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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걷는 오늘) 23, 이복규, '나는 자주 운다'
(시를 걷는 오늘) 23, 이복규, '나는 자주 운다'
  • 거제통영오늘신문
  • 승인 2018.07.27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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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자주 운다


-이복규



영화「비 그치다」에 무사가 등장하여
칼은 '자신의 바보 같은 마음을 베는 것'이라고 한다

좋은 칼일수록
칼집의 고요가 깊고
칼집의 침묵이 깊을수록
칼은 빛난다

어둠 속에 감춰진 그 빛만으로
무사는 칼에 피를 묻히지 않는다

다만 칼집의 울음만으로
상대의 바보 같은 마음을 벤다


이복규 시집<슬픔이 맑다>

………………………………………………………………………………………

칼과 칼집은 상호보완적이다. 칼날의 예리함은 위협적이고 공격적인 반면에 칼집은 수용적이고 포용적이다. 상반된 두 개의 사물이 의미 있는 하나가 되는 것이 칼과 칼집인데, 시인은 칼과 칼집이 서로의 배경이 되어주는 것에 마음이 사로잡힌 듯하다.

베르나르 베르베르 책에 의하면 개미들은 즐거움이나 분노를 느끼게 되면, 호르몬이 몸 내부에서 순환할 뿐만 아니라 몸 바깥으로 나가 다른 개미들의 몸으로 들어간다고 한다. 몸 밖으로 나가는 호르몬이 이른바 페로-호르몬 또는 페르몬인데, 이것이 있는 덕분에, 개미들은 수백만의 개미가 동시에 같은 상태의 감정을 느끼게 되는 것이라고 한다.참으로 놀라운 공감능력이 아닐 수 없다.

"좋은 칼일수록
칼집의 고요가 깊고
칼집의 침묵이 깊을수록
칼은 빛난다"

개인주의의 팽배로 낱낱의 존재가 칼날같이 번득이는 세상이다. 때로는 그 번득임으로 타인을 베는 일에 열혈이다. 시인은 칼이 아닌 "칼집의 울음만으로 상대의 바보 같은 마음을 베는" 정신의 높은 수양과 관용을 노래하고 있다. 그 길이 아득히 멀지만 자신의 가치를 알아 줄때까지 느린 걸음으로 걷는 영화 속 사무라이처럼 또 시인의 관용처럼 나도 천천히 느린 걸음으로 세상을 걷는 법을 한 수 배워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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