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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도 토종나무
거제도 토종나무
  • 거제통영오늘신문
  • 승인 2014.06.23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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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거제도 토종(土種) 나무
1)소나무
소나무는 우리 민족과 늘 함께 한 나무이다. 한때 한반도 산림의 40%를 차지한 우점종이었다. 소나무는‘솔’이라고 하는데‘으뜸’이라는 뜻이 담겨 있다. 한자로는‘송(松)’이라고 하며 진시황이 소나무 밑에서 비를 피한 고마움에 목공(木公)이란 벼슬을 내렸는데 두 글자가 합쳐져서 만들어졌다고 전해진다. 우리나라에도 정이품송 이야기가 있으니 나무 중의 나무임에 틀림없다. 유럽을 올리브 문화, 일본을 편백 문화라고 한다면 우리는 소나무 문화라고 할 만큼 한민족의 삶 그 자체였다. 소나무 속껍질로 허기를 채우고, 솔잎으로 송편을 만들고, 관솔을 태워 묵(墨)을, 송진을 지혈제로, 솔잎은 소화불량에, 송홧가루는 다식(茶食)과 이질 치료제로 썼다. 소나무 뿌리에서 얻는 송이버섯과 죽은 소나무 그루터기에서 생겨난 봉령은 산삼과 다름이 없었다. 거제도 산에는‘참솔’이라는 적송(赤松),‘곰솔’이라는 해송(海松)이 있는데 곰솔 개체가 많고 집을 짓거나 땔감을 얻는 등 쓰임새도 많았다. 농경시대 거제도 사람들에게 취사와 난방 연료를 얻는‘나무 하는 일’은 중요한 일상이었고 나무(땔감) 중에서 곰솔 장작을 최고로 쳤으며 나무를 지고 나르는 지게 또한 곰솔로 만들었다. 학동리 소동리 명사리 바닷가에 줄지어 서서 억센 바람을 막은 방풍림도, 일운 둔덕 수월 초등학교 아이들을 지키는 학교 숲도 곰솔이다. 곰솔은 참솔과 달리 잎이 짧고 굵고 짙다. 껍질은 흑송(黑松)이라고 할 만큼 검고 거칠다. 그래서 '곰같이 억세다'고 지어진 이름이란다. 거제도 사람들의 삶 또한 곰솔과 다르지 않았으리라.

2)동백나무
동백나무는 차나무과(科) 늘푸른큰키나무이다. 거제도 해안과 섬에 자라는 동백나무는 거제도 사람들과 함께 살아 온 나무이자 거제도 봄 풍경이다. 소나무 팽나무때죽나무...거제도 자생 나무들은 대개 방언이 있는데 동백나무는 한국표준식물명 그대로인 것이 이채롭다. 엘레지의 여왕 이미자‘동백아가씨’와 “꽃 피는 동백섬에 봄이 왔건만...”으로 시작하는 조용필‘돌아와요 부산항에’덕분인지 육지 사람들에게 더욱 친숙해진 동백꽃은 나비와 벌이 아니라 동박새가 꽃가루받이를 도와주는 조매화(鳥媒花)이다. 추운 겨울부터 이른 봄에 꽃을 피우다 보니 곤충이 활동하기엔 너무 추워서 새의 도움을 받는다. 동백꽃은 질때 깔끔한 모양의 꽃이 통째로 떨어지는데 이를 절개 또는 우직함에 비유되고‘앗싸리’‘썩어도 준치’‘못 먹어도 고’등등 뭇사람들 가벼운 입놀림까지 의미를 자아낸다. 동백나무 꽃말은 ‘고결한 사랑’‘그대를 누구보다 사랑한다’‘허세를 부리지 않는다’이다, 수형이 허세를 부리지 않고 단정하고 그래서인지 거제도 여인네들은 가을에 밤색 씨를 빻아 기름을 짜서 머릿기름으로 썼다. 동백기름은 지혈 소종 타박상 화상 아토피에 효험이 있어 거제도 어느 집이든 동백기름이 상비약으로 있었다. 삼동(三冬)에 거제도 아이들 언 손등과 여름에 팔 다리 부스럼에 자그만 병에 든 동백기름을 꺼내 발라 주는 할머니...동화와도 같은 일상이었다. 70년대 거제도에서 겹동백 재배 붐이 일었다. 거제도 자생 동백나무는 꽃잎이 7개를 넘지 않는데 일본에서 들어 온 겹동백은 여러 겹 꽃잎에다 그 모양과 색깔도 화려하여 육지 사람들에게 인기가 좋아 한동안 거제도 농가 소득원이었다. 섬에 산에 토종 동백, 논에 밭에 외래 동백, 거제도는 그야말로 동백섬이었다.

