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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아주천, 과연 가재가 다시 살까
(칼럼) 아주천, 과연 가재가 다시 살까
  • 거제통영오늘신문
  • 승인 2019.01.14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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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동발전협의회 회장 최재룡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공공하수처리장이 생긴 지도 어느덧 10년이 지났다. 그런데도 아주천은 숨을 멎은 듯 생태복원이 되지 않고 있다.

얼마 전 무심코 아주천으로 연결된 관에서 물이 갑자기 콸콸 쏟아지는 걸 봤다. 도대체 무슨 물일까? 비도 오지 않는데. 20여 분이 넘도록 흘러나오는 물에는 거품이 일었다. 확인해 보니 오수처리시설에서 나오는 하수처리수였다.

이렇게 아주천으로 내보내는 하수처리수는 얼마나 깨끗할까?

하수도법에 따르면 하수처리수의 수질기준은 1일 처리용량에 따라 두 가지이다. 하나는 공통 항목인 물속의 생물화학적 산소 요구량(BOD)과 부유 물질량(SS)이 각각 10mg/L 이하이고 또 하나는 각각 20mg/L 이하이다. 이 기준은 하천수 수질 환경기준에 따르면 매우 오염된 물인 5등급(나쁨, BOD 10mg/L 이하)과 악취가 나는 가장 더러운 물인 6등급(매우 나쁨, BOD 10mg/L 초과)에 해당한다.

이런 하수처리수의 양은 얼마나 될까?

오수처리시설과 정화조 1백60여 개 중에서 아파트(2천7백여 세대) 6개, 초등학교(1천4백여 명) 2개만 추산해도 하루 수천 톤이 넘는다. 심지어 한 아파트는 벌써 9년째니 지금까지 상상 이상의 어마어마한 양을 내보낸 것이다.

여기에다 그 양이 얼마인지도 모르는, 악취 나는 오수와 세차장의 세제와 기름때가 섞인 오염수까지 아주천으로 흘러든 적도 있다.

게다가 문제는 아파트처럼 분뇨와 생활하수를 함께 처리하는 90여 개의 오수처리시설이 아닌 분뇨만 처리하는 70여 개의 정화조는 생활하수를 그대로 아주천으로 내보내는 것이다.

어떤 자리에서 한 지인이 아주동에는 공원도 없는데 아주천을 생태하천으로 바꿀 수 없냐고 말했다. 나는 먼저 물부터 맑아져야지, 오죽하면 가재가 옥녀봉에서 살겠냐고 답했다.

가재는 1급수에만 서식한다. 그래서 환경, 특히 수질의 지표가 된다. 그만큼 환경변화에 민감한 동물이다. 가재는 예전엔 아주천 어디서나 흔했다. 그만큼 친숙한 가재였다. 그러나 그 많던 가재는 오래전에 아주천에서 사라졌다. 도랑 치고 가재 잡는다는 말은 이미 옛말이 되었다.

그런 가재를 다행히 2017년 여름 옥녀봉 능선에 있는 옹달샘에서 만났다. 제법 큰 놈인데 옹달샘 물통에 나들이 나온 모양이었다. 처음에는 자갈 같아서 몰라봤다. 물통의 물이 흐려서 비우려고 하는 찰나에야 그 존재를 알아봤다. 마치 희귀동물을 본 것인 양 반가워서 귀하디귀한 그 녀석을 기념 촬영했다.

그런데 아주천에서 사라진 것들이 어디 가재뿐인가.

코흘리개 시절부터 동무들과 입술이 파래지도록 물장구, 개헤엄 치며 멱감던 곳. 가재는 물론 미꾸라지, 송사리, 퉁가리, 은어, 장어, 참게 등을 잡던 곳. 돌 대궐 짓고 고추잠자리 잡으며 꿈 너머 꿈을 꾼 곳. 논두렁 지나 징검다리 건너서 물줄기 따라 학교 가던 곳. 동심이 가득했던 아주천이다. 이제는 언감생심이다.

옛 아주천은 지금처럼 모래, 자갈, 웅덩이 등이 파헤쳐져서 자정 능력을 잃은, 성형된 모습이 아니었다. 물줄기가 곧지도 그 허리가 90도로 꺾이지도 않았다. 꼬불꼬불, 인고의 세월에 단련된, 뱀같이 유연한 자태였다. 현재는 개발과 복개로 인해 보이지 않지만, 실핏줄처럼 여러 개울을 거닐고 들판을 가로질러 바다로 달리던 아주의 숨결이요 젖줄이었다.

이처럼 아주천이 과거와 현재의 급격한 괴리로 제 모습이 아닌 것은 자업자득이다. 아주가 상전벽해이니 아주천인들 무슨 재주로 온전했겠나. 심지어 상류까지 무턱대고 파헤쳐지고 아파트, 교회 등 건물들이 들어섰으니. 오로지 이기적 개발뿐인데 거추장스러운 천덕꾸러기 하천쯤이냐 어떻게 된들 누가 관심이라도 있었을까. 그 태연무심의 잔해가 지금의 아주천이 아닌가.

아주천은 도심하천이다. 특히 조선소로 인해 바다를 잃은 아주동민의 숨통이다. 생물의 서식처이면서 사람의 쉼터가 돼야 한다. 당연히 애지중지해야 한다. 그래서 그동안 수십억 원의 혈세를 비롯한 큰 비용과 노력이 들어갔다. 하지만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인 양 껍데기만 달라졌지 알맹이는 그대로 하수구나 다름없다.

위정자들도 때마다 아주천을 생태하천, 수변공원, 친수공간으로 만들겠다고 공언했지만 언행일치가 하세월이다.

이런 아주천이 언제쯤 건강해질까? 얼마나 많은 혈세를 쏟아부어야 가재가 다시 살까? 그날이 오면 가재 한 마리의 가치는 얼마가 되는 셈인가?

아주천은 오늘도 콸콸 쏟아지는 문명의 이기심과 삶의 찌꺼기를 고스란히 품고서 태연하게 흐른다. 그 물줄기에 우리의 무심함도 함께 따라 흘러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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