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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도 외래(外來) 나무
거제도 외래(外來) 나무
  • 거제통영오늘신문
  • 승인 2014.06.23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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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거제도 외래(外來) 나무
1)가이즈까향나무
가이즈까향나무는 침엽수로 분류되지만 바늘잎은 없고 비늘(鱗)잎만 있으며 향나무보다 잎이 치밀하고 진녹색으로 질감이 부드럽고 여러 가지 모양으로 다듬어 키울 수 있는 고급 정원수이다. 우리나라 현대조경 1세대 수목으로 불리는 가이즈까향나무는 90년대까지만 해도 학교와 관공서 앞자리에 잘 정돈된 수형을 뽐내고 있었다. 일본에서 도입된 향나무라고 해서 섬향나무 또는 왜향나무라고 하지만 이는 잘못된 이름이고 섬향나무는 본래 우리나라 남해안에서 자생하는 향나무를 말한다. 가이즈까향나무는 노목이 될수록 줄기가 비틀어져 꼬이며 가지가 줄기에 나선형으로 붙어 있어서 나사백(螺絲栢)이라고 부른다. 거제도는 일제강점기 이전부터 일본사람들이 들어와 살았는데 당시로서는 신어로법(新漁撈法)이었던, 거제도사람들이‘오시기’라 불렀던 초기정치망 어업을 했던 민간인들에 의해 그들이 살았던 장승포에 처음 도입된 가이즈까향나무는 한일강제병합 이후 국민(초등)학교와 주재소(경찰서,지서)에 심어졌고 부산,여수 등지에도 보급되기 시작하였으니 거제도는 우리나라 현대 조경수목 효시 가이즈까향나무 도입지이자 조경 발상지인 셈이다.

2)종려나무

 
종려나무는 부채를 닮은 넓고 가지런하게 펼쳐진 잎 모양이 남국의 정취를 느끼게 해 주며 짙은 녹색 잎에서는 언제나 생동감이 넘쳐흐른다. 종려나무는 잎 중간이 밑으로 처지는 왜종려와 그렇지 않은 당종려로 분류되는데 왜종려는 일본에서, 당종려는 중국에서 도입되었다고 하는데 명확한 근거는 없으며 두 종(種) 다 일본에서 도입되었다고 본다. 거제도 사람들은 일찍이 종려나무를 심었다. 일제강점기 장승포 일인(日人) 마을(入佐村)에서 당시로서는 참 요상한 나무였던 왜종려나무 씨앗을 받아 금이야 옥이야 심었고, 60년대 초 일본에서 부산으로 건너 온 당종려나무 묘목을 구하여 심었으니 거제도 사람들은 외래 문물을 일찍 섭렵한, 요즘 말로 치자면 오픈마인드(open mind)를 가졌다고나 할까. 일본말로 왜종려를‘와시로’ 당종려를‘도시로’라 하는데 거제도에서는 백발 할아버지나 까까머리 아이들도 이 말을 알고 있었으니 이는 거제도 지리기후 특성 결과이자 눈을 즐길 줄 아는 거제사람들 의식을 말해주는 것이라 하겠다. 종려나무는‘야자나무’의 번역 오류이긴 하지만 성경에 자주 등장하는 나무이다. 종려나무는 기독교 태생지인 지금의 이스라엘 땅에는 없었던 나무로 기독교에서 종려나무는 승리를 상징한다. 거제도는 대륙과 멀리 떨어져 있었음에도 비교적 일찍 기독교가 도입되었으니 성경에 나오는 종려나무가 도처에 심겨진 것은 어쩌면 당연한 현상이겠다. 천주교에서 설립한 해성고등학교에 종려나무숲과 함께‘종려관’이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리라. 옥포는 장승포와 더불어 거제도에서 기독교가 먼저 들어오는 성지(聖地)라 할 수 있는데 옥포초등학교에 높은 하늘에 닿아 있는 종려나무를 보면서 일찍이 깨어 있었던 거제도 사람들의 개화의식을 생각 해 본다.
옥포초등학교 종려나무
3)주엽나무
주엽나무는 우리나라 중부지방 산골짜기에서 자라는 갈잎큰키나무이다. 잎은 아카시아를 닮았고 열매가 콩 꼬투리처럼 생겨 콩과로 분류하지만 실거리나무과(科)로 분류하기도 한다. 주엽나무 어린가지에는 가시가 없지만 성목(成木)이 되어 굵은 줄기가 되면 가시가 생기는 특이한 나무인데 아쉽게도 거제도에는 자생하지 않는다. 마가목이나 아카시나무를 좋아하는 유럽에서는 가시가 없는 품종을 개발하여 가로수로 심는 반면에 중국산(産) 주엽나무는 크고 날카로운 가시가 엉키듯 돋아나 무시무시한 모습을 보이는 까닭에 수목원마다 인기수종으로 대접 받는다.
개교 100년을 훌쩍 넘은 거제초등학교 앞 기성관 뜰에 키 큰 주엽나무가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음나무 초피나무 아카시나무 탱자나무...가시가 발달하는 나무들은 노령목(老齡木)이 되면 주간(主幹)에 붙어 있는 가시가 도태되는데 기성관 주엽나무는 우람한 으뜸줄기에 가시 하나 찾을 수 없으니 고목(古木) 반열에 드는 나무이다. 거제도 산야에 살지 않는 주엽나무가 요즘으로 치자면 관공서 부속건물 앞뜰에 어떻게 심어 졌고 오랫동안 살아왔을까. 기화요초 기화이목(琪花瑤草 奇花異木)은 우리나라 전통조경 원리이자 조경수목이 도입되는 이유이다. 선조들은 주변에 없는 진귀한 나무와 꽃을 가까이 두고 싶어 했다. 사군자이자 조경수목 효시로 불리는 매화나무가 중국에서 들어 온 것도 ‘기화이목’으로 설명 된다. 도내(島內)에 없는 특이한 나무를 중요도 높은 공간에 심었다는 것은 거제도사람들은 미학을 향유할 수 있는 여유를 가졌고 가까이는 진주,동래(부산), 멀게는 한양(서울),중국 등 내륙과의 사상,학문,문화 교류가 오래전부터 활발하였음을 입증하는 것이다.
기성관 주엽나무 옆에 거제도 사람들이‘꺼끄럼나무’라고 부르는 말채나무가 있다. 토종 나무와 외래 나무를 나란히 심은 거제도 선비들은 훗날 글로벌 시대 다문화 사회가 도래할 줄 알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4)삼나무와 편백
삼나무와 편백은 일제강점기 일본에서 들어 온 나무이다. 거제도 사람들은 이 나무를 '쓰기‘‘히노끼‘라는 일본어 그대로 부른다. 일본과 가까워 일본사람들이 많이 살았고 거제도 사람들도 더러 일본에 갔었고 일제 입장에서 부산 거제 통영은 한반도 교두보였으니 일본의 언어와 문물, 문화가 일찍 상륙하게 되었다. 일본을 대표하는 나무 삼나무는 일인(日人) 교장선생님이 사는 국민학교 사택, 일경(日警)들이 사는 관사부터 면사무소, 일본 민간인 어장과 그들의 산과 밭에 심어지면서 거제도 사람들도 그 씨앗을 받아 밭 가장자리와 낮은 산에 심기 시작 했다. 삼나무와 편백은 배(船)를 모우고 집을 지으며 생활도구를 만드는데 최고 재목(材木)이기 때문에 과실 수확이나 땔감용이 아닌 그렇다고 관상목적도 아닌 이유로 나무를 심었다는 것은 실용성을 중요시하는 거제도 사람들의 단면을 보여준다 할 것이다. 60년대 거제도 사람들은 ’부역‘이라는 마을 공동노역을 하였는데 신작로라 불렀던 도로 보수도 있었지만 관(군청,면사무소) 주도로 산에 삼나무와 편백나무를 심는 일이 많았다. 요즘 표현으로 조림사업을 꽤나 일찍 한 셈이다. 그때 심은 나무는 지금 피톤치드 숲이 되어 웰빙&힐링시대 보고(寶庫)가 되었다. 먼 앞날을 내다보고 나무를 심은 거제도 사람들, 먼저 태어나서 고단한 삶을 살다 가신 그 분들께 늦게 태어난 사람으로서 한없이 고마울 따름이다.

