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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 노동조합 71.3% 찬성 금속노조 가입
대우조선 노동조합 71.3% 찬성 금속노조 가입
  • 거제통영오늘신문
  • 승인 2018.06.11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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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장 김동성

지난 6월 7~8일 대우조선 노동조합(이하 대우노조)에서 산별전환을 위한 조합원 찬반투표를 진행한 결과 71.3%의 찬성으로 금속노조 가입이 확정되었다. 대우노조는 금속노조가 설립된 2001년 그리고 2003년과 2006년에도 산별전환을 시도했지만 조합원 투표에서 번번히 부결되었고, 마침내 네 번째 시도만에 금속노조 가입을 결정짓게 되었다.

1998년 금속산업연맹의 깃발아래 모였던 사업장중 대공장으로는 유일하게 기업별 노조로 남아있던 대우노조의 산별전환은, 전국금속노조 17만 조합원 모두가 열렬히 환영할 일이다. 또한 지난 3년간의 대우조선 구조조정 과정에서, 정부와 주채권은행의 파상공세에 밀려 수세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었던 대우노조 조합원들은 이제, 이미 기정사실화 되어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매각 국면에서 보다 강력한 조직적 힘을 바탕으로 대응할수 있게되었다.

대우노조의 금속노조 가입은 그 시기와 현장 안팎의 상황을 고려했을때 매우 복합적이고 중대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우선 거통고 조선하청지회가 작년 2월 출범해 하청노조 가입운동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고, 대우조선 사내하청 웰리브 노동자 300여명이 금속노조에 가입해 조합원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시기임을 감안했을 때, 대우조선 하청노동자들에게 적잖은 영향을 주게 될 것임은 분명한 사실이다.

이는 또한 대우조선 사측과 주채권은행에 대한 고립된 싸음에서 벗어나 보다 조직적으로 대응해 나갈수 있다는 현실적 필요성과 함께, 밖으로는 금속노조의 지역역량을 강화하고 안으로는 대우조선 현장의 원-하청노동자 연대를 강화해 나가야할 과제를 안겨주게 되었다. 대우조선 현장에 금속노조 소속 3개의 단위가 존재하게 되면서, 단일조직으로의 가능성에 대해 기대를 갖는 것은 당연한 생각일수도 있을것이다. 하지만 현시점에서 지나친 기대와 의존성은 경계 해야할 대상이고,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세가지 요소가 있다.

첫째. 대우조선 노동조합의 30년 투쟁사

대우조선 노동자들은 30여년전 1987년 대투쟁 과정에서 노동자의 기본권을 쟁취하기 위해 대우조선 사측과 전두환 군부정권에 맞서 치열한 투쟁을 전개했다. 이 과정에서 이석규열사가 가슴에 최루탄을 맞아 사망하는 불행한 사고가 있었고, 이후 민주노조를 지키기 위한 투쟁과정에서 네분의 노동자가 목숨을 바치기도 했다. 지난 2013년에는 전국 어느 현장에서도 전례를 찾아볼수 없는, 다섯분의 열사 추모비를 현장안에 세움으로써 후배노동자들이 열사들의 정신을 기리고 계승해 나갈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였다. 대우조선 노동자들의 피와 땀으로 얼룩진 30년 투쟁사는, 이제 막 노동조합 활동을 시작하는 거통고 조선하청지회와 웰리브지회 조합원들이 우선적으로 배우고 가슴에 새겨야할 살아있는 교훈이다.

둘째.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의 집약체인 조선 하청노동자

대우조선 노동자중 70% 이상은 하청노동자 이다. 한 사업장에서 동일한 업무를 하면서도 고용은 불안정하고 임금과 근로조건은 정규직의 절반에 미치지 못한다. 100개가 넘는 업체에 본공,일당,촉탁직,물량팀 등의 다양한 형태로 고용되어 단결의 가능성이 원천적으로 봉쇄된 상태로 일해왔다. 조선하청노동자들을 겹겹으로 둘러싸고있는 이러한 장막은, 하청노조가 산별노조여야만 하는 이유를 분명하게 설명해 주고있다. 마침내 지난해 2월 조선하청노조가 출범했고, 일년이 지난 지금은 조합원들이 당당하게 자신의 권리를 주장함은 물론 본격적인 노조가입운동을 벌여나가고 있다. 대우조선 현장에서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생산의 70% 이상을 담당하고 있는 하청노동자의 조직화는, 정규직 노동자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그리고 웰리브 지회를 지켜나가기 위해 필수적 요인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현장하청노동자 조직화는 대우조선 모든노동자의 이해가 걸린 ‘전략적 목표’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간과해선 안될 것이다.

셋째. 조선하청노동자 대규모 조직화의 가능성을 보여준 웰리브지회

대우조선 사내 식당에서 일하는 웰리브 노동자들이 지난 4월 28일 노동조합을 설립했다. 물론 오래 전부터 준비를 해왔던게 사실이지만 본격적인 준비기간은 채 한달이 되지 않았음에도 대부분이 여성노동자인 350여명중 320여명이 가입하여 주위를 놀라게했다. 이들은 모두 웰리브푸드 소속이기는 하지만 일하는 장소는 드넓은 대우조선 현장 19개 식당에 흩허져 있어, 서로 소통과 만남 자체가 매우 어려운 여건이었다. 이런 열악한 현실을 무릅쓰고 노조를 설립하여, 웰리브 소속 5개의 다른업종 노동자들을 빠른 속도로 조직화해 가고있다. 조선하청노동자 대규모 조직화의 가능성을 실천을 통해 입증한 웰리브지회를, 거통고 조선하청지회와 대우노조는 주목할 필요가있고, 지원과 엄호가 절실한 시점이다.

거스를수 없는 숙명처럼 비슷한 시기에 대우조선 현장에서 금속노조의 이름으로 각기 존재하게된 세 단위는, 스스로의 역량을 강화 하면서 연대를 통해 전체 노동자의 힘을 강화해 나갈수 있는 절묘한 상황에 놓여있다. 하지만 근래에 원-하청이 공존하는 금속노조 사업장에서 발생했던 반 노동자적인 행태는, 엄연히 존재하는 원-하청 노동자간의 이해의 차이를 노동자 라는 일반적 동일성으로 극복해 간다는것이 결코 쉽지만은 않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시작하는 마당에 어려울 것이라 지레 짐작해 걱정부터 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각 단위가 자주,자립의 원칙을 굳건히 견지하고 서로를 끊임없이 동지애로 끌어안고자 한다면, 하나의 현장안에서 세 단위가 각각의 이름으로 가고있는 전인미답의 이 길은, 대우조선 모든노동자의 기본권을 확고하게 지켜낼수 있음은 물론, 이땅의 1천만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희망의 등불을 비춰주는 길이 될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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