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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을 등진 거제시청 태양광발전소
태양을 등진 거제시청 태양광발전소
  • 윤양원 기자
  • 승인 2018.10.23 19: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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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시청 신축건물 태양광발전소 잘못 설치, 효율낮고 세금 낭비

시청 발전소는 태양이 싫은 햇빛발전소?

본관의 발전소는 포로수용소(남동) 방향인데 신관은 정문(북동) 방향으로 설치되어 있다.

 

태양을 등지고 앉아있는 시청의 태양광발전소

시청사의 신관 옥상에 있는 태양광발전소가 이해하기 힘든 방향으로 설치되어 있어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단 제보가 본사로 들어왔다.

기자가 확인한 결과, 최근 증축된 시청의 본관 뒤편 건물에 설치된 태양광발전소의 설치 방향이 정남향에서 북동쪽으로 약 120도 틀어져 있었다.

보편적인 태양광발전소의 방위각은 정남향이 가장 이상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북동쪽으로 설치된 발전소의 효율이 정남향에 비해 어느 정도 차이가 있을 수 있는지 관련 업계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봤다.

전문가의 의견에 따르면, 건물형태양광의 경우 주변 여건과 여러 상황에 따라 어쩔 수 없는 경우 동쪽과 서쪽으로 20~30도 정도 틀어져 설치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이런 경우 일정부분 효율감소는 예상되지만, REC 가중치가 1.5배라 크게 문제될 게 없다.

(REC : Renewable Energy Certificate,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를 말하며, 일반 대지에 설치하는 경우에 비해 건축물과 기타 구조물을 이용해 설치할 경우 1.5배의 생산량을 인정해준다)

하지만 북동으로 120도가 틀어진 경우라면 내용이 좀 다르단 설명이다. 그에 따르면, 정남향으로부터 방위각이 틀어지면 그에 비례해 생산되는 전력량의 손실을 감수해야 하는 만큼, 보편적으로 노지에 설치할 경우 웬만해선 10도 이상 틀어지게 설계를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래서 정남향 기준 북동으로 120도 정도 틀어졌다면, 이상적 설치방향과 비교해 최소 년간 20% 이상의 전력생산량 손실이 예상되고, 특히 태양의 남중고도가 낮아지는 겨울철엔 절반 이상 생산량이 떨어질 가능성도 있단 의견이다.

 

위성사진을 보면 신관의 발전소가 북동향으로 120도 틀어져 설치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규정에 맞춰 설치하려다보니 발전효율은 더 낮아져

좀 더 상세한 설명이 필요하단 기자의 요구에 이 전문가는, 이런 경우는 한 번도 본 적이 없어 예측이 쉽지 않단 단서를 달면서도, 보통의 경우 발전량에 대한 시뮬레이션을 근거로 발전소의 방위각과 경사각을 설계하는데, 이 경우엔 시뮬레이터의 측정한계인 90도를 초과해 사실상 예측의 한계도 벗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덧붙여 이 전문가는, 아마도 ‘설치의무화제도’의 규정에 맞추려다 보니 다소 무리한 설계가 나온 것으로 보인단 의견을 피력했다.

(‘설치의무화제도’란 공공기관이 신축·증축 또는 개축하는 연면적 1,000제곱미터 이상의 건축물에 대해 예상에너지사용량의 24%(‘18년 기준)을 신재생에너지로 공급토록 의무화한 제도다.)

그래서 기자가 이 공사를 담당한 시청 관계자를 통해 확인한 결과 예상한 바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시청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자신이 공사를 담당하지만 사실상 이 분야에 전문성이 없어 시공 및 설계업체의 의견을 수용할 수밖에 없는 처지라 결과적으로 이런 상황이 된 것 같다며, 한편으론 에너지관리공단에서 설비확인까지 받았는데 문제점이 걸러지지 않아 당혹스럽단 의견이었다.

하지만 보통의 관급공사가 민간에 비해 20~30% 높은 가격에 발주가가 형성된단 사실을 감안하면, 사실상 민간의 발전소라면 이런 식의 공사는 경제성 때문에라도 애초에 가능하지 않았을 것이란 게 기자의 생각이다.

 

현장 여건을 감안하지 못한 정부정책이 세금낭비 불러와

한편으론 이번 일을 계기로 설치용량 중심의 의무설치제도의 허점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만큼, 좀 더 내실 있고 합리적인 형태로의 제도적 보완과 더불어 변화하는 시대에 부응하는 공직사회 내부의 인적역량 강화 또한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통한 에너지전환은 시대적 과제임과 동시에 피할 수 없는 일임에 분명하다. 탄소배출량 규모면에선 세계 7위, 증가율은 자랑스럽게도(?) 세계 1위인 부끄러운 대한민국의 현주소를 생각한다면 사실상 이것저것 따질 이유가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정부의 정책이 그 당위만 강조되고 현장의 여건은 감안하지 못한 채 추진된다면, 결국 죽어나는 건 시민의 혈세다. 그리고 이런 ‘보여주기식’ 정책은 결코 지속가능하지도 않다.

시민의 눈높이에 맞춰 관료사회의 변혁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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