5)유자나무와 귤나무
유자나무는 운향과(科) 탱자나무에 접을 붙여 번식한다. 중국이 원산이라 하지만 거제도 유자나무는 일제강점기 일본에서 들어 온 이후 60년대 개량품종이 부산에서 도입되었다. 가이즈까향나무 종려나무 주엽나무 삼나무 편백...거제도 외래수종이 조경용,조림용이었던 것과 달리 유자나무는 과실용으로 심었으니 눈이 아닌 입이 즐거운, 밥(돈)이 되는 나무 시대가 열린 것이다. 거제도에는 60년대부터 밤나무,복숭아나무 신품종이 보급되었고 이를 증식시키는 접목 기술자가 생겨나기도 하였고 이후 맹종죽도 본격 재배하였으며 70년대 초 거제도 들판에 비닐하우스까지 등장하였으니 거제도 농경시대 대변혁 시기라 하겠다. 70년대 중반부터 거제도에는 귤나무밭이 생겨났다. 형편에 따라 규모는 다르겠지만 너,나 없이 귤나무를 심었다. 유자나무와 귤나무는 한때 대학나무라 불릴 정도로 거제도 사람들의 호주머니를 채워주는 효자였다. 80년대 초 제주도에서 감귤이 양산되던 그때 거제도에 닥친 혹한에 귤나무가 얼어 죽는 바람에 거제도 밀감농사는 쇠락의 길에 들어섰고 뒤이어 다시 유자바람이 불어 기업농 수준으로 재배면적이 확대되기까지 하였으나 잔류농약파동 등 건강을 중시하는 달라진 세태에 가격하락으로‘재미 못 보는’나무가 되어 버렸다. 90년대에 들어서 건설호황기 개발붐을 타고 대한민국에 아파트 도로 공원녹지가 늘어나자 거제도 사람들은 조경수목을 재배하기 시작 했다. 겨울 기온이 높고 연중 강우량이 많아 생산성이 좋아서 조경수목 생산지하면 거제도, 그 명성을 전국에 날렸다. 2000년대 들어서 꽃꽂이소재수목 재배도 한때 호황을 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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