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뉴스
거제교육장, 도의원에 출마한 '아내 지지글' 화제
거제교육장, 도의원에 출마한 '아내 지지글' 화제
  • 거제통영오늘신문
  • 승인 2018.06.07 09:5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승열 거제교육장, 경남도의원 출마한 옥은숙 후보
이승열 거제교육장
이승열 거제교육장

 

한 도의원 후보의 공직자 남편이 약 3개월에 걸쳐 아내를 지지하는 내용을 담아 후보의 밴드에 연재형식으로 올린 글이 거제지역의 지방선거에 따뜻한 감동을 주며 화제다.

상대후보의 결함과 도덕성을 공격하고 때로는 지역감정을 조장하기도 하는 거친 선거전 속에서 남편의 애틋한 사랑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신선하다는 평가다.

주인공은 더불어민주당 제 3선거구 옥은숙 도의원후보와 이승열 거제교육지원청 현 교육장이다.

현직 교육장이지만 '공직선거법 제 60조'에는 '공직자라도 배우자는 어떤 선거운동도 할 수 있다'라고 돼 있어 선거운동이 가능하다.

그러나 이교육장은 비록 법적으로 허용된 권리이기는 하나 지역교육계 수장으로서 책무에 자칫 소홀한 것이 아니냐는 학부모와 시민들의 우려를 걱정하여 단 하루도 선거운동을 위하여 연가를 사용한 적이 없다.

퇴근 전후 또는 주말을 이용하여 돕고는 있으나 그것도 전면에 나서지는 않고 뒤치닥 거리를 하는 정도이다. 대신에 이 교육장은 아내인 옥은숙후보의 살아온 길을 가감 없이 알려 도의원으로서의 자격이 충분히 있음을 시민들에게 입증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 수단으로 시작한 것이 아내의 밴드에 연재하고 있는 '남편의 아내지지글'이다. 가장 지근에서 30년을 넘게 살아 온 입장에서 아내의 유년시절부터 최근에 이르기까지의 일화를 중심으로 아내에 대한 사랑과 신뢰를 녹여 진솔하고 꾸밈없이 소개한다.

묵은 사진들을 첨부하고 서정적인 간결한 문체로 이어가는 글들이 읽는 이들을 울고 웃게 만들 정도로 스토리에 빠져들게 만들기 때문에 시리즈의 다음 글을 기다리는 사람이 많을 정도이다. 현재까지 열 아홉 번 째까지 연재되어 있다.

이승열교육장은 " 비록 다른 배우자들처럼 선거운동에 적극적으로 나서주지 못해 미안하지만 아내는 이해해 줄 것으로 믿습니다. 전 이 글에서 아내의 성실함과 정의감 그리고 순수한 인간미를 추호의 더함이 없이 나타냈습니다. 바보남편이 해 줄 수 있는 게 이 것 뿐 입니다"라며 미안함을 나타내며 마지막 글인 20번째 글은 선거날에 올릴 것이라고 예고했다.

앞으로도 거제교육을 책임지는 소명은 철저하게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OK! 옥은숙입니다!' 밴드에 올린 글이다.

아내에 대한 지지글. 그 두번째 글 : 그 해 겨울) 2018년 3월 5일.

※ 결혼 전부터 시작한 저의 교육공무원 생활은 37년 째에 접어들고 있고 지금도 여전히 현직에 있습니다.
공무원은 정치에 관여할 수 없으나 후보자의 배우자는 예외적용을 받기 때문에 이런 글을 올리는 것이오니 오해 없으시기 바랍니다.
약속드리건데 공무와 선거운동은 엄중히 구별하여 처신하겠습니다.

7년 전의 어느 늦여름 날에 저는 아내와 함께 아내의 유년시절을 찾아 묵호항으로 첫 추억여행을 떠났습니다.

자주 들어 왔던 묵호항근처의 논골마을이 점점 가까이 다가옴에 따라 제 심장이 두근거리고 설레이기 시작했습니다.
가 본 적도 없는 낯선 곳이었건만 어떻게 구체적인 그리움으로 나에게 닥쳐오는지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단지 아내의 유년시절의 아픔과 슬픔이 깃든 기억이 어찌할 수 없는 그리움과 함께 막무가내로 다가오는 기운 때문이었는지 모릅니다.

묵호로 가는 차안에서 아내의 '그 해 겨울'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아내의 이야기는 그냥 아프고 슬펐는데 그 슬픔은 추하거나 경박한 분노 같은 것이 아니라 지난 여름날의 폭염을 증오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지나간 계절을 그리워하는 가을날의 추억같이 애잔하고 가슴시린 것이었습니다.

