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거제도 노거수
한내리 모감주나무 군락
7월 산야에 초록이 지쳤을때 왕관을 장식하는 깃털처럼 우아하게 꽃대를 타고 자그마한 꽃들이 노랗게 줄줄이 달리는 모감주나무는 붉은 꽃 배롱나무와 더불어 꽃이 귀한 여름에 사람들 시선을 사로잡는다. 동화 속 황금궁전을 연상하게 하는 고고한 금빛 꽃을 지닌 모감주나무를 서양 사람들은‘황금비(雨)가 쏟아지는 것 같다’며 ‘Golden Rain Tree'라고 부른다.
고현에서 오비쪽으로 해안을 따라가면 한내마을 앞에 크고 작은 모감주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근래에 심은 것까지 40여 그루가 되고 가장 큰 나무는 높이가 15m 밑둥 지름이 70cm나 되는 노거수이다. 통일신라시대 남해안의 큰 절이었던 하청 북사(北寺)를 다녀가던 금강산 큰스님이 심었다고 전해진다.‘우환이 없다’는 뜻을 지닌 무환자나무과(科) 모감주나무를 안녕과 번성을 기원하면서 심었다지만 사찰 길목 이화기목(異花奇木)은 장소표식 뜻도 짐작된다. 황금색은 불가에서 부처님 몸(法身)색깔이자 세속에서는 돈,부자를 의미한다. 고단했던 농경시대 거제도사람들은 바닷가 어센 땅 모감주나무 황금꽃을 보고 희망을 꿈꾸었으리라. 한내리 모감주나무 군락은 곰솔과 팽나무가 이웃하여 방조림을 이루고 있어서 이 숲에서 풍어제를 지내고, 삼짓날‘헷치’라고 하는 들놀이 하는 장소였다.
2)덕포리 이팝나무
동백나무는 곰솔(海松)과 함께 거제도 자생식물상 깃대종이다. 동백꽃은 거제도를 대표하고 거제도 사람들의 삶과 정서가 고스란히 배어있는 꽃 중의 꽃이다 일본,유럽에도 인기 있는 동백은 원예품이 2,000종이 넘고 영명은‘Camellia’이다.
외간리 마을 뒷밭에 장엄한 자태로 하늘을 받쳐 들고 있는 동백나무는 조선태종 후위 효령대군의 9대손이 입촌(入村)하면서 심었다고 전해오는데 거제도 지천에 흔한 동백나무가 동서로 마주 보고 심겨진 현상은 균제(均齊)와 위계(位階)라는 조선시대 주류(主流)문화와 다름이 아니기에 신빙성이 있다 할 것이다. 한양에서 내려 온 양반네 눈엔 이국적으로 보였던 동백을 예로부터 매화와 같이 한사(寒士)라 불렸던 까닭은 벌과 나비도 없는 이른 봄에 꽃을 피우는 처연함이 가난한 선비의 모습과 닮았고, 시들지 않은 채 뚝뚝 떨어지는 꽃은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는 선비의 절개를 닮았기 때문이거늘 거제도 촌부(村夫)라고해서 어찌 선비와 다를 수 있겠는가. 동백나무를 대나무와 함께 혼례상에 올려 백년가약을 맺었고 신식결혼식 초기까지 동백나무 가지로 부케를 만들였다. 거제도 사람들은 동백나무 꽃 필 무렵 결혼하고, 논밭 갈고, 바다에 나갔으니 동백은 거제도 봄의 또 다른 이름이리라.
4)소동리 느티나무
느티나무는 민족수(樹)라 부르는 소나무와 더불어 한국을 대표하는 나무이고 경상남도 도목(道木)이자 서울대학교와 삼성그룹 상징하는 나무이다. 느티나무는 거제도 사람들과 오랜 세월을 함께 살아오면서 많은 전설과 사연을 지니고 있으며 칠백리 섬 곳곳에 언제나 거목의 자태로 넉넉한 그늘을 만들어 주고 있다.
일운면 북쪽 옥녀봉 자락 소동마을 느티나무는 거제도 내 수많은 느티나무 중에서 가장 웅장한 수형을 자랑하는 정자목이다. 둥글고 넓게 퍼진 굵은 뿌리줄기가 용트림하듯 땅 위로 솟은 판근(板根)은 긴 세월을 살아 온 고목(古木)의 위용이자 앞으로 살아갈 세월에 대한 자신감이고, 거제도 노거수 미학의 백미이다. 소동리 느티나무는 경복궁이나 경남도청 위치에 해당되는 마을 위쪽 가운데 자리하여 동리(洞里) 법통(法統)이자 정신적 지주였다. 느티나무 뒤로 집을 짓거나 잔가지 하나 손대는 일 없고 정월 초하루 어김없이 당산제를 모신다. 그렇다고 신성불가침은 아니다.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갖가지 놀이와 이야기,노랫소리가 사시사철 끊임이 없었다. 지금 이 팍팍한 세상, 삶의 무게가 저절로 스러졌던 거목의 그늘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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