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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도 독이 된다?
칭찬도 독이 된다?
  • 거제통영오늘신문
  • 승인 2014.06.23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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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이 되는 칭찬, 아이가 스스로 하는 힘을 빼앗아

Q. 우리 은지는 올해 7살 된 딸아이입니다. 외동이로 자란 우리 은지는 착하고 말 잘 듣는 아이로 주위의 칭찬이 끊이지 않는 아이였습니다. 그런데 작년 6세반 담임을 맡았던 유치원선생님께서 수료식 날, 은지가 수줍음이 많아 자기 생각을 잘 표현하지 못하고 친구들과도 잘 어울리지 못하고 특히 무언가를 할 때 선생님께 사소한 것까지 물어보고 하는 습관이 있어 너무 소심한 아이로 자랄 까봐 걱정이라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사실 집에서도 자기가 한 일에 칭찬해주지 않으면 끝까지 잘했냐고 물어보는 일이 잦아져서 조금 염려스러웠는데 선생님의 말씀에 입댈 것 없는 아이라고 칭찬받던 우리 아이가 점점 자신감 없는 소심한 아이로 변하는 것 같아 답답해지고 칭찬받지 못하면 시무룩한 아이모습에 짜증이 납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도와주세요!!

A.어떤 강의에서 한 어머니가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일이 아이를 키우는 일인 것 같다!’고 말씀하셔서 강의장 안의 어머니들이 서로 웃으면서 공감했던 기억이 납니다. 이제껏 말 잘 듣는 아이로 예쁘게 잘 키우셔서 주위의 부러움을 샀던 어머니셨기에 부모로써도 자부심을 가지셨을 텐데 지금의 상황이 너무 당황스럽고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도 잘 인지가 되지 않으셔서 더욱 답답하신 것 같아요.

자신감 있는 뇌, 유아기에 형성된다


우선 은지를 세심하게 관찰하신 유치원 담임선생님 덕분에 더 늦기 전에 어머님께서 은지의 문제를 인식하시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해 주시기 바랍니다.
인간의 행동은 뇌의 활동입니다. 특히 우리 개개인이 가진 행동의 패턴, 습관은 유아기에 형성된 뇌회로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지금 은지는 매사를 어른들에 평가에 연연해하는 자신감 없고 소극적인 뇌회로가 형성되고 있습니다. 뇌회로는 숲에 난 길과 같아서 한번 길이 난 곳은 다니기가 쉽지만 수풀이 우거진 길은 다니기 어렵듯이 유아기에 한번 잘못 형성된 행동패턴과 습관은 쉽게 없어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지금 은지와 어머님이 함께 겪는 이 문제를 유아기가 지나가기 전에 집중해서 노력하시면 아주 적극적이고 자신감 있는 은지로 변신하게 하는 멋진 기회가 될 것입니다.

자율성의 시기에 형성되는 뇌회로


그런데 지금 우리 은지에게는 어떤 뇌회로가 형성되고 있었는지를 보면 은지의 6세반 담임선생님도 어머님도 은지가 대인관계에서 소극적이고 특히 선생님, 엄마와 같은 성인에게 의존적인 행동의 뇌회로가 형성되고 있는 것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좀 더 적극적이고 자율성 있는 뇌회로는 어떻게 형성될까요?
심리학자 에릭슨은 <인간의 성격발달 단계>를 9단계로 보고 유아기에 발달되어야할 단계를 ‘신뢰성, 자율성, 주도성’으로 보았습니다. 조금은 생소한 단어이기는 하지만 ‘신뢰성, 자율성, 주도성’이라는 이 과업이 달성되지 못하면 바로 ‘짜증 많은 아이, 떼쓰는 아이, 스스로 하지 않는 아이’가 됩니다. 형성 시기를 보면 생후 17개월 전후에 형성되는 ‘신뢰성’은 엄마의 무조건적인 사랑과 보살핌으로 잘 웃고 밝고 건강한 정서형성으로 나타납니다. ‘자율성’은 무언가를 참고 해보고자하는 의지로 나타납니다. 그래서 이 시기 아이들은 대소변을 가리기 시작하고 식습관, 청결습관, 정리습관 등 생활에 필요한 기초적인 습관을 형성하게 됩니다. 5살이 되면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이 생겨서 이제까지 자기와 동일시했던 엄마와도 트러블이 잦아집니다. 이것은 지극히 정상적인 발달단계입니다. 그런데 은지 어머니께서는 외동딸인 은지에 대한 관심과 집중으로 좋은 습관은 잘 형성된 것처럼 보였을 것입니다.
하지만 은지에게 나타나는 선생님께 일일이 자기 할 일을 확인받고 엄마에게 꼭 칭찬받기를 원하는 모습을 볼 때 습관이 형성되는 ‘자율성의 시기’, ‘주도성의 시기’에 과도한 성인 중심의 칭찬으로 ‘착한 아이’로 길들여진 듯합니다. 그래서 은지가 좋은 습관을 배우는 목적을 스스로의 성장에 기쁨에 두지 않고 어른에게 칭찬받는 것 자체에 목적을 두게 된 것 같습니다. 이번호에는 아이와 주고 받는 대화 예시와 그 속에 담긴 의미를 설명해드리는 것으로 궁금증을 함께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사랑하는 우리 딸, 엄마말도 잘 듣고 너무 착하다.’


