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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년 평균기온 4도 상승, 지옥문 열리나?
2030년 평균기온 4도 상승, 지옥문 열리나?
  • 윤양원 기자
  • 승인 2018.12.19 19: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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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학 연구팀 논문...미정부기관도 '기후변화' 경고
거제시민에너지협동조합상임이사
거제시민에너지협동조합상임이사

 

며칠 전 미국 위스콘신 대학의 넬슨 환경연구소의 수석 연구원 케빈 D. 버크 연구팀에서 발표한 논문에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 논문에 따르면 인류가 지금의 속도로 온실가스를 배출하면 12년 후인 2030년에 지구온도가 2~4도 까지 상승하고, 해수면이 지금보다 20미터나 높아질 수 있다.

이 논문이 발표되기 며칠 전인 11월 23일(현지시간), 미국의 한 정부기관은 '국가기후평가(National Climate Assessment)' 정부 보고서를 통해 지구온난화로 인해 미국의 자연재해가 악화되고 있으며, 기상이변으로 인한 재해로 미국 GDP의 10%가 타격을 입을 수 있고, 그 규모는 수천억 달러에 이를 것이란 내용을 발표했다.

세계의 기후가 심상찮게 돌아가고 있고, 향후 기후변화의 속도가 더욱 빨라질 것을 예측하는 정부와 민간단체 연구소들의 경고가 점점 그 수위를 더해가고 있다.

하지만 이런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증거에도 불구하고 기후변화를 대하는 일반 대중의 자세엔 변화가 없어 보인다. 심지어 경고의 수위가 높아질수록 ‘의식적 회피’의 경향은 더욱 강화되는 듯하다.

필자는 이런 비이성적 ‘집단 무의식’이 왜 발생하는 것인지, 그리고 평균기온 4도 상승이 우리 삶을 어떻게 바꾸게 될 것인지를 기후변화와 에너지 분야에 10년 가까이 몸담고 있는 사람으로서 다수 대중의 안이함에 경종을 울리고자 펜을 들었다.


기후변화를 대하는 인간의 행동심리 모르면 대응 어려워

영국의 기후변화 분야 전문가인 조지 마셜은 저서인 ‘기후변화의 심리학’을 통해 기후변화에 대한 대중의 ‘집단 무의식’과 ‘의식적 외면’이 인간이 죽음을 대하는 태도와 유사한 점이 많다고 설명한다.

“인간은 감당할 수 없는 두려움에 마주치면 공포를 느끼지만, 동시에 불안을 한 쪽으로 치우려고 노력한다. 위협이 실재한단 사실을 알면서도 일부러 느끼지 않으려고 애쓰는 것이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래서 그는 “이런 보편적 인간의 행동심리를 이해하지 못하면 기후변화란 전 지구적 재앙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불가능 하다”고 주장한다.

여기에 더해 개별적 개인들의 확정편향도 한 몫 한다. 보편적으로 보수적 성향을 보이는 사람은 기후변화를 믿지 않는 경향이 강하고, 진보적 성향의 사람은 필요 이상으로 과하게 반응한다.

물론 필자는 지금의 상황이 어떤 호들갑도 과하지 않을 만큼 심각하다 생각하는 사람 중 하나다.

그렇다면 평균기온 4도 상승은 우리 삶을 어떻게 바꾸게 될까?


4도 더 뜨거운 지구는 어떤 의미인가?

먼저, 기후변화가 사기란 트럼프의 주장에 동의하는 분이라면 더 이상 이 글을 읽을 이유는 없다. 왜냐하면 읽어봐야 정신건강에 이로울 게 없기 때문이다.

앞서 기후변화 저지가 어려운 이유를 인간의 인지심리와 행동심리학적 차원에서 분석한 이유는 인식 없는 각성이 있을 수 없고, 각성 없는 행동이 불가능하단 필자 나름의 판단에서다.

하지만 지금부턴 4도 상승으로 인해 발생하게 될 정치·경제·사회·문화 및 환경적 변화에 대해 짚어보려 한다.

먼저 대부분의 기후 및 생태전문가들은 평균온도 4도 상승을 인류멸망 시나리오로 인식하고 있다. 한마디로 아마겟돈이란 뜻이다. 그것도 지금으로부터 12년 후인 2030년에 이런 상황을 맞닥뜨린다는 건 인류사에 없었던 재앙이란 게 다수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심지어 그들은 평균기온이 3도만 상승해도 더 이상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물론 지구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지금으로부터 약 2억 5천만 년 전에도 유사한 상황이 한 번 있었다. 이 같은 사실은 극지방의 빙하코어 분석을 통해 발견됐다. 물론 그 때도 극적으로 짧은 기간에 지구의 온도가 지금처럼 상승했던 것으로 보인다.

