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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걷는 오늘)28, 최정규 시인의 '마지막 숨결'
(시를 걷는 오늘)28, 최정규 시인의 '마지막 숨결'
  • 거제통영오늘신문
  • 승인 2018.09.04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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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규 시인의 시, ‘마지막 숨결-통영바다 5’를 읽고

거제와 통영은 닮은 점이 많다. 천혜의 자연환경과 지역경제에서 조선업이 차지한 위상이 비슷했다. 그래서 일까? 최정규 시인의 시집 [통영바다]를 읽다보면 거제바다를 읽게 된다. 아프고 신음하는 거제바다의 모습이 통영바다와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필자는 거제사람들에게 시집 [통영바다]에 실린 시 한편을 소개한다.

마지막 숨결

-통영바다 5

최정규

 

밀물에 떠밀려오던 물고기

살치기 노래에 실어

집집이 퍼담던 갱문가에

주름살 끼인 물결만 하느작거린다

 

굴 꼬막 씨 받기 힘들어지고

고기터 잃어가는 판에

기름통 속에 갇혀 숨넘어가는 바닷새의

부릅뜬 저 눈망울에 묶여 벗어날 수 없다

 

동서남북 어느 바다고

내 바다 네 바다로

줄 그을 수 없듯이

가슴 깊숙이 안겨 있는 보금자리를

빼앗길 수는 없는 일이다

 

낳아주고 길러주며

명 이어주고 있는 마지막 숨결이여

-최정규 시집 [통영바다] p. 19에서 가져옴

 

어떤가? 거제와 통영의 모습이 많이 닮아 있지 않은가?

그럼 다시 물어야겠다. 거제인의 삶의 근원적인 터전은 어디일까? 대우조선해양인가? 삼성중공업인가? 아니다. 이것들은 그저 언젠가는 수명이 다하면 사라질 사회의 시스템의 일부일 뿐이다. 거제인의 삶의 근원적인 터전은 한려해상국립공원이라 불리는 천혜의 자연을 간직한 거제다. 거기에는 산방산, 가라산, 노자산, 앵산, 대금산이라 불리는 수려한 산들과 외도, 내도, 지심도, 이수도, 칠천도라 불리는 섬들과 이 산들과 섬들을 돌아 나오는 물길과 산길을 따라 만들어진 촌락이 있다.

그런데 거제인들의 삶을 지탱해주는 근원적인 터전인 거제가 지금 신음을 앓고 있다. 산을 깎은 자리에는 리조트와 골프장, 팬션이 들어서고 이곳저곳을 잇는다고 다리를 놓고 터널을 뚫고 있다. 고현만은 이미 여러 차례 매립되었으며 사곡해수욕장이 있는 갯벌도 곧 매립될 처지다. 갯벌이 자연이 주는 경제효과는 아무리 강조해도 그저 공허한 외침이 된 지 오래다. 위정자들은 천혜의 자연을 간직한 거제를 강조하면서 엉뚱하게도 거제의 산과 바다를 부수고 갈아엎어서 볼거리를 만드니 참으로 안타까운 노릇이다. 당장의 이익을 위해 거제의 숨통을 우리 손으로 틀어막아서야 되겠는가?/안인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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