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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웰리브 노동자들의 파업을 지지합니다.
[기고] 웰리브 노동자들의 파업을 지지합니다.
  • 김동성
  • 승인 2018.09.10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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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장 김동성

대우조선 현장은 지금 전에 없이 노동자들의 투쟁 열기가 끓어오르고 있다. 대우조선노동조합 홍성태 위원장의 목숨을 건 단식농성이 7일째 접어들고 있으며, 웰리브 하청노동자들이 파업투쟁을 예고하고 있다.

대우조선노동조합은 이미 지난 7월초 조합원 총회를 통해 쟁의권을 확보하고, ‘중앙쟁의대책위원회’로 조직체계를 개편해 투쟁을 통한 교섭을 진행해 왔다. 2011년 이후 실질임금이 사실상 하락하고 있는 정규직 노동자들의 기본급 인상요구는 정당하고 절박한 요구이지만, 사측은 채권단을 핑계 삼아 줄곧 외면해 왔다. 더구나 상여금 지급방식 변경을 통해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부담을 덜어보겠다는 의도를 노골화 하고 있다. 지난 2년 동안 원청이 협력사에 피해를 떠넘기고, 협력사는 하청노동자의 상여금을 없애 최저임금 인상효과를 무력화했던 불법행위가 이제 원청 노-사간에 재현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 5월, 금속노조에 가입한 ㈜웰리브푸드, 수송 노동자들이 그동안 11차에 걸쳐 사측과 단체교섭을 진행해 왔지만, 마찬가지로 사측은 무성의한 태도로 일관했다. 대우조선 현장 19개 식당에서 일하는 대부분이 여성노동자인 웰리브푸드, 그리고 웰리브수송 조합원들의 요구는 매우 단순하고 소박하다. 현장 안에 노조사무실 제공, 현장 내에서 차량운행 허가, 토요일 8시간 유급인정, 불법적으로 없애버린 상여금 액수에 해당하는 1,060원 임금인상이 그 내용이다.

노조사무실 제공과 차량운행 허가는 노조활동의 최소한의 전제조건이고, 토요유급은 대우조선 모든 원-하청 노동자에게 이미 적용되고 있는 내용을 웰리브 노동자에게도 동일하게 적용하라는 상식적 요구이며, 빼앗긴 상여금에 대한 액수만큼 임금을 인상하라는 요구는 지난 겨울부터 대우조선 하청노동자들이 ‘되찾자 550%’촛불집회를 통해 주장했던 내용이다.

11차에 걸친 노-사간의 교섭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노조사무실 요구에 대해서는, 사내에 있던 (주)웰리브 푸드, 수송 회사 사무실을 현장 밖으로 쫓아내는 것으로, 1,060원 임금인상 요구에 대해서는 113원 올려 주겠다는 게 웰리브와 대우조선해양의 대답이었다. 더 이상의 의견접근이 이루어지지 않자, 지방노동위원회의 조정과정을 거쳐 마침내 웰리브지회 조합원들은 쟁의행위 찬반투표에 들어갔고 92%의 찬성으로 가결 시켰다. 진전이 없는 교섭을 계속할 것인가, 파업을 통해 요구사항을 관철해 나갈 것인가의 기로에서 웰리브지회 조합원들은 투쟁을 선택한 셈이다. 노동자들의 이러한 결정에 대한 (주)웰리브 사측의 대응은 충분히 예상되고도 남을 일이다. ‘대우조선 원청이 급식중단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고, 급식공급 계약이 취소될 수 있고, 따라서 고용을 보장할 수 없는 상황이 올수도 있다’는 협박이 가해졌음은 물론이다.

난생처음 경험해보는 노동조합 활동 3개월 만에, 언론을 통해서나 볼수 있었던 파업을 목전에 두고있는 웰리브지회 노동자들의 심정은 굳이 직접 듣지 않아도 짐작할 수 있는 일이다. 단체교섭 과정에서 모든 절차를 준수해 확보된 합법적 파업을 결행하는데 있어서도 각오와 결단을 필요로 하는 게 엄연한 우리 현실이다. 이 비정상적 현실은 노동운동을, 특히 파업투쟁을 불온시 하고 죄악시 해왔던 사회적 인식이 일조했음은 물론이다. 일제 식민지 하에서부터 시작된 이 땅의 산업화 과정에서 노동자의 기본권은 사문화된 법령 안에서만 존재 했을 뿐 어느 시대 어느 정권에서도 존중 되어본 경험이 없었다. 그래서 지금까지 대부분의 파업투쟁은 사회적 지지가 원천적으로 차단된 고립된 투쟁일 수밖에 없었고, 그게 당연한 것으로 여겨져 왔다.

비정상을 정상으로 바꾸고, 비상식적인 사회를 상식이 통하는 사회로 바꾸고자 하는 것이 촛불혁명 이후 우리사회의 시대정신이라 할 수 있다. 기회가 평등하게 주어지고, 과정이 공정하며, 결과가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겠다는 것이 문재인 정부의 통치 철학이고, 노동존중을 통해 사회양극화를 해소하고 경제를 살리겠다는 것이 소득주도 성장정책으로 보아 무방할 것이다.

이러한 통치철학과 정부정책이 성공하느냐 실패하느냐의 관건은, 다시 말해 공허한 약속으로 그치느냐 실현 되느냐의 문제는, 노동현장에서 노동자의 기본적 권리를 실제 보장하는가에 달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는 14일 대우조선 현장을 방문할 문재인 대통령이 예정된 일정 외에도, 투쟁하는 노동자들에게 다가와 용기와 격려를 보내주길 바란다면 가망 없는 환상일까?

대우조선 노동자들의 이번 투쟁은 안팎으로 매우 중대한 의미를 갖고 있다. 안으로는, 현재까지 각자의 힘으로 싸우고 있는 원-하청 노동자가, 차이와 경계를 허물고 하나로 뭉쳐 보란듯이 단결된 힘을 과시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다. 이는 노동자가 투쟁을 통해 승리할 수 있는 유일한 길 이고 “금속노조 정신”이기도 하다. 밖으로는, 조선소 구조조정과 동시에 거제경제가 극심한 침체의 늪에 빠진 데에서 알 수 있듯, 조선소 노동자의 고용과 노동조건은 거제지역 경제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문제라는 점이다.

비단 지역경제 문제를 떠나서도 조선소 노동자 또한 거제시민의 일원임은 부정할수 없는 일이다. 거제시민 모두가 대우조선 원-하청 노동자들의 투쟁에 관심과 응원을 보내야할 이유이기도 하다. 지역 시민들의 관심과 응원은 특히 웰리브지회 조합원들에게 더없는 용기를 주게 될 것이고, 투쟁에서 승리한 조선하청 노동자들은 당당한 거제시민으로 거듭나 지역공동체의 일원으로 우뚝 서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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