70 년대 후반,아내가 강원도 묵호의 창호초등학교 4학년이던 그 해 겨울로 되 돌아 갑니다.

묵호항에 노가리배가 들어 와 고기를 풀면

노가리를 뺀 잡어들은 아이들 차지였습니다.

앞을 다투어 잡어들을 줍는데 한 마리라도 더 줍기 위해서는

전쟁을 벌여야 했습니다.
요행히 많은 날은 어물전의 노점상 할머니에게 팔고 적으면

집에 가져가 반찬을 해 먹었습니다.

그 아이들 속에는 동생 셋을 챙겨야 하는 아내가 있었습니다.
커트머리를 한 작고 야윈 여자아이였습니다.

그 여자아이는 명태를 보관하기위해 사용하다 버린 얼음덩어리를
다시 모아 시장의 노점상할머니에게 팔았는데 ,
녹기 전에 팔아야만 하는 다급했던 발걸음소리가 들리는 듯 했습니다.

동네에는 명태를 말려 황태로 만드는 덕장이 몇 개가 있었고
그 중 하나는 장인어른이 임대하여 쓰는 곳이었습니다.

겨울의 명태 작업은 어린 여자아이에게는 너무 가혹한 과정이었습니다.
강원도의 겨울날에 펼쳐지는 명태작업은 지난하고 험난했습니다.
큰 드럼통에 물을 채운 후,
그 속에 꽁꽁 언 명태들을 넣어 하루 동안 푼 후 본격적인 작업은 시작됩니다.

할당받은 명태를 장만하기 위해 동네사람들이 가구별로 큰 마당에 집결하는데 대략 2가구당 하나씩 19공탄 연탄화덕을 미리 준비해 둡니다.
물을 밤새도록 데워 곱은 손을 녹이는데 사용하는 용도입니다.
그 뜨거운 물이 없으면 겨울의 추위와 동태의 냉기를 이겨낼 방도가 없는 겁니다.

명태 배를 따서 장만하는 과정에 나오는 알과 곤지는 주인 몫이고 창란만 품앗이 나온 동네사람들의 몫입니다.바로 품삯인 셈이죠.
밤새워 일을 끝낸 사람들은
창란을 가져가 속을 깨끗이 정리하여 도매상에게 팔아 생활비를 법니다.

작업 중 나온 명태애는 주인이 드럼통에 넣어 기름을 띄운 후
그것을 건져내 어간유로 팔았는데 다른 생선의 어간유보다 호흡기와 심장 질환에 효능이 높아 인기가 높았습니다.

장만이 끝난 명태는 다시 세척하여
여러 과정을 거친 후, 덕장에서 3개월동안 해동과 해빙 그리고 동해바람을 맞으며 황태로 탄생하게 됩니다.

어른들도 견디기 힘든 고통을 참아내며 묵묵히 해 내던 아내의 어린모습이 떠올라 이 지난한 과정을 단지 추억꺼리로 이야기하기에는 숨이 차서 버겁습니다.

그 묵호항의 어물전과 집터에 서니 가슴이 시려왔습니다.
골목 저쪽에서 어린 아내가 뛰어나올 것 같았습니다.
더 먹먹해지기 전에 떠나자고 졸랐지만 아내는 아무 말 없이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못했습니다.

이 옛날 이야기를 처제들과 함께 나눌 때는,
아내는 담담하게 이야기를 하고 처제는 항상 울며
전 목젖이 아프도록 참으며 듣습니다.
남자가 체통머리 없이 눈물을 찔끔거리면 안 되기 때문입니다.

아내의 유년시절은 슬프고도 아렸습니다.
그러나 이제 그 연약하지만 강했던 여자아이가 성장하여
경남과 거제를 위해 큰일을 하려고 나섰습니다.

제 이야기를 믿는다면 제 아내를 믿으십시요.

초등학교 4학년의 작고 야윈제 아내는 동네의 어른들과 똑같이
묵호항의 겨울 북풍을 이겨냈으며

지아비를 내조하여 교육장으로 만들었고 두 딸을 정직하고 사려 깊은
여자로 키워냈습니다.

제 말을 믿는다면 옥은숙후보를 믿으십시요.

( 세번 째 이야기에서 뵙겠습니다. 이번 주는 공무가 많아 주말 쯤 올리겠습니다. 끝까지 읽어주신 밴친님들께 고맙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꾸벅 )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