3)때죽나무
때죽나무는 때죽나무과(科) 갈잎큰키나무이다. 거제도 산지 중턱이하에서 자란다. 늦은 봄 잎겨드랑이에서 종처럼 생긴 하얀 꽃이 2~5개씩 밑을 보고 달리고 열매는 7월부터 10월까지 익는다. 때죽나무는 그 이름 유래에 여러 가지 설이 있는데, 옛날에는 열매와 과피를 물에 불린 다음 그 물로 빨래를 한 점으로 볼때‘때를 쭉 뺀다’는 뜻에서 때쭉나무로 불리다가 때죽나무가 되었다는 설이 있고 조롱조롱 매달린 열매가 중이 떼로 모여 있는 모습과 흡사하여 떼중나무가 때죽나무로 변하였다는 설, 나무 껍질이 검은 빛이어서 때가 많은 껍질(피죽)나무라는 뜻으로 때죽나무가 되었다는 설, 열매를 찧어 물에 풀면 물고기가 ‘떼로 죽는다’는 데서 유래했다는 설, 목질이 단단하고 속살이 희며 섬유질이 적어 보푸라기가 생기지 않는 때죽나무로 빨래방망이를 만들어 썼기 때문에‘때 죽이는 나무’에서 유래되었다는 설...농경사회 생활과 관련하여 수 없이 많은 설이 있지만 거제도 사람들은 예로부터 이 나무 열매가 깨와 닮았고 독이 있다는 뜻으로‘깨독나무’라고 불렀으니 누가 뭐라 해도 때죽나무 어원의 정설로 보아야 할 것이다.

4)사스레피나무
사스레피나무는 차나무과 중간키나무이고 동백나무 사촌쯤 되는, 거제도에서는 ‘개동백’이라 부른다. 바다 가까운 곳에 땅을 기듯이 자라는 우묵사스레피나무와 달리 사스레피나무는 거제도 내륙까지 아교목층(亞喬木層)을 이루며 분포한다. 일운면 옥녀봉 중턱에‘웃골’이라는 마을 옛이름이‘피나무골’인데 바로 이 사스레피나무에서 유래 하였다. 사스레피나무는 동백나무처럼 꽃이 아름답지도 향기가 좋지도 않고 오히려 역겨운 냄새가 나며 쓸모도 없는 나무이다. 하지만 거제도 사람들이 옛날부터 많이 키운 염소의 먹이로는 제격이다. 한겨울 염소가 뜯을 풀이 없고 또 주인이 바깥나들이라도 해야 할 때 뒷산 사스레피나무 한 빨디(아름) 베어다 외양간에 넣어두면 그저 그만이었다. 산야에 약초 아닌 것 없듯 거제도 사람들은 나름의 경험과 그 경험이 대대손손 지혜로 이어져 아무리 하잘것없는 나무일지라도 여하한 방편으로 요긴하게 썼던 것이다.

