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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생각하며, 영화 '또하나의 약속'을 보고
살며 생각하며, 영화 '또하나의 약속'을 보고
  • 거제통영오늘신문
  • 승인 2014.02.14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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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생각하며

영화 '또하나의 약속'을 보고

▲ 강미길

강미길

보고 나서 한동안 현실감이 없을 정도로 몰입 했었나 봅니다. 영화관을 나오는 내내 이영화 대한 생각에서 벗어 날 수 없었습니다.
영화관 밖은 눈비가 섞인 진눈깨비가 날리고 있었고, 보도는 사람들 발자욱에 묻은 흙들로 질척해있었습니다 .마치 영화속에서 보았던 우리의 현실 처럼 말입니다.

영화의 첫 장면은 주인공이 대학을 포기하고 가정형편과 동생의 대학교육을 위해 면접을 보는 장면부터 시작됩니다. 그리고 시간을 넘어 백혈병에 걸려 위중한 모습으로 영화는 급격하게 줄달음질 칩니다.

백혈병 치료를 위해 머리를 깍은 주인공이 병원 진료대에 누워 척추 주사를 맞으며 지르는 단발마의 비명은 아무 이유없이 주변에 의해 꼼짝하지 못한, 죽음의 고통을 생생한 의식 속에 스스로 응시하며 겪어내어야만 했던, 이영화의 소재가 된 피해자들이 지르는 비명처럼도 들렸습니다.

병의 고통을 이기지 못하는 주인공의 앓는 소리를 들으며 가족들의 식탁에서 동생이 내는 짜증과 아버지의 손질, 이 풍경은 중병을 앓는 가족의 집안에서 피할 수 없이 일어나는 생생한 모습이었습니다.
비슷한 병들이 주인공의 회사 동료들에게서 연이어 발생하고, 과중한 치료비를 감당하지 못하는 탓에 발병원인을 환자 개인의 탓으로 돌리는 회사측 인사과 직원의 당당한 모습과 이 부당함을 알면서도 합의금의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주인공의 가족들...
이영화의 내용에 대해서는 이정도에서만 멈추겠습니다.

지난번 "변호인"은 과거 불의한 정치권력과 싸워나가는, 우리에게 너무도 잘 알려진 노무현이라는, 대통령이 된 한사람에 대해, 그리고 그를 기억하는 우리들의 관심이 이 영화를 보게 했다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습니다.

그러나 "또하나의 약속" 이 작품은 신문의 한켠에서나 접하는, 나의 일이 아닌, 어쩌다 운 나쁘게 사고처럼 어떤 운명에 걸려들어 희생된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 정도로 생각되어 질지도 모릅니다. 이영화를 보기전에는 말입니다.

이 영화의 말미에 죽고만 딸의 죽음의 원인을 제대로 밝혀내려는 아버지의 투쟁은 결국 딸의 죽음이 개인 책임 탓이 아니라는 법정 판결을 받아 냅니다.

그 자리에서 유창하지도, 정연하지도 못하나 싸움의 과정에서 알게된 우리사회의 "진실"에 대해, 택시기사인 아버지는 이야기합니다. 이 장면은 영화속에서가 아니라, 마치 우리 현실에 대한 "증언"처럼도 들리기도 했습니다.

이미 이영화가 실제 사실을 소재로 만들어졌다는 것을 아는 탓에 오히려 이영화를 보는 내내 더욱 고통스럽고 힘이 들었던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러나 영화속 아버지의 "진실"에 대한 이야기는 이 영화와, 이와 비슷한 끝나지 않은 실재의 아픔 속에 여전히 살고 있는, 현실속 우리에게 첨예한 "문제제기"이자 "해법의 지점"은 아니었을까.

영화관 밖을 나오며 바라보았던 을씨년스럽게 진눈깨비가 날리던 흐린 하늘이 오래도록 잊히지 않을 기억으로 남을 것만 같습니다.

꼭 보시길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 또하나의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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