과학자들은 이 현상의 원인을 해저 지진으로 인해 메탄하이드레이트가 대기 중으로 분출한 때문이라 추정한다. 아시는 바와 같이 메탄은 대표적 온실가스의 하나로 이산화탄소에 비해 온실효과가 약 21배 높은 기체다.

결과적으로 이 파괴적 이벤트로 인해 당시 지구상에 존재하던 생물종의 약 95%가 멸종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래서 대부분의 과학자들이 왜 평균기온 4도 상승을 멸종이란 단어와 등치시키며 우리 사회에 경종을 울리고자 하는지 이제부터 찬찬히 살펴보자.


4도 더 뜨거워진 지구는 왜 재앙인가?

첫째, 해수면이 1미터만 높아져도 세계 식량시장의 공급량이 2~30%는 줄어든다. 이유는 세계적으로 비옥한 토지들이 대부분 바다와 강이 만나는 삼각주를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해수면이 높아지면 지표 또는 지하를 통해 염분이 높은 물이 농지에 스며들고, 결과적으로 농사를 지을 수 없는 상황이 된다. 해수면이 1미터만 높아져도 이런 상황인데, 20미터의 상승폭은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10년 가까이 기후변화와 에너지 문제를 공부하며 해수면 20미터 상승시 세계 식량 시장의 전망에 대한 시나리오 같은 건 본 적도 없다. 아마도 그런 상황이 된다면 시나리오 따위는 굳이 필요치 않을 것이기에 그런 보고서를 만들 필요가 없었던 게 아닐까 짐작한다.

둘째, 이런 단기간의 급격한 온도변화는 식물의 적응능력 한계를 초과하는 수준이다. 이동이 자유로운 인간과 여타 동물에 비해 식물은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생장한계선을 넘어서면 대부분의 식물은 멸종하게 된다.

물론 시간만 넉넉하다면 유전적 변이를 통한 적응도 가능할 수 있다. 하지만 다윈이 종의 기원을 통해 밝힌 ‘선택적 진화’를 위해선 수십 수백만 년의 장구한 세월이 필요하다. 하지만 우리에겐 그 정도의 시간이 허락되지 않았다.

따라서 식물이 멸종한다면 어떤 동물도 살아남을 수 없다. 인간 역시 생물학적으론 동물종의 한 부류다. 모든 생명체는 복잡하지만 하나의 거대한 생태 고리 속에서 명멸(明滅)을 거듭한단 사실을 어느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셋째, 전 세계 대부분의 거대 도시들은 해안이나 강을 주변에 두고 발달했다. 이는 아마도 외부와 소통하고 교류하는데 물을 통한 이동이 가장 용이했기 때문일 것이다.

현재 전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이 이런 대도시에 거주한다. 그래서 해수면 20미터 상승은 이 인구들이 한꺼번에 다른 곳으로 삶의 터전을 옮겨야 하는 상황을 촉발시킨다.

혹자는 최근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는 초고층 건물들이 생존을 위해 유리할 것이라 생각하는 모양이지만 현실은 그 반대다. 그런 건물들은 외부로부터 전력을 공급받지 못하면 한 순간에 최악의 공간으로 변한다.

일단 전기가 없으면 수십 층의 건물을 걸어서 오르내려야 하고, 무엇보다 물을 공급받을 수 없다. 먹을 물과 씻을 물이 없는 초고층 건물을 상상해보라.

그렇다면 도시를 떠난 수십억의 인구는 모두 어디로 갈 수 있을까? 과연 개별 국가적 차원과 지역적 한계 안에서 그런 인구이동을 소화할 수는 있을까?

그게 불가능하다면 과연 우리는 자기 나라에 다른 나라 피난민 수천만 또는 수억 명이 한꺼번에 몰려오는 상황을 기꺼이 수용하고 감내하려 할까? 그리고 첫 번째 이유와 연계해서, 그 사람들은 자신이 먹을 식량을 어디서 구할 수 있을까?

지금 미국으로 들어가기 위해 멕시코 국경에서 대기하고 있는 수천 명의 카라반들과 목숨을 걸고 바다를 건너는 수만 명의 아프리카 난민을 대하는 부유한 나라들의 태도를 보면 결과는 자명하다.