5)팽나무.
팽나무는 갈잎큰키나무, 느티나무와 같은 집안(科)이다. 산기슭이나 계곡에 자라는데 거제도에서는 바닷가(浦口) 가까이 노거수로 자란 팽나무를 쉽게 볼 수 있는데 거제도 사람들은‘포구나무’라 불렀다. 거제도 아이들은 팽나무 열매를 이대(거제도에서는‘시룻대’라 함) 마디 속에 넣고 공기 압력을 이용하여 쏘는 포구총놀이를 하면서 놀았다. 팽나무와 유사한 푸조나무도 거제도 해안에 드물게 자생한다.

6)초피나무
초피나무는 운향과(科) 갈잎떨기나무. 탱자나무와 같은 집안이다. 전라도에서는 젠피라 하는데 거제도에서는‘제피’라 부른다. 꽃은 5월에 피고 열매는 9월에 익는데 산초라고 한다. 초피나무를 일본사람들은 ‘산초’라고 하고 약명(藥名)도 산초라고 하는 까닭에‘개제피’라 부르는 산초나무와 헷갈리기 쉽다. 거제도 사람들에게 초피나무는 약방의 감초, 초피나무 잎은 그 자체로도 반찬거리이지만 거제도 대표 반찬인 젓갈에 없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육지 사람들은 추어탕에 넣는 정도로 쓰지만 거제도는 웬만한 먹거리 반찬에 초피나무 잎과 열매가 들어가기에 집집마다 남서밭(菜田)이나 뒤뜰, 장독대 어디든 초피나무 한 그루는 꼭 있었다. 중국 사천요리 매운 맛 화조우(花椒)는 초피나무 열매껍질이다. 초피나무에는 파리와 모기를 퇴치는 발향물질이 들어 있다.‘울 밑에 선 봉선화야...’‘손 대면 톡 하고 터질것만 같은...’봉선화는 뱀이 싫어하는 독특한 향을 지니고 있다. 거제도 사람들은 장독대와 정지(부엌) 가까운 곳에 봉선화와 초피나무를 심어 두었으니 대단한 경험칙 과학이자 생활의 지혜이다.

7)소사나무
소사나무는 서어나무와 같은 자작나무과(科) 갈잎중간키나무이다. 육지에도 분포하지만 거제도 산과 해안, 섬에 개체수가 많다. 계룡산 옥녀봉 국사봉 앵산 대금산 정상부에 소사나무 군락이 있다. 소사나무는 비교적 천천히 자라는 만성수인데 산이 높고 일조건이 좋고 바람이 강한 거제도 지형과 기후 영향으로 수피가 희고 깨끗하며 줄기가 구불구불 울퉁불퉁하여 분재로 제격이었다. 70년대 거제도 웬만한 집에는 섬에서 캐다 심은 동백나무와 산에서 캐다 심은 소사나무 분재 하나쯤은 있었다. 지천에 산이요 나무요 풀인데 고생스럽게 나무를 파 와서 심고 길렀으니 거제도 사람들의 미학적 관념과 삶의 여유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8)송악.멀꿀

▲ 송악
▲ 멀꿀

송 악 멀 꿀
송악은 인삼,독활(땅두릅),두릅나무,팔손이와 같은 집안(科) 늘푸른덩굴나무이다. 제주도는‘담장나무’라고 부르고 서양 이름은‘Hedera ivy’이다. 해안과 섬에 나무나 바위를 타고 오르고 마을 돌담에 붙어 자라기도 하며 겨울 팽나무 고목(古木)을 뒤덮은 짙푸른 송악 덩굴은 거제도 고유 풍경이다. 멀꿀은 잎과 열매가 으름을 닮았는데 사철 내내 푸른 잎을 지니고 사는 덩굴이고 거제도 사람들은‘멍나무’라 부른다. 와현리 공고지 앞 안섬(內島)에는 멀꿀나무가 정글을 이루고 있다. 새마을운동 이후 주거여건이 나아진 거제도 마을마다 멀꿀나무를 심는 집들이 많았다. 9월에 익는 열매는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훌륭한 간식이었다. 산에는 으름, 집에는 멀꿀, 거제도 사람들은 서울 사람들 바나나가 부럽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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