->칭찬 속에 엄마 말을 듣지 않으면 나쁜 아이이고 사랑받을 수 없다는 암시가 있기 때문에 엄마의 사랑을 잃지 않을 목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지 않게 되고 엄마의 지시에만 순응하게 된다. 이런 이유로 어른 말에 길들여지는 것인 줄을 모르는 엄마는 아이가 떼쓰지 않는 것만으로 아이를 잘 키우고 있다고 착각하게 되기도 합니다.

‘우리 아들이 그린 그림이 최고야!’


->이런 칭찬을 너무 과하게 듣는 경우, 아이가 수시로 엄마의 사랑을 확인하고자하고 만족스런 칭찬이 나올 때까지 계속 되묻기도 합니다. 또한 6살 정도에는 외모나 능력에 대해서 다른 아이와 자기를 스스로 비교할 수 있게 됩니다. 그래서 위와 같이 ‘제일 예쁘다.’ ‘네가 최고야.’와 같은 말을 하면 ‘엄마는 거짓말쟁이, 사실은 언니가 더 예쁘잖아, 사람들도 언니가 더 예쁘다고 하잖아.’ 라고 생각하며 엄마 말을 신뢰하지 못하게 되고 거짓말쟁이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너는 뭐든지 잘 해! 엄마가 너 때문에 산다.’
->아이의 성취가 곧 엄마의 성취로 둔갑하게 되는 말입니다. 이런 대화방식은 아이의 존재감을 떨어뜨리고 모든 성취의 기준을 ‘엄마’로 생각하게 하고 유치원을 가서는 그 대상을 선생님으로 직장생활에서는 상사에게만 초점을 맞추어 눈치를 보게끔 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습니다. 주인공은 자기자신임을 잊어버리게 됩니다.

‘언니는 안하는데 너는 어쩜 이렇게 정리를 잘 하니? 정말 기특하다니까.’
->형제간의 비교 역시도 가장 아이들 정서를 크게 헤치는 요인입니다. 언니와 비교해서 칭찬받는 아이도 정리정돈의 목적을 언니를 이기는 데 두게 되고 정리 잘하는 동생 때문에 상대적으로 야단을 맞고 있는 언니 역시도 ‘정리’는 동생과 비교되면서 엄마에게 야단맞는 일로 뇌회로가 형성 되어 성인이 되어서도 누가 야단치지 않으면 정리를 잘하지 않는 사람이 될 수 도 있습니다.

‘와, 우리 딸 혼자 세수도 할 수 있게 됐네, 멋지다! 처음 해보니 느낌이 어땠어?’


->아이의 성장을 일깨워주는 표현과 함께 어른 기준의 느낌을 표현하는 ‘참 잘했어.’대신에 아이자신의 느낌을 물어보는 대화법 입니다. 아이가 적절한 표현을 하지 못하더라도 염려하지 마시고 ‘너도 기분 좋아 보이네.’ 정도로 마무리 하셔도 됩니다. 이 때 아이는 스트레스호르몬 분비가 줄어들어 상대적으로 행복과 평화의 호르몬 세로토닌 분비가 증가됩니다.

‘우와, 뭘 그렇게 열심히 그리고 있어? 네가 열심히 그림 그리는 모습 너무 멋지다!’


->결과가 아닌 과정을 칭찬하는 대화법은 아이들의 자존감을 높이고 끝없이 도전하는 힘을 심어줍니다. 그림을 잘 그리고 못 그리고 보다 글씨를 잘 쓰고 못쓰고 보다 중요한 것이 아이가 집중하고 노력하고 그런 자신을 칭찬할 줄 아이로 키우기 위해서는 이러한 엄마의 대화기술이 꼭 필요합니다.

자존감을 높이고 자신감 있는 아이로 키운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부모자신이 삶을 행복하게 느끼고 자신의 성장 발전을 칭찬할 수 있을 때 어쩌면 아이는 자연스레 그런 아이도 성장해있을 것입니다. 엄마자신이 먼저 남의 눈을 의식하기보다 내 스스로가 만족하고 삶을 즐기는 여유가 필요합니다. 비교와 경쟁의 사회에서 쉽지 않은 일이지만 내 아이는 물론 나 자신을 위해 꼭 필요한 선택입니다. 우리 모두 외쳐봐요 ‘I am Special!'

글. 윤한민 국제아동뇌교육연구소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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