넷째, 각 종 바이러스성 질환들이 창궐하게 된다. 바이러스 전문가들에 따르면 평균온도 1도가 상승함에 따라 바이러스성 질환 30%가 늘어나게 된다.

그래서 평균기온 4도가 상승하면 우린 아마도 1년 내내 조류독감과 광우병, 그리고 메르스와 말라리아 등과 같은 전염병에 시달리게 될 가능성이 높다. 물론 이전까지는 듣도 보도 못했던 새로운 변종 바이러스들이 출몰할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다.

이런 질환들은 인간과 동물을 가리지 않고 공격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인간의 생존에 필요한 동물성 단백질 절대량이 부족해질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결국 다시 식량 문제가 발생한다. 아마도 앞으론 쌀 값 인상을 요구하는 농민들 데모는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

다섯째, 해수면 상승과 인간이 거주할 수 있는 공간의 극적인 축소는 물 문제, 특히 담수의 부족을 야기하게 된다. 농사에 필요한 물도 그렇지만 인간에게도 물은 생존을 위한 필수요소다.

인간이 물을 섭취하지 않고 생존할 수 있는 기간은 약 3일 정도다. 그래서 앞으론 부족한 담수 확보를 위한 경쟁이 지금보다 훨씬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는 지역과 지역, 국가와 국가 사이의 충돌을 야기한다.

여섯째, 위의 이런저런 이유들로 인해 우리가 종교처럼 신봉하는 자본주의식 시장경제는 그 기능을 상실 할 가능성이 높다. 모든 생존의 조건이 열악해진 상황 하에서 화폐와 신용을 기반으로 거래와 교환을 매개하는 자본주의식 경제는 제대로 작동할 수 없다. 한마디로 시장의 실패(market failure)다.


뜨거워진 지구에서 어떻게 살아남을까?

물론 위에 열거한 대표적 자연현상과 사회현상을 제외하고도 많은 문제들이 발생하게 될 것이다. 무엇보다 심각한 건 역시 국가와 국가, 인종과 인종 사이의 충돌에 대한 우려다.

여기서 말하는 ‘충돌’이란 전쟁의 미화된 표현이다. 좀 더 적나라하게 표현하자면 상시적 전쟁 상황이 전 지구적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단 이야기다.

인간은 생존을 위해 필수적인 자원이 결핍됐을 때 두 가지 형태의 돌파구를 찾게 된다.

하나는 부족한 자원을 보충할 새로운 대체재를 개발 또는 생산하는 방식이다. 이 부분이 인류가 다른 동물들과 구분되는 대표적 특징이고, 이 능력이 오늘날 인류가 이룩한 찬란한 문명의 원천이다.

그리고 다음으로, 인류는 생존을 위한 경쟁이 심화될 때 경쟁자를 제거하는 방식으로 이 문제를 해결해왔다. 다른 말로 표현하면 사실 인류의 역사는 전쟁의 역사라 해도 부족하지 않을 정도다.

그래서 이런 극적인 상황이 전개되면 우리는 그 돌파구를 모색하는 방법으로 개체 수 조절을 위한 전쟁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바람직하진 않지만 인류의 역사를 돌이켜 볼 때 자연스런 현상이다.

아무튼 이런 여러 이유로 우리의 생존환경이 매우 짧은 시간 안에 극적인 변화를 맞게 될 가능성이 높은 시점이다.


기후변화는 단순한 기후문제 아냐

하지만 이 공포스런 보고서를 접하며 이런 묵시록적 상황이 실제로 전개될 것인지에 대한 의심 또한 커지는 것 같다. 우리가 여태까지 알고 있던 지구온난화의 모습은 사실 이런 수준의 아마겟돈은 아니었다. 이는 물론 필자 같은 사람에게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우린 지구온난화가 그저 지금보다 조금 더 더워지는 여름과 조금 더 따뜻한 겨울 정도일 것이라 자위하며 살아왔다. 물론 아직도 그런 착각 속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일 것이란 사실을 생각하면 안타까울 따름이다.

온난화란 전 지구적 재앙(?)을 맞아 인류가 단결된 하나의 의지로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확신은 없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각자의 삶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고, 또 그런 과정을 통해 새로운 문명이 탄생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이 험난한 과정을 거치며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이, 또는 필자 같은 사람이 최후의 승자가 될 수 있을 것인지는 의문이다.

어느 생태학자의 말을 끝으로 긴 글을 맺는다.
"인류는 사라져도 지구는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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