떨어뜨리고, 그 결과 가정 외의 필수적 사회활동까지 포기한 사람들이 일찍 집으로 귀가하는 횟수가 늘어났단 뜻이다. 물론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 당연히 가정에서 소비하는 에너지량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씁쓸한 결론이지만 인구감소와 경기하강이 동시에 지역경제를 강타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 작은 씀씀이까지 줄여야 하는 팍팍한 가계의 일상을 감안하면 다른 이유를 찾기 어렵다.(2-2, ‘대우·삼성 양대 조선의 선방 이면엔 협력사의 눈물 있어’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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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경 2019-03-20 19:33:21
산업용
전기사용량이
늘어나길 기원합니다.

좋은 분석기사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